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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회사 매각하는 한진해운, 투기등급 전락하나 [Rating Watch]BW 풋옵션 대비, 사업역량 약화...대한항공 등급 강등 부담

이길용 기자공개 2015-10-23 09:53:21

이 기사는 2015년 10월 22일 08: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자구계획을 진행하고 있는 한진해운은 신주인수권부사채(BW) 조기 상환에 대비하기 위해 알짜 자회사 매각을 추진하지만 이로 인해 사업 역량이 위축되고 재무적 융통성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BBB-까지 떨어진 한진해운의 신용등급을 압박하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대한항공이 A-에서 BBB+로 강등된 점도 한진해운 신용도에는 부담이다. 한국기업평가와 NICE신용평가는 경쟁 심화로 인한 수익성 약화와 과중한 재무부담을 이유로 등급을 강등했다. 한진해운 신용도에는 대한항공의 지원 가능성이 반영돼 있어 투기등급 강등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 에이치라인해운·한진해운신항만 매각 추진...잇따른 자구 계획에 체력 감소

한진해운은 2013년 5월 3000억 원 규모의 BW를 발행했다. 공모 분리형 BW가 금지되기 전 대규모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조치였다. BW 투자자들은 내달 23일 한진해운에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

신주인수권 행사가격은 6450원이지만 한진해운 주가는 9월 이후 5000원 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8~9월 한진해운은 조기상환 청구를 받았고 절반 이상이 조기상환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해운은 BW 조기상환에 대비하기 위해 에이치라인해운과 한진해운신항만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한진해운은 지난해 6월 벌크선 사업부 지분 77.8%를 3160억 원을 받고 한앤컴퍼니에 넘겼다. 한진해운은 당시 현물 출자의 대가로 에이치라인해운 지분 22.2%를 받아갔다. 한진해운은 이 지분을 매각할 계획이며 가격은 1000억 원을 웃도는 것으로 추산된다.

한진해운은 한진해운신항만 지분 50%를 ㈜한진에 모두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분 가치는 1500억 원 수준이며 이르면 10월 안으로 거래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자회사 매각이 마무리되면 3000억 원 규모의 BW 풋옵션을 대비할 수 있다. 다만 알짜 자회사들을 매각하면서 차입금 상환에 나서고 있다는 점은 신용도에 부정적이다.

한진해운은 잇따른 자구계획 이행으로 사업 역량이 위축되고 재무적 융통성이 감소하고 있다. 벌크선 사업부인 에이치라인해운은 올해 상반기 매출액과 순이익을 각각 4298억 원과 556억 원 기록했다. 부산신항을 운영하는 한진해운신항만은 2012년 이후 매년 200억 원 이상의 순이익을 올리는 알짜 자회사다.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238억 원에 달해 전년 대비 두 배 이상의 이익 성장을 나타냈다.

한진해운신항만 실적 추이

한진해운은 해운업황 악화로 저조한 수익성과 과중한 재무부담에 노출돼 있다. 현금 창출력이 뛰어난 자회사들을 잇따라 매각하면서 차입금을 감축하는데 성공했지만 수익성 회복에 대한 의구심이 높아졌다는 지적이다. 이는 BBB-로 떨어진 한진해운의 신용도를 압박하는 요소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한진해운은 올해 상반기 유가 하락으로 2000억 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하면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며 "다만 운임 하락이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알짜 자회사들을 지속적으로 매각하면서 회복된 수익성이 지속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분석했다.

◇ 대한항공 등급 강등, 비빌 언덕이 없다

투기등급으로 떨어진 현대상선과 달리 한진해운을 투기등급에서 지켜준 것은 모회사인 대한항공의 존재다. 대한항공은 자금 대여와 유상증자 등 다양한 수단을 동원해 한진해운을 지원했다. NICE신용평가는 "한진해운은 대한항공의 자회사로 직접적인 지분관계를 가지고 있으며 대여금 제공과 신용보강 등이 이뤄지고 있어 대한항공에 대한 신용의존성이 높다"고 밝혔다.

지난 8월 한국기업평가와 NICE신용평가가 대한항공의 신용등급을 A-(부정적)에서 BBB+(안정적)으로 강등했다. 한진해운의 신용등급은 BBB-를 유지했지만 등급 전망은 '부정적'으로 조정됐다. 등급이 한 노치만 떨어져도 투기등급으로 전락할 수 있는 처지다.

한진해운 신용도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대한항공 등급 강등이 현실화되면서 한기평과 NICE는 한진해운 신용등급에 대한 검토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현 한국기업평가 평가6실 연구원은 "한진그룹 내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대한항공 신인도가 저하되면서 한진해운 등 주요 계열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추가적인 검토가 불가피하다"며 "해당 계열사들의 신용위험 전이가능성과 향후 전망 등을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조만간 점검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신용평가는 이들과 달리 대한항공과 한진해운의 신용등급을 A-(안정적)와 BBB-(안정적)으로 유지했다. 한신평은 대한항공과 한진해운이 올해 유가 하락이라는 호재를 만나면서 실적이 개선된 점을 근거로 당분간 등급 변동을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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