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지 좁아진 보험권…1위 삼성생명도 불안 [2015 퇴직연금시장 분석] ④보험권 실적 5조, 점유율 축소…운용 수익률도 저조
서정은 기자공개 2016-02-11 10:33:00
이 기사는 2016년 02월 03일 16:0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해 국내 퇴직연금시장에서 보험업권의 입지는 축소됐다. 퇴직연금 이전 제도인 퇴직보험을 오랜기간 운용하며 쌓은 노하우와 기업 네트워크 등을 동원해 은행 다음으로 공고한 입지를 다지는 듯 보였으나 낮은 운용 수익률, 상품 다양성 부족 등으로 점차 도태되는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지난해에도 보험업권에서 5조 원의 실적을 이끌어 냈으나 점유율은 축소됐다. 특히 퇴직연금 시장에서 독보적 1위를 차지하던 삼성생명의 점유율이 떨어지면서 이 같은 모습은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 보험업권, 양극화 뚜렷… 삼성생명, 점유율 대폭 축소
3일 고용노동부와 금융감독원 공시 등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보험업권(생보·손보)의 퇴직연금 총 적립금은 40조 1623억 원으로 전년도와 비교해 4조 9371억 원, 14% 증가했다. 시장 점유율은 32%로 전년도(33%)보다 축소됐다. 이는 같은 기간 점유율이 확대된 은행과 증권의 상황과 대조적이다.
보험업권은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확정기여형(DC)·개인형퇴직연금(IRP) 뿐 아니라 전통적으로 경쟁 우위를 점했던 확정급여형(DB)에서도 외면받는 분위기다. 상품 운용 노하우의 한계로 수익률 저하, 상품 다양성 부족 등 난관에 부딪혔다. 일부 보험사들은 퇴직연금 인력을 줄이는 등의 방법으로 퇴직연금 사업에서 아예 발을 빼는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ING생명은 퇴직연금시장 진출 7년만에 더이상의 손실을 키울 수 없다며 퇴직연금 사업을 포기했다.
이러한 분위기 속 각 보험사별로 명암이 엇갈렸다. 2015년 증가분의 대부분을 삼성생명, 교보생명, 미래에셋생명 등이 차지하며 상위사업자와 하위사업자 간 규모 차이가 더욱 벌어졌다.
삼성생명은 지난해도 부동의 1위 자리를 지켰다. 지난해 말 기준 삼성생명의 적립금은 총 18조 7982억 원으로 전년대비 8%(1조 3943억 원) 증가했다. 보험업권 내 점유율도 46.8%로 지난해(49%)보다 대폭 줄긴했지만 여전히 절대적인 영향력을 과시했다.
삼성생명은 계열사 자금을 적극적으로 유치하며 DB(7675억 원), DC(3680억 원), IRP(2579억 원) 등 전 부문에서 고른 증가세를 보였다. 삼성생명의 계열사 비중은 54%로 집계됐다.
하지만 삼성생명의 시장 지위는 점차 추락하는 분위기다. 전체 퇴직연금 시장 내 점유율은 지난해 16%대에서 14%대로 추락했다. 삼성그룹 계열사 자금이 합병, 퇴직 등의 이슈에 따라 대거 빠져나간 탓으로 분석된다. 2위인 신한은행과의 격차도 줄어들었다.
교보생명은 전년 대비 16%(6411억 원) 성장하며 4조 원을 돌파했다. 한화생명도 20%(5209억 원) 증가해 전체 보험사 중 3위 사업자로 도약했다. 반면 삼성화재는 전년 대비 1%(183억 원) 성장에 그쳐 4위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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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행에 치이고, 낮은 수익률 외면받고 '이중고'
보험업권은 중장기 수익률 측면에서도 은행 및 증권업권과 차별화 되는 성과를 나타내지 못했다. 전체 보험업권의 DB형 5년과 7년 연평균 수익률은 각각 3.20%, 3.44%를 기록했다. 은행(5년 2.80%, 7년 3.34%)보다는 소폭 앞섰지만 증권(5년 3.53%, 7년 3.70%)보다는 다소 못미치는 결과를 냈다.
DC형에서는 5년과 7년 연평균 수익률이 모두 뒤처졌다. 보험업권의 5년과 7년 연평균 수익률은 각각 3.21%, 3.46%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은행은 3.40%, 3.90%를 기록했고 증권은 3.39%, 4.79%의 성적을 냈다.
회사별로는 DB형에서 메트라이프생명이 5년과 7년 연평균 수익률 4.59% 4.58%로 전 구간 1위를 기록했다. 높은 성과와 달리 메트라이프생명의 DB형 잔액은 4억 원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뒤를 이어 동부생명이 5년과 7년 각각 3.67%, 4.24%로 나란히 2위에 자리했다. 동부생명은 절대 금액은 크지 않으나 지난해 총 3690억 원의 적립금을 신규 유치하며 전체 사업자 중 12번째로 적립금 증가 규모가 컸다.
DC형에서는 교보생명의 성과가 두드러졌다. 교보생명은 5년 연평균 수익률 3.85%로 1위를, 7년 연평균 수익률은 4.73%로 2위였다. 미래에셋생명은 7년 연평균 수익률이 4.87%로 1위를 기록했으나 5년 연평균 수익률이 3.33%로 전체 18개 사업자 중 10위에 머물렀다.
보험업권 관계자들은 퇴직연금 시장에서 보험사들의 입지는 더욱 축소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저금리가 이어지며 운용 노하우 측면에서 우위를 점하는 증권업권의 경쟁력이 부각될 수 밖에 없을 뿐 아니라 기업 고객 기반이 튼튼한 은행권이 공격적으로 확장에 나서고 있기 때문에 보험업권이 발 붙일 시장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한 보험업권 관계자는 "앞으로 중소기업 위주로 퇴직연금 시장이 개편될텐데 보험업권은 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중소기업과의 네트워크가 좁을 수 밖에 없다"며 "실적배당형 상품에서 경쟁력을 갖춘 증권사와 고객 기반이 넓은 은행들이 확대되는 반면 보험업권에서는 퇴직연금 시장을 떠나는 사업자들이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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