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환 농협금융 회장, 이사회 개편 왜? 비상임이사 줄이고 사내이사 선임…이사회 주도권 힘 실릴 듯
안경주 기자공개 2016-04-05 10:00:37
이 기사는 2016년 04월 04일 10: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김용환(사진)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이사회를 개편했다. 비상임이사 수를 1명 줄이는 대신 내부 임원을 사내이사로 새로 선임했다. 농협금융 출범 5년 만이다. 겉으로 드러난 이유는 최고경영자(CEO) 부재시 원활한 직무대행을 위한 사전정지 작업이다.그러나 농협금융 안팎에선 CEO의 시어머니 역할을 하던 비상임이사의 수가 줄어 농협중앙회장의 입김은 상대적으로 약해지고 김 회장의 이사회 주도권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금융은 지난달 30일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이사회 멤버구성을 새로 짰다. 사내이사로 오병관 농협금융 부사장을, 비상임이사로 유남영 정읍농협 조합장을, 사외이사로 정병욱 변호사를 각각 신규 선임했다. 지난달 말 김영기·정태호 비상임이사와 김준규 사외이사의 임기가 만료된데 따른 후속조치다. 기존 손상호 사외이사의 임기는 1년 연장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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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부사장은 서대전고와 충남대 회계학과를 졸업하고 1986년 농협중앙회에 입사했다. 대전지역본부 부본부장, 금융구조개편부장 등을 지냈고, 2012년 농협금융 설립 당시 기획조정반장으로 활동했다. 농협금융 기획조정부장, 기획실장 등을 거쳐 2014년 12월 재무관리 담당 상무를 맡았다. 정병욱 변호사는 성균관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대검찰청 공안4과 과장, 서울지방검찰청 서부지청 차장검사, 서울고등검찰청 검사 등을 역임했다.
이번 이사회 개편은 농협금융 출범 5년 만이다. 기존 농협금융 이사회는 김용환 상임이사(대표이사 회장)와 비상임이사 2명, 사외이사 4명 등 7명으로 구성됐다. 그러나 이번 주총에서 비상임이사를 1명으로 줄이는 대신 사내이사 1명을 신규 선임했다. 김 회장을 포함한 상임(사내)이사 2명, 비상임이사 1명, 사외이사 4명으로 바뀐 것이다.
농협금융이 내세운 표면적 이유는 안정적인 지배구조 유지다. 지난해 3월 임종룡 전 회장(현 금융위원장)이 갑작스럽게 퇴임했지만 당시 이사회 멤버 중 사내이사가 없어 대표이사 자리가 공석인 기형적 운영이 이뤄졌다. 당시 농협금융 이사회가 법원에 이경섭 경영기획본부장(현 농협은행장)을 일시대표이사로 선임해 줄 것을 청구, 법원의 결정으로 김 회장 취임 전까지 정상적인 운영이 가능했다.
하지만 금융권 안팎에선 대형 금융회사에서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으며 지배구조 역시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이에 농협금융 이사회가 향후 이 같은 사태가 벌어지지 않도록 사내이사를 추가로 선임키로 결의, 이사회를 개편한 것이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최고경영자의 원활한 직무대행을 위해 사내이사를 선임키로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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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농협금융 안팎에선 진정한 속내로 김 회장의 지배력을 강화한 '신의 한 수'란 해석도 나온다. 그동안 비상임이사는 농협중앙회 몫으로 그동안 농협중앙회장 측근 인사들이 맡아왔기 때문이다.
농협금융 출범 초기부터 이사회에 참여했던 김영기 비상임이사가 대표적이다. 김 이사는 1993년부터 동대전농협 조합장을 맡아오면서 최원병 전 농협중앙회장의 측근으로 분류된 인물이다. 농협금융 회장을 견제하고 운영 과정에서 농협중앙회장 입장을 반영하는 역할을 해 왔다.
임기만료한 김영기 이사 대신 유남영 정읍농협 조합장이 비상임이사로 새로 선임된 것도 이 같은 이유다. 첫 호남출신 농협중앙회장으로 최근 취임한 김병원 회장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유 이사는 김병원 회장의 농협중앙회장 도전 3번 모두 적극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농협금융은 이번 이사회 구성 변화로 2명의 시누이를 1명으로 줄일 수 있게 된 셈이다. 따라서 이번 이사회 개편은 의미가 남다를 수 밖에 없다. 아직까지 비상임이사 수를 제외한 농협중앙회장의 영향력이 변함 없지만, 농협금융 이사회가 김 회장과 보다 가까운 인물로 채워지면서 향후 이사회 주도권에 이전보다 한층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시누이 역할을 하던 비상임이사 수를 줄이는 대신 사내이사로 오병관 부사장을 선임한 것은 김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보여줬다"며 "이번 이사회 개편으로 농협중앙회의 입김을 줄이고 김 회장 중심의 지배구조를 강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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