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무원, RCPS 투자자에 '경영참여' 보장 사외이사 선임권 부여, 신용강등 압박 '파격조건' 제시
길진홍 기자공개 2016-01-07 08:18:32
이 기사는 2016년 01월 06일 07: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풀무원식품이 상환전환우선주를 발행하면서 투자자에게 이사 선임권을 부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적 저하와 기업공개(IPO) 불발로 인한 대주주 자본금 회수로 신용등급 강등 압박을 받고 있는 가운데 외부 투자자 유치를 위해 경영 참여를 허용한 것으로 분석된다.풀무원식품은 지난달 이사회를 열고 500억 원 규모의 RCPS 발행을 결의했다. 주당 액면가 5000원짜리 주식 71만 4285주를 발행한다. 신주는 'IBK-SKS 중소중견 글로벌투자 파트너쉽 사모투자전문회사'가 인수했다. 2015년 12월 29일 주금납입을 마쳤으며 오는 13일 신주가 교부될 예정이다.
그룹 지주사이면서 모회사인 풀무원은 투자자인 IBK-SKS 중소중견 글로벌투자 파트너쉽 사모투자전문회사와 주주간 약정을 체결했다.
풀무원은 주주간 약정에 따라 IBK-SKS 중소중견 글로벌투자 파트너쉽 사모투자전문회사에 이사선임권을 부여하고, 동반매도참여권(Tag-along Right)과 공동매각요청권(Drag-along Right), 주식매수청구권(Put Option) 등의 권리를 제공한다. 풀무원이 투자자를 상대로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은 우선매수권(Right of First Refusal)으로 제한된다. 사실상 일방적으로 투자자 요구를 들어준 셈이다.
특히 투자자는 풀무원식품의 비상근 사외이사 또는 기타 비상무이사 1인을 선임할 수 있다. 주주총회나 이사회에서 발언 기회를 갖는 의결권을 확보한 셈이다. 다만 IBK-SKS 중소중견 글로벌투자 파트너쉽 사모투자전문회사가 경영에 직접적으로 참여할지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 당분간 안정적으로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한 경영 감시 활동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풀무원식품 이사진은 사내이사 4명과 사외이사 1명 등 5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효율 사장을 비롯해 유창하 NFB 비전전략경영원장, 이상윤 이사, 이상부 이사 등이 사내이사로 등재돼 있다. 신규 사외이사는 풀무원식품 핵심 구성원들과 당분간 한솥밥을 먹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그 동안 전례에 비춰보면 파격적인 조치다. 풀무원식품은 지난 2011년 11월에도 전환우선주를 발행해 자본을 확충했다. 당시 홍콩계 사모펀드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AEP)의 자회사 '스텔라인베스트먼트홀딩스(SIH)'가 1000억 원을 출자했다. 주당 발행가액, 발행주식수, 상환기간 등의 조건 외에 별도의 주주간 약정을 체결하지 않았다.
풀무원이 이처럼 불평등한 약정을 받아들인 배경으로 신용도 저하가 꼽힌다. 지난해 IPO 불발로 스텔라인베스트먼트홀딩스가 투자금을 전액 회수하면서 자본 결손이 1500억 원에 달했다, 미국법인 등 해외법인 손실이 겹치면서 신용등급이 떨어질 위기에 처했다. 2015년 3분기 연결기준 풀무원식품 자산은 5958억 원으로 부채가 4295억 원, 자본이 1663억 원에 달한다. 부채비율은 258.26%로 전년 동기대비 74.73%포인트 올랐다.
신용평가사들은 은행 차입이 아닌 유상증자를 통한 외부 투자자 유치를 주문했다. 외부 투자자 유치가 불발될 경우 신용등급 하락이 불가피하다. 그만큼 풀무원이 긴박했다는 얘기가 된다.
풀무원식품은 지난해 풀무원의 현물출자와 이번 RCPS 발행으로 자본결손금을 대부분 메우게 됐다. 다만 투자자에게 구속력 있는 상환 약정이 맺어진 RCPS가 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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