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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실 털어낸' 삼성물산, 순항할 수 있을까 2.6조 손실처리, 실적흐름 '성패'…사업부별 전략 '주목'

김장환 기자공개 2016-01-29 08:22:37

이 기사는 2016년 01월 28일 16: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물산이 제일모직과 합병 전 떠안고 있던 잠재손실을 모두 털어내면서 향후 사업 전망이 주목된다. 올 한해 사업부들이 전반적으로 '순항'할 경우 이번 손실 처리는 그야말로 '신의 한 수'가 될 수도 있다.

삼성물산은 28일 2015년 실적을 발표하면서 총 2조 6000억 원 규모의 잠재손실을 반영했다고 밝혔다. 건설부문이 짊어지고 있던 해외 악성 프로젝트 현장과, 상사부문의 자산 가치 하락분까지 모두 담았다.

지난해 실적에 이처럼 공격적인 손실을 반영할지 여부는 내부에서도 잡음이 많았다. 건설부문의 해외 악성 현장 및 상사부문 유류 관련 사업 등 부실을 단번에 떨어내야 한다는 입장과, 이를 순차적으로 처리해 충격파를 나누자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주까지만 해도 삼성물산 내부에서는 후자 쪽이 보다 설득력을 얻었다. 일부 사업부에서 인력 감축을 수반한 고강도 구조조정이 단행되는 등 문제로 우려를 높이고 있었다. 손실을 단번에 반영하면 위기설이 더욱 확산될 수 있다고 봤다.

하지만 삼성물산은 부실을 모두 털고 가는 '빅배스'를 결국 선택했다. 올해부터는 정상화된 사업 성과를 본격적으로 보여줘야 한다는 의지가 강하게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이를 위해서는 전반적인 사업부들의 안정적 사업성과가 절실하다.

삼성물산 서초동 사옥 전경
삼성물산 서초사옥 전경.
우선 건설부문은 해외 프로젝트 부실을 선제적으로 대거 반영한 덕분에, 올해 예상됐던 손실 우려를 크게 줄였다. 특히 1조 원 넘는 손실이 예상됐던 호주 로이힐 철광석 개발 프로젝트 손실이 선제적으로 반영됐다는 점이 주목된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이번에 반영한 잠재손실은 총 1조 6000억 원으로, 이중 절반을 넘는 8500억 원이 로이힐 프로젝트 몫이다.

건설부문의 올해 손익 전망도 동종업종 대비 비교적 맑은 편이다. '수익성'에 보다 초점을 맞춰 역량을 확대할 방침인데다, 무리하게 벌여놓은 사업도 없다. 일단 주택사업은 전년보다도 공급 계획(1만 가구) 크게 낮춰 잡았지만, 강남 쪽 재건축 등 돈이 되는 사업에 초점을 맞췄다. 이외에 건축, 토목, 플랜트 등 분야도 수익성 위주 수주전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상사부문 역시 잠재손실을 떨어낸 덕분에 올해는 사업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저유가로 부진에 빠졌던 앵커(Ankor), 패러랠 페트롤리엄(Parallel Petroleum) 등 해외 유전 관련 손실 5600억 원 가량을 반영했고, 또 트레이딩 지체상금도 모두 털었다.

상사부문 실적 전망에서는 지난해부터 캐나다 온타리오 프로젝트 관련 수익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점이 가장 기대를 모으는 부분이다. 2010년 시작된 1370메가와트(MW) 규모 풍력 및 태양광 발전 단지 조성 사업으로, 지난해부터 구매·설계·시공(EPC) 관리 오거나이징 수익(Organizing Fee)이 본격화됐다.

온타리오 발전 프로젝트는 내년부터 1단계 운영이 예정돼 있다. 본격화되면 연간 400~500억 원대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트레이딩과 자원개발 사업의 약세를 만회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제일모직 합병을 통해 3대 핵심 사업부로 자리잡게 된 패션부문도 '효자'가 될 지 기대된다. 삼성물산 통합 후 패션부문은 이서현 사장 단독 체제로 탈바꿈했다. 이 사장은 제일기획 경영전략담당을 관두고 패션부문에만 '올인'할 계획이다.

패션부문은 지난해 메르스 여파 탓에 외국인 관광객이 크게 줄면서 타격을 입었다. 하지만 올해는 이변이 없는 한 안정적 실적 흐름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국내 패션부문의 최대 수요처인 중국 현지 공략을 위해 에잇세컨즈 등 SPA(제조공급일괄) 브랜드 진출이 올해 예정돼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이를 기반으로 건설, 상사, 패션 등 3대 사업부가 양호한 실적 흐름을 보여준다면 올해는 삼성물산에게 제일모직과 통합 시너지를 본격적으로 보여주는 한 해가 될 수도 있다. 잠재부실을 미리 털어낸 것이 이 같은 기대심리를 키우는 결정적 요인이 되고 있다.

한편 삼성물산은 지난해 9월 제일모직과 합병을 단행하면서 오는 2020년까지 매출 60조 원 달성을 선언했다. 2014년 기준 양사의 매출은 34조 원이었다. 정작 합병 직후부터 현재까지는 단행한 통합(PMI) 과정에서 인력 감축과 사옥 이전, 공정위의 일부 지분 처분 권고 등 각종 현안들이 불거져 나오면서 흔들리는 모습만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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