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혁신의 승부사 [CEO성과평가]업계 최장수 CEO…실적·점유율 하락 '숙제'
이승연 기자공개 2016-01-12 10:00:48
이 기사는 2016년 01월 11일 10: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태영의 현대카드는 늘 업계의 혁신을 주도해 왔다. 업계 최초로 '선(先)할인 후(後)적립'의 세이브 포인트 제도를 도입, 그 전까지만 해도 소비자들이 '혜택'이라 느끼지 못했던 포인트나 마일리지에 가치를 불어 넣었다. '카드사용=할인=포인트 적립'이라는 공식이 정립되면서 고객들이 할인을 위해 카드를 발급 받는 기현상이 발생했고 이는 카드 업계의 한 소비 패턴으로 자리 잡았다.플라스틱 카드에 '디자인'을 접목시켰으며 생수, 와인, 보드카 사업 등을 통해 현대카드식 디자인을 대중화시켰다. 엄연한 카드사지만 업계 내 음악·여행 등 문화 마케팅을 선도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미술과 패션 등으로 사업 영역을 더욱 넓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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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업계 '혁신'의 아이콘
현대카드가 상대적으로 혁신적이면서 과감한 사업을 할 수 있었던 데는 '최장수 CEO'라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다른 카드사들의 경우 대표이사(CEO) 임기가 1~3년 수준이다 보니 실적 위주의 경영 전략 외에는 엄두를 내기 어려웠던 반면 정태영 부회장은 최장수 CEO로서 자유롭고 과감한 사고가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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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지난 2014년에 선보인 '챕터 2'는 혁신을 강조하는 정 부회장의 경영 전략이 잘 드러났다는 평가다. 스스로 주도해 온 포인트·캐시백 소비 시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킨 것. 그간 복잡하고 세분화된 상품 체계를 '포인트'와 '캐시백' 두 축으로만 단순화시켜 모든 혜택을 카드 사용에 따라 차곡차곡 쌓는 '리워드'에만 집중했다.
이는 업계에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고 대부분의 카드사들이 비슷한 형태의 상품을 잇따라 선보이면서 표절 논란이 일기도 했다.
플라스틱 카드의 디자인 경쟁 역시 현대카드에 의해 촉발됐다. 화려한 그래픽 디자인에 회사 로고나 사명을 찍어내던 방식과 달리 현대카드는 디자인만으로 현대카드임을 알 수 있도록 만들었다. 업계 평균 카드 디자인 개발 비용이 20만 원인 데 반해 현대카드는 약 1억 원을 투입했으며 카림 라시드, 레옹 스탁 등 해외 유명 디자이너들에게 카드 디자인을 맡기기도 했다.
정 부회장의 혁신은 단순히 카드 사업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카드 사업을 통해 입증된 현대카드의 디자인 경영은 지난 2009년을 기점으로 고무장갑, 버스 승차대 등 단순 시각물에서 생수, 와인, 보드카 등으로 확대됐다.
내용물을 제공하는 중소기업에 디자인을 무상으로 제공하며 대기업-중소기업 동반 상생이라는 정부 정책을 실현함과 동시에 생필품과 공공장소 등 예상치 못한 곳에서 현대카드만의 브랜드 이미지를 지속적으로 노출, 상당한 마케팅 효과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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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 못 쫒는 실적·점유율 '숙제'
여러 노력이 더해지며 현대카드의 건전성은 카드업계 최상위권이다. 2015년 3분기말 기준 30일 이상 연체율이 0.7%로 업계 최저 수준이다.
다만 혁신을 쫓지 못하는 실적은 정태영 부회장의 숙제로 남아있다. 수년 전까지 업계 2위를 굳건히 지키던 현대카드의 시장점유율(M/S)은 삼성카드와 KB국민카드 등 경쟁사들에 밀려 지난해 3위로 떨어졌다. 지난해 상반기 삼성카드와 국민카드의 시장점유율은 전년 대비 각각 0.3%p, 0.1%p 오른 반면 현대카드는 0.3% 감소했다.
2014년 챕터2 출시를 통해 2235억 원에 달했던 순이익도 지난해를 기점으로 꺾이는 추세다. 지난해 누적 3분기 순익은 1632억 원으로 전년 2051억 원 대비 약 20% 정도 감소했다. 비우호적인 영업 환경에 각종 정책 규제가 더해지면서 현대카드의 실적을 위축시켰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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