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SCEI ELS 녹인 사태, 투자 기업 공포 확산 공정가치 반영, 평가손실 반영…무학 대규모 손실 사례, 확대 가능성
이길용 기자공개 2016-03-14 11:23:00
이 기사는 2016년 03월 11일 16: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연초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가 폭락하면서 대규모로 주가연계증권(ELS)에 투자한 기업들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HSCEI가 폭락해 이에 연계된 ELS가 녹인(Knock-In)에 들어갈 경우, 일반 기업들은 이를 공정가치로 평가해 회계 장부상 평가손실로 인식해야 한다.최근 중위험 중수익 상품인 ELS에 대규모로 투자한 무학이 엄청난 평가 손실로 인해 주가 하락과 신용도 저하된 것과 비슷한 사태가 확대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HSCEI는 지난해 5월 1만 5000선 돌파를 눈 앞에 둘 정도로 강세였다. 이후 중국 증시의 거품이 빠지면서 HSCEI는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연초에는 중국 증시가 더욱 흔들리면서 7500이 무너지기도 했다. 지난 10일 HSCEI는 8420.14로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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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판매된 ELS 중 HSCEI를 기초자산으로 삼은 물량은 약 25조 원이다. 이 중 HSCEI 지수가 7000선까지 하락할 경우 녹인에 진입하는 물량은 4조 원을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6000선까지 밀릴 경우 6조 원이 추가로 녹인에 진입할 수 있다.
ELS가 녹인에 진입한다고 해서 투자자들이 당장 금전적으로 손실을 확정하는 것은 아니다. ELS가 만기 도래할 때까지 HSCEI 지수가 일정 수준 회복될 경우 투자 원금을 회수할 수도 있다. 실제로 HSCEI가 연초 7500선에서 8500선까지 반등하면서 일부 ELS는 조기상환으로 손실을 보지 않았다.
다만 기업이 ELS에 투자했다면 이보다 난감한 상황에 봉착할 수 있다. 기업들이 보유한 ELS도 녹인에 진입했다고 해서 일반투자자와 마찬가지로 당장 현금 유출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회계상 손실은 피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기업들이 ELS에 투자할 경우 이는 재무상태표의 자산에서 당기손익인식금융상품으로 계상하는 경우가 많다. 채권처럼 원금과 이자 지급이 확실한 만기보유금융자산은 원가로 평가해 회계 처리과정에서 손익을 인식하는 일이 없지만 당기손익인식금융상품은 결산을 할 때마다 공정가치로 평가해 평가손익을 인식해야 한다. 녹인 진입으로 ELS 손실 가능성이 발생한 만큼 HSCEI ELS를 보유한 기업들은 이에 대한 평가손실을 반영해야 한다.
이미 이같은 사례가 나왔다. '좋은데이'로 유명한 소주업체 무학은 ELS 상품에 2579억 원을 투자했다. 지난해 9월 말 전체 자산인 5242억 원의 절반을 넘는 수치다.
무학은 지난 7일 잠정 순이익을 288억 원으로 발표했다. 전년 829억 원보다 65% 감소한 수치다. 무학은 지난해 당기손익인식금융자산 실현 처분손실이 124억 원 발생했고 금융상품의 회계상 미실현 평가손실이 347억 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평가손실의 대부분은 ELS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분석된다.
ELS 손실로 인해 이익이 줄어들면서 무학의 주가는 하락세다. 무학은 지난해 저도주 열풍으로 주가가 6만 원을 돌파했다. 그러나 이내 상승세를 반납하고 꾸준한 하락세를 보여줬다. 11일 무학의 종가는 3만 3600원을 기록했다. 리스크에 대폭 노출돼 신용도 저하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은행권 등을 통한 차입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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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S와 관련된 통계에서 기관·리테일·기업에 판매된 비중을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어 기업들이 HSCEI ELS에 얼마나 노출됐는지는 파악하기 어렵다. 다만 지난해 은행들이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예금보다 금리가 높은 ELS 상품에 대한 영업을 강화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ELS 인한 기업들의 손실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ELS 판매액 중에서 기업에 흘러들어간 것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통계 자료에서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다"며 "다만 재무관리가 허술한 중소기업들이 ELS에 투자해 평가 손실을 볼 수 있어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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