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정상화방안, 크레딧업계 반신반의 [고위험 업종 점검/조선업]채권단 수혈, 단기유동성 대처 가능…사업성 회복 지연, 성과 미지수
황철 기자공개 2015-11-20 10:34:53
이 기사는 2015년 11월 18일 17: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우조선해양은 2015년 국내 자본시장에 가장 큰 충격을 안겨 준 장본인이다. 조선업 장기불황과 경쟁사의 잇따른 고해성사에도 누적된 부실을 감추며 지난해까지 '나홀로 흑자행진'을 지속한 그들이었다.재무제표 곳곳에 드러난 부실 징후로 볼 때 적자 전환은 시간의 문제일 뿐이라는 분석이 제기됐지만 정작 당사자는 묵묵부답이었다. 그리고 올해 최고경영자 교체와 동시에 단행한 빅 배쓰(Big Bath). 이를 통해 드러난 부실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었다. 1분기부터 연중 내내 부실을 인식하고도 끝을 종잡을 수 없을 정도였다.
대우조선해양 자력으로는 이미 회생 불가능한 수준으로 망가져 있었다. 신용등급도 채권단 지원가능성을 배제하면 투기 중에서도 가장 밑바닥을 헤맬 정도로 수직 추락했다. 채권은행의 대대적 지원 이후 전망에 대해서도 시장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떨어질대로 떨어진 사업성을 감안할 때, 대형 조선사로서 존립에 필요한 최소한의 재무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느냐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4.2조 유동성 지원, 미봉책일 뿐?
대우조선해양의 부실은 마치 썩은 양파 껍질 같았다. 아무리 벗겨내도 끝이 없었다. 1분기 별도 기준 804억원, 연결 기준 433억원의 영업손실은 예고편에 불과했다. 2분기 연결 기준 3조399억원, 3분기 1조4469억원 등 천문학적 손실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대주주 한국산업은행 등의 실사 결과 2015년 하반기 이후 영업외손실을 포함 최대 3조원의 잠재적 추가 부실 요인이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운전자금을 포함해 내년 상반기까지 부족 자금만 4.2조원에 달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를 감안하면 3분기 결산 이후 적어도 1조원에서 1조6000억원 가량의 잠재 부실을 연내 반영할 가능성이 있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이를 토대로 4.2조원의 유동성 지원 방안을 결의했다. 유상증자와 출자전환 등 정상화 계획도 세웠다. 이를 통해 2016년까지 부채비율을 500% 이하로 낮춘다는 청사진도 내놓았다.
하지만 신용평가사를 비롯한 크레딧 시장에서는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신규 한도대출 약정 결정 등 지원의지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정상화 방안의 원활한 진행 여부와 결과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다.
당장 채권은행의 유동성 지원 후 재무구조 개선 수준에 물음표를 달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9월말 연결 기준 총차입금은 9조원에 이르고 있다. 이중 7조5000억원 가량이 1년 이내 만기도래한다.
여기에 수조원대에 달하는 운전자금 부담까지 포함하면 천문학적 규모의 현금이 필요하다. 국책은행의 지원으로 만기도래 회사채 등에 대한 대응은 가능하겠지만 7.5조에 달하는 단기성차입금(유동성장기부채 포함)과 운전자본부담을 상쇄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물론 대우조선해양과 채권은행은 세계 수위권의 수주역량과 생산능력으로 유동성 위기를 헤쳐 나갈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그러나 대규모 부실화 과정에서 보여 온 빈약한 사업성을 감안하면 단기간 내 영업현금창출력을 의미있는 수준까지 끌어올리기 쉽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판단이다.
실제로 신용평가사들은 장기업황 침체에 따른 협상력 저하와 공정관리의 효율성 저하 등 부실의 원인을 당분간 해소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해양 시추선 시장 침체로 인한 공정 지연 등으로 손익과 현금흐름의 구조적 회복 시기 역시 예상보다 지연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채권은행의 계획대로 향후 1년 동안 부채비율을 500%로 낮추는 것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평가다. 9월말 현재 대우조선해양의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1800%까지 치솟아 있다. 유동성 지원과 연계한 유상증자나 출자전환을 계획하고 있지만 아직은 구체적 방안과 실현 가능성을 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무엇보다 영업현금흐름 개선이 선행되지 않는 한 차입금 등 부채규모의 뚜렷한 감축 역시 현실성이 없다는 평가.
◇영업현금창출력 개선 없인 투기 전락 가능성 농후
신용평가사가 투기등급의 직전까지 떨어진 신용등급(BBB-)에 '부정적' 전망이나 하향검토대상 기호(↓)를 달아 둔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기업평가는 대우조선해양 신용등급에 '부정적' 전망을 제시했다. 한기평은 '채권단의 지원 방안으로 단기적 유동성난은 헤쳐나가겠지만 중장기적으로 BBB-등급의 안정성을 담보할 수 있느냐'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한기평은 "시추선 등 해양 설비의 계약 취소 및 인도 지연 등으로 추가 손실을 인식할 경우 신용등급을 하향할 수 있다"라며 "산업은행의 지원방안이 적시에 실행되지 않아 유동성 위험이 재차 발생하는 것도 등급 변동 요인"이라고 밝혔다.
NICE신용평가는 한기평보다 더욱 보수적 시각을 드러냈다. 짧으면 3개월, 길어도 6개월 이내 신용등급 하향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밝히며 와치리스트(Watchlist)에 등재해 놓았다. NICE신평은 "경영정상화 계획의 구체적 이행 시점과 방법 등에 여전히 불확실성이 존해하고 있다"라며 "추가 손실 발생 가능성과 잔금 회수 지연에 따른 차입부담 확대 가능성 등도 존재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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