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5년 10월 01일 07시2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판사가 입장하고 일동 기립했다. 순간 옷깃이 스치는 소리 아래 낮은 한숨이 탄성처럼 터졌다. 판사는 경남기업 관계인 집회를 시작했다. 법정 안에 흐르는 엄숙함 속에 서러움과 원망이 서려 있었다.이성희 법정관리인이 나와 경남기업의 현재 상황과 향후 회생 계획 등을 발표했다. 지난 4월 7일부터 경남기업의 재무상태를 실사한 삼일회계법인은 경남기업의 재무 현황과 수주 잔고, 향후 실적 추정치 등을 발표했다. 좌중은 조용했다.
일련의 발표가 마치자 관계인들을 대상으로 발언 시간이 주어졌다. 고개를 떨구고 있던 좌중 여기저기서 머뭇머뭇 손들이 올라왔다. 엄숙함 아래 눌려 있던 소액주주들의 서러움과 원망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4000원 하던 경남기업 주식이 장외시장에서 200원이다. 전 재산을…" 중년의 가장은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검은 이마와 볼을 가로지르는 굵은 주름이 힘없이 들렸다 내리기를 반복했다. 그는 "시공능력평가 21위의 견실한 건설회사가 도채체 왜 하루아침에 무너져 내렸는지 알 수 없다"고 했다.
또 다른 소액주주가 마이크 앞에 섰다. 멀리 경남에서 왔다는 그는 랜드마크72 매각을 둘러싼 언론의 추측성 기사를 나무랐다. "랜드마크72 흔들기를 중단하라"고 외쳤다. 그는 "경남기업을 살릴 유일한 희망인 이 빌딩을 어떻게든 제값에 잘 팔아야 주주도, 채권단도, 회사도 살아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까랑까랑한 그의 목소리와 빠른 어조에서는 확신이 배어나왔다.
경남기업의 핵심 자산인 랜드마크72는 현재 매각이 추진중이다. 이 빌딩의 감정가는 약 8000억 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이 잘 성사되면 원금과 이자를 포함해 랜드마크72와 관련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채권 약 6000억 원을 상환하고도 2000억 원 내외 자금이 유입돼 경남기업의 정상화를 도모할 수 있다.
삼일회계법인의 경남기업 실사 결과 계속기업가치가 2385억 원으로 청산가치보다 약 262억원 높게 나왔다. 경남기업의 잘못되고 어그러진 부분들이 바로잡히고, 온전히 회생절차가 진행되기를 바란다. 외부의 어떤 흔들기에도 굳건하게 랜드마크72 빌딩 매각이 잘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i-point]제이엘케이, ‘메디컬 AI 얼라이언스’ 출범식 개최
-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매각, 투자자간 셈법 엇갈린다
- 카카오, '11조 몸값'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매각 추진
- [i-point]대동, 우크라이나 농업부와 미래농업 기술 지원 협력 논의
- '위기를 기회로' 탑코미디어, 숏폼 올라탄다
- [thebell interview]임형철 블로코어 대표 “TGV로 글로벌 AI 투자 확대”
- [VC 경영분석]유안타인베, '티키글로벌' 지분법 손실에 '적자 전환'
- [VC 경영분석]성과보수 늘어난 CJ인베, 줄어드는 관리보수 '과제'
- [VC 경영분석]'첫 성과보수' 하나벤처스, 모든 실적 지표 '경신'
- [VC 경영분석]SBVA, '펀딩·투자·회수' 선순환…'당근' 성과 주목
고설봉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한화그룹 승계 로드맵 점검]‘옥상옥’ 그룹 지배구조, 개편 없이 그대로 간다
- [한화그룹 승계 로드맵 점검]‘한화에너지-㈜한화 합병 안한다’
- [윤석열 대통령 탄핵]새정부 출범 대응 고심, '무게 실리는' 재계 대관조직
- [한화그룹 승계 로드맵 점검]오션 지분매입·에어로 유증, 이사회 투명성 지켜졌나
- [한화그룹 승계 로드맵 점검]김승연 회장의 '과감한' 결단, 승계 속도 높였다
- [변곡점 맞은 해운업]SM상선에 '건설사 붙이기' 그 성과는
- [상호관세 후폭풍]핵심산업 리스크 '현실화'...제외품목도 '폭풍전야'
- [상호관세 후폭풍]생산량 34% 미국 수출, 타깃 1순위 자동차
- [thebell desk]한화그룹이 잃어가는 것
- [한화그룹 승계 로드맵 점검]'첫 관문' 넘었다…두번째 과제 '계열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