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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무원식품, 영구채·RCPS 자본성은 '꽝' 과도한 스텝업 조항, 자본 인정 조건 미비…신용평가 상 재무부담 오히려 가중

이길용 기자공개 2016-01-11 07:48:00

이 기사는 2016년 01월 07일 08: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풀무원식품이 영구채와 전환상환우선주(RCPS) 발행을 통해 자본확충에 나섰다. 하지만 채권 성격이 지나치게 강해 신용평가사들로부터 자본성을 인정받기에는 많은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신용평가 3사는 영구채와 RCPS 계약 조건을 면밀히 파악해 신용등급 평정에 나설 계획이다.

◇ 영구채·RCPS로 자본확충 마무리...부채비율 낮춰

풀무원식품은 지난달 15일 100억 원의 영구채를 발행했다. 만기는 30년으로 발행 3년 후 풀무원식품이 조기상환청구권(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 금리는 6%이고 3년 후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으면 스텝업(Step-Up) 금리가 200bp나 적용된다. 그 뒤 1년마다 50bp씩 추가로 이자가 붙는다.

조기상환에 나서지 않을 경우 지불해야 할 비용이 지나치게 크다. 영구채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채무 상환의 연기 가능성이 적다. 그만큼 신용평가 상 자본성 인정 비율도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지난달 29일에는 500억 원 규모의 RCPS를 발행했다. 액면가 5000원짜리 신주 71만 4285주가 발행되며 발행가는 7만 원으로 책정됐다. RCPS는 'IBK-SKS 중소중견 글로벌투자 파트너쉽 사모투자전문회사'가 인수했다.

풀무원식품은 발행일을 기준으로 3년이 되는 시점인 2018년 12월 29일부터 우선주 50%에 대한 상환 권리를 갖는다.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 청구가 이뤄질 경우 곧바로 상환을 청구할 수 있다. 투자자는 같은 기간부터 우선주 전부에 대한 매입을 요청할 수 있다. 상환가액은 발행금액에 연복리 6.5%를 가산한 금액이다. 이번 우선주는 참가적·누적적 우선주로 분류된다.

이것으로 풀무원식품의 회계상 자본확충은 마무리됐다. 풀무원식품은 지난 7월 재무적 투자자(FI)인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자회사 스텔라 인베스트먼트 홀딩스(Stella Investment Holdings)에게 유상소각 방식으로 1482억 원을 지불했다. 해외 자회사 실적 부진으로 기업공개(IPO)가 연기되자 FI측에서 엑시트를 시도한 것이다.

풀무원식품은 FI의 엑시트로 부채비율이 170%에서 432%로 급증했다. 자본확충 필요성이 제기되자 모회사인 풀무원은 영구 신주인수권부사채(BW)와 영구 전환사채(CB)로 총 700억 원을 조달했고 이 자금을 풀무원식품에 유상증자 형태로 지원했다.

모회사로부터 유상소각 자금의 절반만 지원받은 풀무원식품은 자체 신용도로 영구채와 RCPS를 발행해 나머지 자본을 확충했다. 지난해 3분기 말 풀무원식품의 부채비율은 258%다. 영구채·RCPS로 확충한 600억 원을 추가할 경우 회계상 부채비율은 190%까지 낮아진다.

◇ 투자자에게 유리한 조건...신평사 자본 인정 어려워

풀무원식품이 회계적으로는 자본확충에 성공했지만 신용평가사들에게 영구채와 RCPS 자본성을 기대한 만큼 인정받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신평사마다 기준이 다르지만 신용등급이 A-(안정적)인 풀무원식품이 신종자본증권 형태로 자금을 조달하다보니 투자자에게 유리한 조건이 많이 담겼다.

영구채의 경우 콜옵션 시점이 발행 3년 후로 설정됐고 스텝업이 200bp에 달한다. 신평사들은 콜옵션 행사 시점을 5년 후로 설정하고 스텝업을 100bp 이하로 낮춰야 상환 강제성이 그나마 낮은 것으로 평가한다. 한국신용평가의 경우 풀무원식품과 구조가 비슷한 신세계건설의 영구채를 아예 부채로 분류한 바 있다.

RCPS도 높은 자본성을 인정받기 어렵다. RCPS는 프로덕트 구조상 우선주로 분류돼 영구채보다 후순위성이 높다. 다만 투자자들에게 풋옵션이 있을 경우 신평사들은 RCPS의 자본성을 대폭 차감한다. 한기평의 경우 RCPS에 상환의무가 있거나 풋옵션이 존재할 경우 자본이 아닌 부채로 분류한다.

신평사들은 아직 풀무원식품에 대한 평정 내용을 밝히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다만 자본확충이 이뤄진 만큼 영구채와 RCPS와 관련된 계약 및 구조 등을 면밀히 검토해 1~2월 이내로 평정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공시된 내용 이외에 구체적인 계약 구조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현재까지 나온 정보 만으로 분석했을 때 자본성을 크게 인정받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며 "풀무원식품의 궁극적인 자본확충은 해외 자회사 실적 개선을 통한 IPO가 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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