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시대' 전자·금융·바이오가 이끈다 [삼성그룹 재편 점검]②비주력사업 매각 실탄, 기존 주력사업 강화·바이오 육성 주력
정호창 기자공개 2015-11-19 08:35:00
[편집자주]
지난해 하반기 이후 3세 경영시대에 본격 돌입한 삼성그룹이 '선택과 집중' 전략에 따라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에 나서며 대변신을 꾀하고 있다. 창사 이래 최대 격변기를 보내고 있는 삼성그룹의 변화를 분석하고 향후 전략방향을 점검해 본다.
이 기사는 2015년 11월 13일 11:3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와병 중인 부친을 대신해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선 후 삼성그룹은 비핵심사업 정리에 주력하고 있다. 화학과 방위사업을 영위하던 계열사를 한화와 롯데그룹에 넘겼고, 전용기와 헬기 등 경영활동과 무관한 자산도 일제히 정리했다. 최근엔 삼성생명 사옥 등 그룹 계열사들이 보유한 부동산 자산 매각에도 착수한 상태다.관련 업계에선 삼성그룹이 향후에도 비주력사업으로 분류되는 계열사나 자산 매각을 적극 추진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전자와 금융 등 주력 분야 위주로 그룹의 사업군을 확실히 재편해 기초체력을 튼튼히 다진 후 그룹 성장을 이끌 새 성장동력 발굴에 힘을 쏟을 것이란 전망이다.
삼성그룹은 지난해 삼성테크윈·삼성종합화학·삼성토탈·삼성탈레스 등 화학·방위산업 계열사를 한화그룹에 넘기는 '빅딜'을 단행해 1조 9000억 원의 실탄을 확보했다. 최근 롯데그룹과 진행한 2차 빅딜을 통해 삼성SDI 케미칼사업부와 삼성정밀화학·삼성BP화학 등을 매각하는 작업이 완료되면 3조 원의 자금을 추가로 손에 넣게 된다. 향후 삼성생명 등이 보유한 부동산 자산과 그룹 내 비핵심계열사 지분을 매각할 경우 수조 원의 현금을 더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시장의 관심은 자연스레 삼성그룹이 확보한 막대한 자금이 어디에 쓰일 것인가에 집중되고 있다. 삼성의 선택에 따라 국내 재계 뿐 아니라 글로벌 산업계의 지형도가 크게 뒤바뀔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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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전 부문에선 전자업계의 화두인 사물인터넷(IoT) 분야에 대한 투자를 늘려 시장 선점을 노릴 것으로 예상된다. 독자 운영체제(OS) 확보에 실패해 스마트폰 시장 주도권을 구글과 애플에 내준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타이젠' 등 소프트웨어 개발과 확산에 공을 들이는 한편 강점인 하드웨어 분야의 기술 경쟁력 강화에도 힘을 쏟아 IoT 시장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구상이다.
전자업계 차세대 먹거리로 부상하고 있는 자동차 전장부품 사업도 투자 확대가 예상되는 분야다.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발전 방향이 전기자동차와 무인자동차로 향하고 있어 차량용 반도체와 센서, 모터, 디스플레이 등 전장부품과 배터리의 시장 규모가 날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SDI는 롯데그룹에 케미칼사업부를 매각해 확보할 2조 6000억 원의 자금 중 상당수를 자동차용 전지사업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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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부회장이 금융업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높은 것도 삼성그룹 금융사업 성장에 기대를 갖게 하는 요인 중 하나다.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박사과정을 밟을 당시 선진 금융시스템에 대한 안목을 높인 그는 '삼성의 금융부문에서도 삼성전자와 같은 글로벌 기업이 나와야 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으며 본인이 이뤄내야 할 목표 중 하나로 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의 양 날개인 전자·금융사업과 함께 '이재용 시대'의 주축이 될 미래 먹거리로는 바이오 사업이 꼽힌다. 인간의 평균 수명 증가로 의료·제약 등 헬스케어 시장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는데다 △반도체 사업과 유사하게 대규모 투자와 높은 기술력을 필요로 해 진입장벽이 높다는 점 △시장 개화 후 안정적으로 고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점 등이 삼성그룹이 추구하는 신사업 전략 방향과 잘 맞아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삼성그룹의 바이오 사업 강화 의지는 최근 진행된 지배구조 개편에서도 잘 드러난다. 삼성그룹은 바이오의약품 사업을 맡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지난 9월 출범한 통합 삼성물산 계열사로 배치했다. 삼성물산이 이재용 부회장이 최대주주에 올라 있는 그룹의 사실상 지주사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 비춰보면 매우 파격적인 조치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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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관계자는 "만약 삼성의 바이오 사업이 실패하게 되면 그 손실을 이재용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삼성물산이 가장 크게 떠안게 된다"며 "아직 사업 초기라 리스크를 배제할 수 없음에도 지배구조를 이런 식으로 정리했다는 건 삼성그룹이 그만큼 바이오 사업에 대한 의지와 자신감이 크다는 걸 의미한다"고 풀이했다.
실제로 삼성물산은 합병 추진과정에서 주주들에게 바이오 사업 매출이 2020년 1조 8000억 원까지 늘어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현재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매출 규모가 1000억 원 수준에 그치고 있는 점과 비교하면 5년 안에 18배 성장을 이뤄내겠다는 구상이다.
관련 업계에선 현재 삼성 바이오계열사들이 관련 시장에서 확보한 위치와 삼성그룹의 막대한 투자 여력 등을 감안하면 이 같은 성장이 충분히 가능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은 이미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 상당한 기술력과 함께 글로벌 10위권의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향후 그룹의 전폭적 지원을 바탕으로 기술 개발과 설비 확충에 나선다면 수년 안에 글로벌 톱 메이커로 올라설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영전문가들은 이 부회장의 잇따른 비핵심사업 정리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한 전문가는 "최근 국내 제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갈수록 약화되고 있는 점에 비춰보면 핵심사업만 남기고 충분한 현금을 확보해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하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은 매우 현명한 선택으로 볼 수 있다"며 "통상 기업 오너들이 갖고 있는 약점이 '제때 버리지 못하는 것'인데 그런 면에서 이 부회장의 결단력은 높이 평가받을 만 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천문학적 투자비가 소요되는 바이오 사업은 국내에선 사실상 삼성그룹 외에는 제대로 할 수 있는 기업이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라며 "이병철 창업주가 반도체, 이건희 회장이 휴대폰 사업을 삼성그룹 역사에 남겼듯 이재용 부회장이 바이오 사업으로 새 역사를 쓰게 될지 주목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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