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서초사옥 인근 공실률 급등 [강남상권의 위력, 위기의 동네상권]⑨삼성 계열사 이전 영향…권리금도 사라져
이상균 기자/ 이충희 기자공개 2015-12-14 10:17:03
[편집자주]
경제력 집중 현상은 비단 기업에만 해당하는 일이 아니다. 상권도 마찬가지다. 지하철과 광역버스, KTX 등 교통 인프라 구축은 대형 상권을 더욱 살찌우고 경쟁관계 혹은 보완관계였던 동네상권을 흡수하거나 없애 버린다. 강남 상권은 지하철역 2호선과 광역버스 덕분에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첫 손가락 안에 꼽히는 대형 상권으로 성장했다. 지난 2011년 10월 개통한 신분당선은 화룡점정이 됐다. 이제 강남상권은 경기도 남부의 수요까지 흡수하고 있다. 과거 영화를 누리다가 강남상권의 확대로 이제는 쇠락해버린 정자상권, 변화의 기로에 선 이수상권, 강남상권의 영향을 간신히 피한 서현과 야탑상권 등을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15년 12월 07일 08: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 서초사옥 입주는 주변 상인들과 부동산 관계자들의 기대에 한참 어긋났다. 삼성직원들의 소비가 내부 사옥에서 상당 부분 이뤄지면서 주변 상권은 활성화되지 못했다. 건물 임대료만 오르면서 건물주만 웃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최근에는 건물주들도 좌불안석이다. 삼성 계열사가 대거 수원으로 이동하면서 주변 건물들의 공실률도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삼성 계열사 대거 이탈에 직격탄
지난 2일 찾아간 강남역 7번출구~우성아파트 사거리의 600m 구간은 북쪽의 강남역~신논현역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양복을 입은 직장인들이 많았고 연령대도 상대적으로 높았다. 유동인구도 적었다. 주변 상가 중 화장품과 옷가게 등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술집과 음식점, 사우나, 노래방 등이 가장 많이 눈에 띄었다. 높은 임대료 탓에 북쪽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웠던 김밥집과 도시락집도 위치했다.
이 구간을 을씨년스럽게 만든 요인 중 하나는 건물 정문에 ‘임대'라고 써진 입간판이었다. 삼성 서초사옥에서 가까운 서초 홍우빌딩은 지상 19층 중 절반이 넘는 10개층(4, 6, 8, 9, 10, 11, 12, 13, 16, 18층)이 비어있다. 지상 21층 규모의 나라빌딩도 4개층(9~12층)이 공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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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흥빌딩은 지상 16개 층 중 3개층(5, 9, 10층), 삼성화재 서초사옥은 3개층(5, 10, 12층), 우남빌딩은 1개층(3층), 신덕빌딩은 2개층(3, 7층)이 비었다. 강남대로를 건너 맞은편에 위치한 대륭강남타워도 공실률이 35%에 달한다. 총 20개층 중 7개층(12~18층)이 비었다. 삼성 서초사옥에 가까운 건물일수록 공실률이 높다는 점도 특징이다.
공실률 급증의 가장 큰 원인은 삼성 계열사의 대거 이탈이다. 이는 서초 홍우빌딩과 삼성화재 서초사옥, 대륭강남타워 등에 해당한다. 대륭강남타워의 경우 삼성물산 건설부분이 입주해 있다가 대거 빠져나갔다. 그동안 높은 임대료를 감당해주었던 삼성 계열사의 이탈 이후 이를 메워줄 만한 후보가 없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경기불황의 그늘이 짙게 그리워져있다.
강남역의 부동산 관계자는 "공실률이 가장 높은 서초 홍우빌딩의 경우 주변 건물에 비해서도 임대료가 20~30% 이상 비쌌던 곳"이라며 "삼성 서초사옥 입주 이후 건물주들이 임대료를 지나치게 올린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 서초사옥 인근 건물 상가는 권리금이 사실상 제로가 됐다"며 "요즘 경기가 안 좋다보니 이렇게 높은 임대료를 감당하려는 기업들도 줄었다"고 덧붙였다.
◇건물 전체 임대하는 통상가 유행
강남역 7번출구~우성아파트 사거리의 대로변 뒤쪽은 예상보다 공실이 덜 했다. '임대' 혹은 '건물 매각'이라고 써진 입간판, 현수막 등이 보였지만 대로변 건물만큼은 아니었다. 이곳은 주로 상가건물이나 주상복합 오피스텔이 많았다. 아직 대로변 건물의 공실률 급증 여파가 미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물론 정확한 파악이 어려운 측면도 있다. 대로변 건물은 1층만 가도 층별 입주자 현황을 알 수 있지만 작은 사무실이 많은 오피스텔은 일일이 확인이 어렵다. 대로변에 비해 낡은 건물도 많았다.
강남역 2번출구~우성아파트 사거리는 대륭강남타워를 제외하고는 대로변에 '임대' 간판이 붙여진 건물이 없었다. 대륭강남타워 옆에는 미왕빌딩 신축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이곳은 맞은편과 분위기도 달랐다. 직장인이 적고 젊은 층의 비중이 더 높았다. 이곳에 위치한 YBM어학원과 강남대성학원의 영향으로 여겨진다. SPA 브랜드인 유니클로와 버거킹, 올리브영 등이 보였다. 건물 고층으로 올라갈수록 성형외과의 숫자도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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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건물 중 하나는 지상 4층 규모의 SPC스퀘어다. 외관이 모두 유리로 돼 있는 이 건물에는 SPC그룹의 디저트카페와 피자전문점, 육가공요리 등 6개 브랜드가 모여 있다. 브랜드마다 별도의 칸막이 없이 영업을 하고 있다는 점이 특이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가로수길과 경리단길, 홍대 등지에서는 기업들이 건물을 통째로 임대해 쓰는 이른바 '통상가'를 선호한다"며 "높은 임대료를 감당할 수 있고 젊은 층에게 브랜드 인지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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