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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들의 '설익은' 로보어드바이저 [thebell note]

이충희 기자공개 2016-03-10 09:29:00

이 기사는 2016년 03월 08일 08: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초기 단계인 한국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금융회사들의 노력은 사뭇 치열하다. 그런데 그들은 이 과정에서 회사의 이익만을 좇다 우매한 실수를 범하기도 한다.

지난해 말 한 증권사가 국내 최초라며 선보인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가 업계에서 이슈화 됐었다. 이 서비스를 두고 과거부터 갖고 있던 ETF 자동매매 시스템을 로보로 포장해 급하게 출시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도 당연히 반신반의했고 뜨거운 비판을 받았던 이 서비스는 이제 시장에서 자연스레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비슷한 일은 올해 초 또 다른 증권사에서도 일어났다. 여러 회사들이 앞다퉈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에 뛰어들 움직임을 보이던 시기, 이 증권사는 투자 상품을 자동으로 리밸런싱 해주는 특허를 '출원'했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특허를 출원한 뒤 취득절차까지는 보통 2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객관적으로 검증받지 못한 기술을 특허 신청했다는 사실만 갖고 요란하게 홍보를 했다는 것에 시장 관계자들은 또 한번 코웃음을 쳤다.

공교롭게도 이 두 증권사는 최근 자체적으로 개발해왔던 로보어드바이저 출시를 뒷전으로 미루고 이제는 적극적으로 외부 전문 업체와 협력하고 있다. 대중들을 상대로 최초, 특허, 혁신 등 자극적인 홍보 문구를 남발했던 두 증권사는 기술력의 한계를 스스로 인정하고 전문가들에게 손을 벌리는 꼴이 됐다.

최근에는 ISA 출시를 앞두고 은행권에도 로보어드바이저 열풍이 불고 있다. 고액자산가들의 전유물이었던 자산관리 서비스를 싼 값으로 모든 가입자들에게 제공할수 있는 로보어드바이저는 분명 ISA 대전을 준비하는 은행들에게 매력적인 무기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일부 시중은행들이 완벽한 알고리즘을 만들기 보다는 그저 로보어드바이저라는 이름을 붙인 상품 출시 준비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수 백만의 가입자를 뭉뚱그린 모델 포트폴리오를 몇개 던져주고 로보 포장지를 씌울게 뻔한데, 자세한 사정을 모르는 일반인을 상대로 로보 어드바이저 서비스로 홍보해도 되는 것인가에 대한 비판도 나오는 상황이다.

한 핀테크 전문가는 진짜 로보라면 지시를 내리지 않더라도 개인 성향에 맞는 리밸런싱 타이밍까지 정확하게 잡아줘야 한다고 말한다. 온라인 일임업조차 허용되지 않은 한국 금융시장에서 진짜 로보어드바이저가 탄생하려면 아직은 시간이 좀 더 필요해 보인다. 시중은행들이 또 한번 급한 서비스 출시 생각에만 매몰돼 앞선 두 증권사와 같은 실수를 범하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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