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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보' 접목한 ISA, 실패해선 안되는 이유 [thebell note]

이충희 기자공개 2016-02-24 09:58:00

이 기사는 2016년 02월 22일 07: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 상반기 은행, 증권사 등 대부분 금융회사들의 영업 초점은 단연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 맞춰져 있는 듯 하다. 특히 최근 금융위원회가 은행에도 일임형 ISA 개설을 허용하면서 은행권을 중심으로 가입자 유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은행들이 발걸음을 재촉하는 만큼 덩달아 움직임이 바빠진 곳이 있다. 바로 로보어드바이저 업체들이다. 은행들이 이제는 자산배분과 리밸런싱 과정까지 모두 알아서 해야 하기 때문에, 부족한 역량을 채우기 위한 수단으로 로보어드바이저 업체들과의 협력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연초까지만 해도 ISA와 로보어드바이저의 시너지 효과에 주목하던 곳은 하나은행, 우리은행 정도 밖에 없었다. 그러나 은행에 일임형 ISA 허용이 점차 가시화되기 시작한 뒤부터는 신한·국민은행 등 시중은행은 물론, 기업은행과 지방은행들도 로보어드바이저와의 궁합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은행권 전반으로 로보어드바이저를 접목한 ISA 상품 설계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것아다.

은행들이 로보어드바이저를 통해 궁극적으로 얻고자 하는 것은, ISA 가입자에게 최대한 싼 값에 자산관리를 해줄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다. 로보어드바이저가 제대로 작동해 안정적인 수익률이 나온다면 가입자와 은행이 윈-윈하는 시나리오가 탄생할 수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다양한 금융상품을 아우르는 로보어드바이저의 트랙레코드가 없다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 지금까지 국내 로보 벤처들은 대부분 ETF 투자에 기반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런데 주요 자산이 예적금, 펀드, 파생결합증권인 ISA 투자 알고리즘이 단기간 내에 안정적으로 개발되었는지는 누구도 검증해본 적이 없었을 것이다.

한 로보어드바이저 벤처는 국내외 ETF 3000여개를 분석하는데만 2년 가까이 시간을 쏟았다고 한다. ISA에 담을 수 있는 펀드, 파생결합증권의 숫자는 이보다 훨씬 더 많다. ISA에 접목할 제대로된 로보어드바이저가 탄생하려면 훨씬 더 많은 시간이 필요했을 수 있다.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이 이제 막 태동하고 있는 2016년 한국 금융권에서 너무 빨리 실패 사례가 나올 경우, 초기 단계부터 시장이 무너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국민들이 안전하다고 생각해왔던 은행에서 투자손실이 발생할 경우 로보어드바이저를 향한 인식이 급격하게 부정적으로 바뀔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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