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렉스컴 M&A, 왜 파국으로 치닫나 M&A 본계약 보다 유상증자가 선행조건..적대적 M&A, 소송전으로 갈듯
박제언 기자공개 2016-01-05 08:00:13
이 기사는 2016년 01월 04일 14: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연성 인쇄회로기판(FPCB) 제조업체 플렉스컴이 위기에 빠졌다. 삼성전자의 1차 협력사로서 위상은 온데간데없다. 실적 부진으로 회사가 휘청거리더니 급기야 적대적 인수·합병(M&A)의 표적으로 전락했다. 회사 설립자인 하경태 대표의 지분도 절반 이상 반대매매됐다.플렉스컴은 3개월 동안 두 번이나 M&A계약이 깨졌다. 지난해 9월과 12월 인수 희망자들이 계약조건 대로 하 대표 혹은 플렉스컴에 돈을 납입하지 않아 계약이 해지됐다.
박동혁 어울림모터스 대표의 플렉스컴에 대한 적대적 M&A 선언은 지난 12월 24일 플렉스컴 주식 양수도계약 해지 직후다. 과거 운영하던 어울림모터스의 이름을 빌려 보도자료 배포를 통해 적대적 M&A를 선언했다. 박 대표는 오는 3월 플렉스컴 정기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을 통해 플렉스컴 이사회를 장악하겠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
다만 플렉스컴 이사회 구성원의 임기는 대부분 2017년 3~12월까지다. 등기이사들이 사의를 표명하지 않는 이상 주주총회에서 특별결의를 통해 해임시켜야 한다. 박 대표는 특별결의를 성사시킬 만큼의 의결권을 모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하 대표는 박 대표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계약 위반의 주체는 박 대표라는 주장이다. 돈이 오간 계약이 아니었기 때문에 박 대표의 행동이 더욱 이상해 보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플렉스컴 M&A 핵심 '유상증자'
하경태 대표에 따르면 지분 양수도 계약에서 선결 조건은 플렉스컴에 대한 수혈이었다. 하 대표 본인의 지분 매각 보다 회사를 우선 살려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유상증자와 관련된 내용은 부속합의서에 명기됐지만 사실상 본계약이라고 하 대표는 강조하고 있다.
하 대표는 "본계약에 유상증자 내용을 담게 되면 증자 결정 등의 공시를 해야 했다"며 "인수희망자가 만약 증자대금을 납입하지 못하게 되면 플렉스컴이 공시 위반을 뒤집어쓰게 될 수도 있었다"고 전했다.
하 대표는 박동혁 대표가 유상증자 대금 200억 원을 약속한 날까지 납입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M&A 계약은 파기됐다는 설명이다.
M&A 계약에 포함된플렉스컴 유상증자에 대한 박 대표의 입장은 다르다. 유상증자 대금의 사용목적에 대한 의구심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박 대표에 따르면 하 대표는 유상증자 대금을 매입채무 등을 갚을 용도로 쓰려 했다. 이는 하 대표의 주장과도 일맥상통한다.
하지만 박 대표는 향후 고객처가 될 매입처를 우선 만나야 했다고 지적한다. 플렉스컴 인수예정자였던 박 대표 본인이 직접 매입처를 만나 채무기간을 연장해 플렉스컴 유상증자에 대한 부담을 줄여보려했다는 주장이다. 이를 하 대표측에서 극구 반대하며 매입처와의 만남을 주선조차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하 대표는 이에 대해 터무니 없었다고 일축한다. 하 대표는 "아직 인수자도 아니었던 박 대표를 매입처들이 만나려 하지도 않았고 만날 이유도 없었다"고 말했다.
◇하경태 "M&A 계약금 보다 유상증자가 선결조건"
하 대표와 박 대표의 M&A 계약은 애당초 잘못됐다는 말도 나온다. 계약금도 없이 시작된 M&A 계약이 제대로 성사되긴 불가능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총 양수도 대금이 150억 원이었지만 계약금이나 중도금 없이 진행된 M&A 계약이었다. 총 M&A 대금의 10%를 계약금으로 매각자에게 지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박 대표는 "하 대표 보유 주식 대부분이 담보로 맡겨진 상황이었다"며 "잔금을 치르면 그 자리에서 대출기관에 돈을 갚겠다는 방식이었다"고 전했다. 일반적으로 계약금을 내고 주식을 일부 받아오는데 하 대표는 계약금에 따른 주식을 줄 형평이 되지 않아 계약금 자체를 받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하 대표는 "아파트 매매를 할 때 계약금 냈다고 방을 하나 내주느냐"며 "계약금은 계약금일 뿐인데 주식을 왜 내줘야하느냐"고 일축했다. 계약금 보다 유상증자가 중요했기 때문에 계약금을 생략했다는 주장이다.
◇지루한 소송전으로 가나?
박 대표는 지난 29일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에 하 대표를 상대로 '직무집행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박 대표가 최근 플렉스컴을 적대적 M&A할 것이라고 선언한 이후 행한 첫 번째 공식적인 조치다.
박동혁 대표는 "실사를 통해 알게된 회사 상황을 감안하면 하 대표가 더 이상 대표이사직을 유지하면 안 된다는 판단에따라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하기에 이르렀다"고 전했다.
하 대표 역시 박 대표에게 경고하고 있다. 이번 M&A 계약 파기 이후 도를 넘는 행동을 한다면 법적 대응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 대표는 "박 대표가 주식 양수도계약을 한 상황에서 서류를 위조한 사실 등을 알고 있다"며 "플렉스컴의 실사보고서로 돈을 구하러 다닌 다는 소문도 있다던데 실사보고서에는 외부 유출 금지조항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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