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 '용선료 인하' 약되나 독되나 산업은행 압박에 비용절감 카드, 신인도 하락·기업가치 훼손 후폭풍 우려
박창현 기자공개 2016-02-03 08:14:54
이 기사는 2016년 02월 02일 17: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그룹이 채권단 지원을 이끌어내기 위해 용선료 인하 카드를 꺼내들었다. 용선료 조정은 사실상 전적으로 선주의 선의에 기대야 한다는 점에서 만만치않은 작업이 될 것이란 중론이다. 설사 용선료 인하가 이뤄지더라도 영업망 훼손과 글로벌 신인도 하락 등 후폭풍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일부에서는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이 자금지원 선결조건으로 용선료 인하를 요구하면서 오히려 글로벌 해운동맹(얼라이언스) 고립을 좌초해 중장기간 기업 가치를 떨어뜨리는 악수를 뒀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대그룹은 최근 현대상선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현대증권 재매각과 벌크 전용선 사업부 매각, 현대부산신항만 지분(50%+1주) 매각 등이 포함된 고강도 추가 자구안을 확정했다. 여기에 현정은 회장 등 오너 일가의 사재 출연과 현대아산·증권 매각 및 담보 대출을 통해 1000억 원을 긴급 지원하기로 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현대상선이 내놓은 수익성 확보 방안이다. 현대상선은 자금 지원을 받더라도 수익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계속 기업으로서의 존속이 어렵다고 판단, 실적 악화 주범인 '고가 용선료'를 낮추겠다고 발표했다.
현대상선은 2000년 후반부터 자금 부담이 적고 단기간 내 규모를 키울 수 있다는 이점 때문에 선박 발주 대신 용선을 애용했다. 실제 2008년 84척에 불과했던 용선 수는 2012년 133척까지 늘었다. 이후 1조 원 안팎 수준이었던 용선료도 2조 원을 훌쩍 넘어섰다.
하지만 경기 침체로 해운 경기가 침체되면서 고가 용선료는 실적 악화 주범이 됐다. 현대상선은 장기용선 계약에 따라 13000TEU 컨테이너 선박을 하루 당 5만 달러를 주고 빌려 쓰고 있다. 반면 시장 가격은 2만 달러도 채 되지 않는다. 하루에 3만 달러의 비용이 더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현대상선은 용선료 부담 탓에 5년 연속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누적 적자액도 1조 7000억 원에 달한다
용선료 인하는 채권단이 그동안 줄기차게 요구했던 부분이다. 적자 사업 구조가 고착화된 상태에서 신규 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결국 추가 자구안 논의 과정에서 채권단이 자금 지원 선결조건으로 용선료 인하를 요구했고, 현대상선이 이를 수용한 것으로 파악된다.
문제는 용선료 인하 방안이 실현 가능성이 있냐는 점이다. 업계는 현대상선 수익성 개선을 위해 용선료 조정만큼 좋은 방안이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현대상선이 그동안 이 카드를 쓰지 않은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선주와 용선료 인하 협상에 나설 경우, 법적 분쟁은 물론 대외 신인도 하락, 얼라이언스 탈퇴 압박 등 후폭풍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용선 계약은 법적 계약 사안이다. 용선료 인하 요구는 사실상 계약 위반이나 다름없다. 법정 분쟁으로 이어질 소지가 크다. 여기에 대외 신인도 하락도 불가피하다. 거래 신용이 생명인 해운업계에서 계약 미이행 꼬리표가 붙을 경우, 본질적인 기업 가치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영업망 구축의 근간이 되는 얼라이언스에서 탈퇴 압박에 시달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컨테이너선은 하나의 선박이 수 십 개의 용선 체인으로 묶여 있는 경우가 많아 협상 진행 자체가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이유 때문에 수 많은 해운사들이 도산 직전까지도 용선료 조정 카드를 적극적으로 꺼내지 못했다. 팬오션과 대한해운 등 국내 대형 해운사들도 법정관리에 들어간 후에야 법적 절차에 따라 용선료를 낮출 수 있었다. 이들 해운사의 경우 비교적 협상이 용이한 벌크선을 주로 이용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용선 선박은 대체로 선박금융을 통해 운영되는 사례가 많은데 대주단이 이자 비용 등 손해를 감내하면서 현대상선 편의를 봐줄지 의문"이라며 "용선 체인으로 묶여 있는 선박이라면 협상을 진행하는 것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거래 유지 차원에서 용선료와 시장 가격 차이가 크다면 일부 용선료를 나중에 받는다든지 다른 지원 방안을 논의해볼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윤승규 기아 부사장 "IRA 폐지, 아직 장담 어렵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셀카와 주먹인사로 화답, 현대차 첫 외국인 CEO 무뇨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무뇨스 현대차 사장 "미국 투자, 정책 변화 상관없이 지속"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