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SCEI 하락, 증권사의 비명 [ELS시장 결산] ④HSCEI 변동성 확대, 수천억 손실..지수형 '노 녹인' 신화 깨져
이상균 기자공개 2015-12-29 09:53:05
이 기사는 2015년 12월 24일 16:3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 한해 ELS 시장을 비극으로 이끈 주요인 중 하나는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의 하락이다. HSCEI 지수가 1만 아래로 추락하면서 상환액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금융위원회의 발행규제 덕분에 미상환잔액의 증가세가 주춤해졌지만 그렇다고 안심할만한 수준은 아니다.상환액 감소로 투자자들만 노심초사한 것은 아니다. HSCEI의 갑작스런 급락 이후 변동성이 급등하면서 증권사들도 ELS 운용손실을 봤다. 증권사마다 ELS를 별도 계정으로 운용하지 않기 때문에 정확한 규모는 파악되지 않지만 업계 전체 손실액이 수천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롤러코스터를 탄 HSCEI 주가
올해 ELS 시장의 가장 큰 이슈로 금융위원회의 규제를 지목하는 목소리가 많지만 이는 단면에 지나지 않는다. 금융위원회가 칼을 빼든 것도 결국 HSCEI ELS 발행량이 폭증하고, 쏠림 현상이 우려됐기 때문이다. 증권업계에서 불만의 목소리를 터트리긴 했지만 돌이켜보면 금융위원회의 규제가 시의 적절했던 것도 사실이다. 만약 시장에 HSCEI ELS 발행을 맡기고, 금융위원회가 뒷짐만 쥐고 있었다면 ELS 시장 상황은 더욱 악화됐을 것이다.
금융위원회의 우려대로 HSCEI ELS의 발행액은 너무 많았다. 23일 기준 ELS 발행잔액은 66조 원으로 이중 HSCEI ELS는 34조 원이다. 비중이 50%를 넘는다. 가장 많이 활용하던 기초자산인 코스피200의 변동성이 역대 최저수준으로 낮아지면서 HSCEI 선호도가 상대적으로 높아졌다.
상반기까지만 해도 HSCEI 주가는 순항했다. 연초 1만 2000을 횡보하다 4월부터 상승하기 시작해 5월 말에는 1만 5000에 육박했다. 최근 5년래 최고치다. 높은 주가 덕분에 HSCEI ELS는 순조롭게 조기상환이 이어졌고, ELS 시장의 자금순환도 활발했다. 6월부터 분위기가 급변했다. 최고점을 찍었던 HSCEI 주가가 하락세를 보였고, 설마 하더니 1만선이 무너졌다. 9월 초에는 9000 초반 대까지 떨어졌다. 역대 최고치의 기쁨을 만끽한지 3개월 만에 시장은 차갑게 식어버렸다.
곳곳에서 비명소리가 났다. 지난 3년간 HSCEI ELS의 순조로운 조기상환만을 지켜봤던 투자자들은 갑작스런 상황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조기상환이 연기되면서 안중에도 없었던 지수형 ELS 손실에 대한 두려움이 엄습했다. ELS 시장은 동맥경화 상태에 빠졌다. 조기상환이 막히면서 ELS 재투자 금액도 줄었다. ELS 투자자들은 조기상환이 이뤄진 자금을 다시 ELS에 재투자하는 비중이 높다.
◇자체헤지 북과 ELS 운용손실 규모 비례
증권사들도 아연실색했다. HSCEI 주가가 급락하면서 변동성이 예상 범위를 벗어날 정도로 상승했기 때문이다. 기초자산 주가가 내리면 사고 오르면 파는 헤지 방식을 고수했던 증권사들은 럭비공처럼 튀는 HSCEI의 변동성에 대응하지 못했다.
증권업계에는 대형 증권사 몇 곳이 수백 억 원의 ELS 운용손실을 봤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다. 별도의 ELS 계정을 운용하지 않는 증권사의 특성상 정확한 손실규모를 파악할 수는 없지만 자체 운용 북이 큰 증권사의 손실액이 컸다는 게 중론이다.
HSCEI 하락은 증권사들에게 ELS를 바라보는 시각을 변화시키는 계기가 됐다. 지수형 ELS는 결코 녹인(원금손실 발생 기준가격)에 진입하지 않는다는 자신감은 근거가 없다는 게 입증됐다.
ELS 자체 헤지와 백투백 헤지의 조절도 화두였다. 국내외 주요지수가 박스권에 머무를 당시에는 자체 헤지 비중을 높여 운용이익을 극대화하는 게 당연하게 받아들였지만 HSCEI가 급락하면서 운용 손실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백투백 헤지 비중이 높은 신한금융투자가 HSCEI 하락에 따른 손실 여파를 피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다.
HSCEI ELS의 수난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가 HSCEI ELS 발행액을 전월 상환액으로 제한시켰기 때문이다. 당분간 공모시장에서 HSCEI ELS를 예전처럼 찾아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HSCEI 주가가 상승해 조기상환이 늘어난다면 시장이 다시 활기를 찾을 가능성도 있다. 관건은 HSCEI의 특성상 연관성이 높은 중국 증시가 우선 살아나야 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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