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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주총 또 파행…안건은 모두 통과 제2노조 시위, 勞-勞 마찰 …일반 주주들은 '소외'

이경주 기자공개 2016-03-25 17:24:21

이 기사는 2016년 03월 25일 14: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16년 KT 정기주주총회가 지난해에 이어 또 파행으로 치달았다. 안건은 원안대로 모두 통과됐지만 황창규 회장의 퇴진과 직원퇴출프로그램 폐지를 요구하는 노조소속 직원주주들과 다른 직원주주들의 대립으로 주총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일반주주들이 낄만한 여유는 없었다.

KT는 25일 오전 9시 서울시 서초구 KT 연구개발센터 2층 강당에서 제 34기 정기주주총회를 진행했다. 이날 주총은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다. KT 제2 노조소속 직원주주 40여명은 주총이 시작되기 한 시간여 전부터 연구개발센터 입구에서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제1노조를 어용노조라고 주장하며 황 회장과 제1노조 위원장의 퇴진, 구조조정 중단 등을 요구했다. 제2 노조는 복수노조를 허용하는 관련법 개정으로 2011년 만들어졌으며 현재 조합원은 40~50명 수준으로 2만5000명 규모의 제1노조에 비해 훨씬 소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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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제2 노조원들이 25일 KT정기주주총회가 열린 서울 서초구 KT연구개발센터에서 입구에서 KT 제1노조 위원장 사퇴를 요구하며 시위를 하고 있다.

주총 시작 시간이 다가오자 갈등이 시작됐다. 사측은 제2 노조원들의 조기 입장을 막았다. 대신 제2노조 소속이 아닌 것으로 보이는 직원주주들을 먼저 입장시켜 좌석 대다수를 차지하게 했다. 뒤늦게 진입해 뒷 자석 일부만 차지하거나 서 있게된 제2노조원들은 "직원들을 동원하는 게 챙피하지도 않느냐"고 항의했다. 이 때문에 주총은 앞·중간좌석과 뒷좌석으로 양분돼 대치하는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직원주주들이 대거 참여하면서 400석 규모의 주총장은 통로까지 꽉 채워졌다.

황 회장은 긴장된 분위기였지만 침착한 목소리로 주총을 시작했다. 이날 안건은 재무제표 승인, 정관 일부 변경, 이사 선임,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임원퇴직금 지급규정 변경 등 6건이었다.

하지만 안건들이 상정되자 장내는 크게 소란스러워 졌다. 제2노조 주주들과 앞쪽에 위치한 주주들이 경쟁적으로 발언권을 요구하면서다. 특히 앞쪽 주주 20여명은 황 회장이 주주의견을 묻자 마자 일시에 손을 들며 적극적으로 발언권을 요구했다. 황 회장은 이들을 위주로 발언권을 줬으며 안건에 대한 호의적인 발언이 이어졌다.

이에 제2노조원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제2노조원들은 "부끄럽지 않느냐", "어느 지사에서 왔는지 밝히고 발언하라"고 항의했다. 황 회장에게는 "우리에게도 발언권을 달라"고 따졌다. 몇몇 노조원은 들고 온 전단지 뭉치를 앞쪽에 앉은 주주들에게 던지기도 했다. 이에 앞쪽 일부주주들도 격앙된 표정으로 제2노조원들을 노려보며 "가만히 있으라"고 소리 지르기도 했다.

제2노조의 반발은 사외이사 선임 안건에서 정점으로 치달았다. 제2노조는 KT가 재작년 단행한 구조조정 책임이 사외이사 후보자인 차상균 서울대 교수에게도 있다고 보고 재선임을 강하게 반대했다.

황 회장은 이 안건에 대해서는 예외적으로 제2노조에게도 발언권을 줬다. 이에 한 노조원은 "2년 전 BIT전산시스템 투자비용 2700억 원을 손실처리하면서 사상 처음으로 회사가 적자를 냈고 8300여명의 직원이 구조조정 됐다"며 "그때 ICT전문가로 사외이사로 참여한 차상균 이사를 재선임하겠다는 것인데 전임 회장 시절의 실패를 만회하겠다는 황 회장의 의지가 의심스럽다"며 반대했다.

이에 황 회장은 "과거 실패경험을 바탕으로 회사가 더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면서도 "차 이사는 빅데이터 분야에서 세계 최고 전문가로 많은 격려를 보내달라"고 답하며 재선임 의사를 꺾지 않았다.

이밖에 KT는 이날 2016년 이사 보수한도를 전년과 동일한 59억 원으로 책정해 동결했다고 밝혔지만 제2 노조원들은 "경영상황이 어려우면 직원들을 내보내지 말고 임원연봉을 깎으라"며 반발했다.

우여곡절 끝에 모든 안건을 승인받은 황 회장은 폐회를 선언하고 제2 노조원들을 피해 옆문으로 빠져나갔다.

이날 주총은 제2노조의 반대와 이를 차단하려는 주주들의 대립 탓에 일반주주들이 거의 참여하지 못했다. 이 탓에 보통 주총장 같은면 경영진에게 물을 법한 경영상황이나 비전에 대한 질문도 없었다. 당연히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합병에 대한 대응책 같은 업계 최대 이슈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지 않았다.

이는 기업이미지와 가치를 하락시킬 수 있는 일이다. 업계 관계자는 "주식회사 최대 행사인 주주총회에 가서 사측과 일부 노조의 대립만 보고 온다면 그 회사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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