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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문화사업 20년 '이재현의 빈자리' [thebell note]

이효범 기자공개 2015-09-15 08:55:00

이 기사는 2015년 09월 14일 07:3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CJ가 올해로 문화사업을 시작한지 20주년을 맞이했다. 지난 1995년 드림웍스에 3500억 원을 투자한게 문화사업의 첫걸음이었다.

CJ의 문화사업은 사실 이재현 CJ 회장이 뚝심으로 밀어붙인 결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시 경영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문화가 우리의 미래"라는 확고한 비전으로 투자를 강행했다. 누나인 이미경 CJ 부회장과 함께 영화 제작자인 스티븐 스필버그, 월트디즈니 만화영화를 총지휘했던 제프리 카젠버그 등을 만나 직접 설득한 일화는 아직도 회자된다.

CJ 고위 관계자는 "당시 3500억 원이면 CJ제일제당 매출의 20%가 넘는 금액"이라며 "이처럼 대규모 투자는 그룹 총수가 아닌 전문경영인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결정"이라고 말했다.

CJ는 올해 또 한 번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 문화사업 20주년을 기념한 기자간담회에서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다. 이채욱 CJ 부회장은 2020년까지 문화사업 부문의 매출을 15조 6000억 원으로 끌어올려 글로벌 TOP 10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글로벌 문화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세부적인 계획도 제시했다. CJ CGV는 전체 영화 스크린의 80%를 해외에서 확보하고, CJ E&M은 글로벌 콘텐츠 개발로 영화사업의 글로벌 매출을 60%로 늘리고 음악 및 공연사업을 확대하기로 했다.

2020년 비전 달성을 위해서는 문화사업 분야에 약 10조 원의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20년 동안 문화사업 총투자비 7조 5000억 원보다 향후 5년 간의 투자에 더 많은 자금을 쏟아붓겠다는 얘기다. 10조 원은 CJ그룹 2014년 매출 19조 5000억 원의 절반에 해당하는 금액이기도 하다.

CJ의 투자 능력은 충분하다. CJ의 2014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현금성자산은 약 1조 원에 달한다. 또 영업으로부터 창출된 현금만 2조 원에 육박했다. 여기에 금융기관 등을 통한 자금조달 등을 고려하면 연간 2조 원의 투자가 불가능한 수준은 아니라는게 업계의 평가다.

'비전, 계획, 자금' 3박자를 고루 갖췄지만 20년 전과 비교해 아쉬운 점이 있다. 문화사업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밀어붙이던 이 회장의 부재다. 이채욱 CJ 부회장도 기자 간담회에서 "그룹 총수인 이 회장의 부재가 빠른 투자 결정에 어려움을 낳고 있다"며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탈세·횡령·배임 혐의를 받고 있는 이 회장은 최근 상고심에서 대법원으로부터 파기환송을 선고 받았다. 배임혐의에 대한 판결을 재심리하라는 취지였다. 업계에서는 형량이 줄어들 가능성이 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CJ그룹에서도 내심 집행유예 선고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이 회장의 건강문제는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다.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던 지난 2013년 8월 만성 신부전증 때문에 신장 이식을 받으려고 구속집행정지 결정을 받은 이후 2년 동안 병석에 누워있다. 문화사업을 직접 챙기기에는 건강이 따라주지 못한다는게 CJ 관계자의 전언이다.

다만 의지는 여전하다. 그는 작년 항소심 최후 진술에서 "살고싶습니다. 살아서 제가 시작한 문화 사업을 포함한 CJ의 미완성 사업들을 반드시 세계적인 글로벌 생활 문화 기업으로 완성시키려 합니다. 이것이 길지 않은 저의 여생을 국가와 사회에 헌신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고 심경을 전했다.

지난 20년 전에 비해 문화사업의 비전과 계획 그리고 투자규모는 더욱 커졌지만 이 회장의 부재는 여전히 채워지지 않는 아쉬움으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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