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실 털어낸' 삼성물산, '전자·생명' 연결고리 끊나 금융지주 걸림돌 해소 대안, ‘이재용 부회장' 상속 대비 관측도
길진홍 기자공개 2016-02-01 08:11:34
이 기사는 2016년 01월 29일 16: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 28일 국내 자본시장은 재계 순위 1위 기업인 삼성그룹의 여러 이슈로 크게 술렁였다.이날 오전 삼성물산은 실적발표를 통해 옛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상사부문에서 2조 6000억 원의 부실을 반영했다고 밝혔다. 건설부문에서 1조 6000억 원, 상사부문에서 1조 원의 손실을 인식했다. 패션과 바이오부문 자산평가 등으로 통합법인 실적은 간신히 적자를 면했지만 시장은 충격을 받았다. 특히 그 동안 거의 부실이 없었던 상사부문의 1조 손실은 뜻밖의 일이다.
삼성그룹은 "잠재 부실 해소를 위해 시너지를 확대하고, 통합법인 경영부담을 덜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계열사인 삼성생명은 이날 오후 이사회를 열고, 삼성카드 주식 매입을 결의했다. 삼성전자가 보유한 삼성카드 지분 전량을 인수하고, 최대주주에 올랐다. 이로써 삼성그룹은 금융계열과 비금융계열 분리에 한발 더 다가갔다. 삼성그룹은 그러나 당장 금융지주사를 설립할 계획이 없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이어 오후 늦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가업 승계 재원으로 알려진 삼성SDS 지분 11.25% 가운데 2.05%를 처분한다고 밝혔다. 조달자금은 삼성엔지니어링 유상증자에 전량 투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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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주력사의 빅배스와 지분양수도, 오너 사재출연 등의 이슈가 동시 다발적으로 터졌다. 표면상 무관해 보이지만 큰 틀에서는 지배구조 개편과 맞닿아 있다. 삼성물산과 삼성전자, 삼성생명 등은 그룹 지배구조 핵심 계열사이다. 그 위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있다.
특히 삼성물산의 빅배스는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한 금융지주사 설립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는 금융지주사 설립의 최대 걸림돌로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7.21%를 꼽는다.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금융계열사는 비금융계열사 지분을 5% 이상 보유할 수 없다. 삼성생명이 삼성카드에 이어 삼성증권, 삼성화재 등의 지분율을 30% 이상 늘리더라도 지주사가 되기 위해서는 금산분리가 선행돼야 한다.
삼성물산의 삼성전자 지분 인수는 이 같은 걸림돌을 해소할 수 있는 대안으로 꼽힌다. 삼성전자 지분의 계열사 이관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그룹의 실질적인 지주사인 삼성물산이 유력한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배력 확대로 이어진다. 그룹 금산분리와 오너의 지배력 강화 효과를 동시에 거둘 수 있다.
삼성전자 지분 2.21%의 가치는 대략 3조 6000억 원이다. 삼성물산이 보유 중인 현금성자산의 규모는 작년 9월 기준 2조 4000억 원이다. 4분기 실적을 더하면 현금성자산은 더욱 불어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빅배스로 손익이 영향을 받았으나 현금 유동성은 풍부하다. 선제적인 손실 반영으로 중장기간 지분 인수를 위한 재원 마련 부담을 한결 덜게 됐다.
삼성전자의 지주사 전환 여부도 관심이다. 삼성전자가 지주사로 전환할 경우 이 부회장은 분할과 합병으로 삼성물산 지분을 늘리고,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동시에 강화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상당히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주주반발 등의 변수도 감안해야 한다. 실익에도 불구 위험 부담이 크다고 할 수 있다.
당장은 삼성물산을 통해 삼성생명과 삼성전자 아래 각각 금융회사와 비금융계열사를 두고 지배하는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은 지주사 전환을 하지 않으면서 중간지주사격인 핵심 자회사를 거느릴 수 있다.
남은 과제는 이 부회장의 지분 상속이다.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삼성생명 지분 20.76%와 삼성전자 지분 3.38%를 상속받아야 한다. 일부는 보유 중임 삼성SDS 지분을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보유 주식이 소폭 줄었으나 아직 9% 이상의 지분이 남아 있다.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막대한 상속세를 내기 위해서는 상속 대상인 삼성생명 지분 매각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분 인수 대상으로 역시 삼성물산이 유력시된다.
삼성물산은 삼성생명 지배력을 더욱 강화하고, 이재용 부회장은 상속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 삼성생명 지분 인수에 투입되는 자금은 4조 원가량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의 빅배스와 금융계열사 결집 등의 일련의 조치는 이를 염두에 둔 사전 포석일 가능성이 크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그룹 지배구조 변화는 예정된 수순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며 "지주사 전환 여부를 떠나 큰 틀에서 계열 재배치는 일단락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중장기간 관점에서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지분 상속을 대비한 밑그림도 이번 조치에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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