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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배제한 헤지펀드…오직 데이터로 승부 [헤지펀드 전략] ④미래에셋·현대운용 퀀트전략 활용...국내선 정성평가도 병행

최은진 기자/ 정준화 기자공개 2015-12-14 10:36:34

[편집자주]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헤지펀드(전문투자형 사모펀드) 설립의 문턱이 대폭 낮아졌다. 이에 따라 헤지펀드 설립이 줄을 이을 것으로 예상된다. 헤지펀드는 무수히 많은 전략을 활용해 절대수익을 추구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는 롱숏 등 일부 전략이 대부분이었지만 앞으로는 더욱 다양한 전략들이 등장할 것이다. 이에 헤지펀드가 활용하는 전략에는 어떤 것들이 있으며 실제 어떻게 적용하고 있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15년 12월 09일 15: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인간의 직관이냐, 컴퓨터의 정교한 분석이냐. 이는 자산운용업계에서 언제나 뜨거운 논쟁거리가 됐다. 수학이나 공학을 전공한 펀드매니저가 많은 월가에서는 이러한 논쟁이 특히 활발하다.

미국 수학자 출신 펀드매니저 제임스 사이먼스가 1982년 세운 퀀트(Quant) 전문기업 르네상스테크놀로지는 설립 후 10년간 2478%라는 경이로운 수익률을 거뒀다. 뿐만 아니라 금융위기로 인해 전세계 주식시장이 혼란에 빠진 지난 2008년에도 연 80%의 성과를 기록했다. 이는 당시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해서웨이가 설립 이래 최악의 실적을 기록한 것과 비교되며, 투자세계에서 컴퓨터가 인간의 직관보다 우세할 수 있다는 대표적인 사례가 됐다.

국내 헤지펀드 시장에서도 퀀트는 주요 전략 중 하나다. 41개 헤지펀드 중 6개가 퀀트전략으로 운용되고 있다. 특히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주식형 헤지펀드 4종 모두가 퀀트를 활용하고 있다. 주가, 이익전망치, 펀더멘탈 지표 등을 스코어링하고 매수·매도 후보군을 선정한다. 특정 업종의 퀀트 스코어가 상위의 매수 종목군에 집중 시, 상위 종목을 매수, 지수선물을 매도하며 수익 추구한다. 또 주가가 급변하거나 주가 흐름의 추세가 있는 경우를 수익실현 기회로 설정하고 이를 포착해 매매할 때도 퀀트가 활용된다.

이러한 퀀트전략을 통해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변동성을 낮게 유지하는 한편 꾸준한 수익률을 기록하며 높은 위험조정 수익률을 나타내고 있다. '미래에셋스마트Q오퍼튜니티전문사모투자신탁'의 경우 최근 46개월 중 31개월을 플러스 성과를 기록했다. 연환산 수익률 5.84%에 펀드변동성은 3.7%로, 안정적이면서도 높은 월간 승률을 나타내고 있다.

이밖에 현대자산운용의 '콘티키전문사모1호 종류C-s'와 키움자산운용의 '거북선 아시아퍼시픽 토탈리턴 전문사모투자신탁제1호'도 퀀트를 통해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

퀀트는 펀드매니저의 주관적인 판단을 배제하고 수학적인 계량모델을 활용해 미리 시스템화 된 원칙에 따라 투자하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 실적, 과거 주가 등 각종 데이터를 바탕으로 수학적 모델을 구축하고 그에 따라 시장 상황 및 주가 등을 평가해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매매를 실행한다. 미국에서는 수학이나 과학을 전공한 펀드매니저들이 많아 퀀트전략이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다. 이러한 퀀트방식을 통해 걸러진 종목들을 일정한 매매규칙을 정해 일관성 있게 매매하는 것을 시스템 트레이딩(System trading)이라 부른다.

퀀트전략을 활용하는 주된 이유는 수익실현 기회를 포착하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변동성을 관리하겠다는 목표도 주요배경이다. 펀드매니저가 미처 포착하지 못한 급변하는 시장상황을 유연하고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해줄 수 있다.

하지만 전적으로 퀀트전략에만 의존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기계적이면서도 정교한 분석이 오류를 줄여준다는 장점은 있지만, 정성평가가 필요한 시장 상황까지 대응하기엔 역부족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예를들어 중앙은행이 갑자기 금리를 조정하거나 양적완화에 돌입하는 등의 사건에 대해서는 퀀트가 인식하고 대응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일각에서는 정부나 중앙은행 등의 시장개입이 시장을 왜곡하고 더 나아가 퀀트트레이딩을 망가뜨리고 있다는 비판까지 내놓을 정도다.

그럼에도 국내시장에서는 퀀트의 활용도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특히 최근 핀테크와 로보어드바이저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퀀트운용을 주목하는 경우가 많다. 옵투스투자자문과 같이 퀀트전략을 기반으로 한 자문사가 명성을 얻는 것은 물론 일부 퀀트전문가들은 퀀트 전문 헤지펀드 운용사 설립도 추진하고 있다.

한 증권사 프랍트레이더는 "요즘 펀드매니저들은 종목분석이나 운용에 있어 퀀트를 일부 활용하고 있다"며 "40~ 50개 정도의 변수를 중심으로 모델을 만들어 매일매일 리뷰하면서 가장 잘 맞는 몇 가지를 골라 실제 매매에 적용하는 방식으로 활용한다"고 말했다. 다만 "역사적으로 퀀트에만 의존한 실패사례도 있기 때문에 전적으로 퀀트운용에만 맡길 수 없어 매니저 직관과 함께 활용되곤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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