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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현대상선 조건부 B등급...구조조정 유예한 속내? 구조조정 실효성 '낮다' 판단

안경주 기자공개 2016-01-04 13:12:05

이 기사는 2015년 12월 31일 17:2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현대상선이 구조조정 대상에서 제외됐다. 주채무계열 소속기업인 만큼 별도의 신용위험 등급을 받지 않지만 등급을 구분한다면 '조건부 B등급'을 받았다. 이번 결과는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평가를 바탕으로 이뤄졌다. 그동안 현대상선에 구조조정을 강하게 요구해 왔던 산업은행이 사실상 구조조정을 유예해 준 것이다. 한계에 이른 현대상선이 구조조정 대상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는 예측이 제기됐던 만큼 이 같은 결정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2015년 대기업 수시 신용위험평가 결과를 31일 발표했다. 금융권 신용공여액 500억 원 이상 대기업 중 368개사에 대한 평가를 진행했으며, 동아원, 동부제철 등 19개사가 구조조정 대상기업(C·D등급)에 선정됐다. 4단계 평가(A~D등급) 중 A·B등급은 정상기업, C등급은 워크아웃, D등급은 법정관리 대상으로 분류된다.

현대상선은 애초 구조조정 대상으로 거론됐으나 이번 평가에서 빠졌다. 자본잠식 상태인 현대상선은 총차입금이 4조5400억 원(10월 말 기준)에 달한다. 원칙대로라면 대기업 수시 신용위험평가에서 C등급 또는 D등급을 받아야 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신용위험평가는 회사 정상화 진행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했다"며 "구조조정 대상기업에 포함시킬 경우 자구계획안을 토대로 진행되고 있는 정상화 방안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2013년 말 2조9000억 원의 자구계획을 내놓은 뒤 투자유치 등 다양한 방법으로 2조5000억 원을 마련, 89.2%의 자구계획안 이행률을 기록했다.

산업은행의 이 같은 판단은 C등급 또는 D등급을 부여해 구조조정에 들어가더라도 뾰족한 방안이 없다는 현실적 이유가 더 강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증권 매각불발 이후 현대상선 측과 추가 자구계획안을 놓고 몇 차례 논의를 했지만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다. 자구계획안 제출 시점도 정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산은 관계자는 "현대상선 측이 다양한 방안을 갖고 고민하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언제까지 추가 자구계획안을 낼 수 있을지 예측하기 힘들다"며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에 들어가더라도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현대상선에 C등급을 부여해 워크아웃을 추진하더라도 채무조정 등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은행 차입금 등 협약채권이 전체 채권액의 30%에 불과해 워크아웃을 추진하더라도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다. 현대상선이 1년 이내 상환해야 하는 차입금은 회사채 1조7000억 원 가량되는 반면 대출금은 1조 원 안팎이다.

팬오션 사례를 참고해 법정관리를 활용한 구조조정도 마땅치 않다. 팬오션의 경우 벌크선 중심으로 운영되는 만큼 법정관리를 계기로 용선계약을 다시해 용선료 부담을 낮출 수 있었다. 현대상선은 컨테이너선 비중이 70%에 달해 팬오션과 다르다. 벌크선은 장기 용선계약이 중심인 만큼 재계약을 통해 용선료를 낮출 수 있지만 컨테이너선은 스팟 시장을 중심으로 이뤄져 이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없다는 분석이다.

워크아웃처럼 채권단 주도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 국제 해운동맹에서 제외된다는 점도 고려됐다. 국제해운동맹에서 제외되면 물동량 확보가 안돼 당장 영업에 타격을 받게 된다. 산은 다른 관계자는 "국제해운동맹에서 빠지게 되면 영업이 더 어려워져 매각이나 합병을 제외하면 청산 가능성이 크다"며 "매각·합병 등을 강요할 수 없다는 점 등 여러 요인들이 반영됐다"고 말했다.

한편 산은은 현대상선의 추가 자구계획안을 확정하고 내년 대기업 정기 신용위험평가에서 등급을 재부여 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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