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전자, 엇갈린 IoT 전략 삼성, 독자 플랫폼 구축 vs LG, 글로벌 공조·범용성 확보
정호창 기자공개 2016-01-11 08:22:02
이 기사는 2016년 01월 07일 07: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인 'CES 2016'가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지난 6일(현지시간) 개막된 가운데 국내 가전업계 맞수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전자업계 미래 먹거리인 사물인터넷(IoT) 시장 선점을 위해 뜨거운 경쟁을 펼치고 있어 주목된다. 특히 '시장 주도권 확보'라는 지향점은 같지만, 이를 실현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전략적 행보에는 뚜렷한 차이를 나타내고 있어 더욱 눈길을 끈다.삼성전자는 현재 자사가 개발 주도권을 쥐고 있는 타이젠(TIZEN) 운영체제(OS)를 기반으로 스마트 TV를 중심으로 한 IoT 생태계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 특히 이번 CES에서는 스마트 TV 리모컨 하나로 셋톱박스 등 주변기기를 제어할 수 있는 '스마트 허브' 서비스와 IoT 기술이 본격 적용된 '패밀리 허브 냉장고' 등을 공개하며 IoT 사업 강화 의지를 드러냈다. 소비자들의 일상에 보다 파고들어 IoT 활용도와 접근성을 높이고 의미 있는 변화를 이끌어내겠다는 의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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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맞서는 LG전자는 '스마트씽큐 허브(SmartThinQ Hub)'를 처음 선보이며 스마트홈 시장 주도권 잡기에 나섰다. 스마트씽큐 허브는 △스마트홈 서비스를 지원하는 홈 게이트웨이 △가전제품 상태 뿐 아니라 개인 일정, 날씨 등의 정보를 화면과 음성으로 제공하는 알림 센터 △프리미엄 스피커 기능 등을 수행하는 IoT 제품이다.
LG전자는 이와 함께 지름 4㎝ 가량의 원형 탈부착형 장치인 '스마트씽큐 센서(SmartThinQTM Sensor)'도 함께 전시했다. 이 센서를 스마트 기능이 없는 세탁기, 냉장고, 에어컨 등 일반 가전제품에 부착하면 스마트폰 등을 통해 작동 상태 확인과 원격 제어 등이 가능해진다.
두 회사가 추구하는 IoT 전략의 가장 큰 차이점은 플랫폼과 생태계 구축에 대한 접근 방식이다. 삼성전자는 자사 제품과 플랫폼 중심의 IoT 생태계 구축을 통해 시장 주도권 확보를 노리고 있고, LG전자는 글로벌 기업들과 공조해 보다 범용성 높은 플랫폼과 생태계 환경을 만들고 그 속에서 탄탄한 기반을 구축하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같은 전략에 따라 삼성전자는 타이젠 개발과 보급에 큰 공을 들이고 있고, LG전자는 구글과 퀄컴 등의 글로벌 기업들이 주도하는 IoT 플랫폼 개발 얼라이언스에 참여해 다양한 플랫폼과 연동될 수 있는 제품 개발에 신경을 쓰고 있다. 구글의 '브릴로', 퀄컴과 MS 주도의 '올조인' 등이 LG전자가 참여하고 있는 IoT 플랫폼 프로젝트이다. LG전자가 이번에 발표한 스마트씽큐 허브는 미국 유통업체인 로우스(Lowe's)의 IoT 플랫폼인 '아이리스'와도 연동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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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와 LG전자가 이처럼 구분되는 IoT 전략을 추진하게 된 배경에 대해 전자업계에선 스마트폰 시대 개화 이후 두 회사가 겪은 실패 경험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애플의 아이폰에 의해 스마트폰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린 후 글로벌 1위 스마트폰 제조사 위치에 올라섰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이 같은 성과 뒤에는 늘 시장 패권을 제대로 쥐지 못한 '반쪽짜리 성공'이란 수식어가 따라 붙었다. 자체 OS를 확보하지 못해 스마트폰 플랫폼과 생태계를 애플과 구글에 내어줬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IoT 시장에선 이 같은 전철을 밟지 않겠단 의지를 다졌고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독자 OS 구축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와 달리 IoT 시장은 적용 제품군이 다양하기에 종합 가전업체로서 오랜 제조경험과 노하우를 가진 기업이 시장 선점에 유리하고 시너지 효과도 크다는 점도 삼성전자가 이 같은 전략을 수립하는데 힘을 실어줬다.
반면 LG전자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보다 더 큰 아픔을 겪었기에 글로벌 기업과의 공조 및 범용성에 초점을 맞추게 되었다는 분석이다. 한때 글로벌 휴대폰 시장 3위 자리에까지 올라섰던 LG전자는 스마트폰 시장에 조금 늦게 진입한 결과로 선도업체에서 밀려나는 수모를 겪었다. LG전자가 스마트폰 시장 진입을 주저한 기간은 불과 몇 개월에 불과하지만, 그 짧은 기간 동안 소비자들의 뇌리에 삼성전자와 애플의 양강 체제가 확고히 자리잡아 LG전자가 파고들 틈이 없었기 때문이다.
한 순간의 전략적 판단 착오로 과거의 시장 지위를 상실한 LG전자는 현재 중국 업체 등 후발주자들과의 경쟁에서도 약세를 나타내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같은 아픈 경험이 LG전자에 큰 트라우마로 남아 IoT 사업 전략에선 무엇보다 '속도'와 '안정성' 등에 우선순위를 두게 만들었다는 것이 전자업계의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LG전자는 IoT 시장 초기단계부터 범용성을 바탕으로 빠르게 진입해 '안착'해야만 향후 주도권 경쟁 대열에 합류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리고 독자 노선이 아닌 글로벌 기업과의 공조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삼성전자에 대해선 "스마트폰 OS 시장의 주도권은 내줬지만 삼성은 하드웨어 부문에선 이미 글로벌 기업으로서 확고한 위상을 구축하는데 성공했다"며 "이런 자신감을 바탕으로 IoT 시장에선 조금 더디더라도 독자 운영체계와 플랫폼 구축을 통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아우르는 진정한 패권을 손에 넣겠다는 비전과 전략을 수립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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