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KB 통합 증권사 수장의 조건 [thebell desk]

김용관 자산관리부장공개 2016-04-20 12:59:24

이 기사는 2016년 04월 14일 08: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B금융지주가 현대증권을 품에 안았다. 현대증권 인수로 비은행 계열 강화라는 해묵은 고민을 한번에 해결하게 됐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아시아 금융을 선도하는 글로벌 금융그룹이라는 'KB의 100년 대계'를 위한 초석을 더욱 굳게 다지게 됐다"고 자평했다.

조만간 계열사인 KB투자증권과 합병 절차에 돌입할 전망이다. 자기자본 기준으로 증권업계 3위로 올라서게 되고 은행·카드·손해보험에 비해 저평가된 증권업의 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자기자본 3조원대의 거대 증권사를 이끌 초대 수장에도 관심이 쏠린다.

현대증권을 인수했다고 모든 게 끝난 게 아니다. 윤 회장이 가장 고민해야 될 부분이 바로 통합 증권사의 경영진 인사. 증권사와 은행은 본질적으로 다르다. 윤 회장이 밝힌 유니버셜 뱅킹 모델 안착을 이유로 은행 출신 인사들이 통합 증권사 경영진으로 대거 이동할 경우 현대증권 인수는 오히려 재앙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신한금융투자는 반면 교사가 될 수 있다. 2002년 신한금융지주가 굿모닝증권을 인수하면서 탄생한 신한금융투자. 이 회사는 인수 이후 10년간 제대로 된 성과를 거의 보여주지 못했지만 증권 출신의 강대석 사장이 영입되면서 드라마틱한 반전을 보여주게 된다.

사실 이 회사는 90년대 이후 '부동의 강자'로 군림했던 증권사였다. 대우증권과 함께 '증권업계 사관학교'로 불리기까지 했다. 하지만 은행 출신 인사들이 사장을 비롯한 핵심 요직을 차지하면서 정체하게 된다.

은행에서 내려온 보수적인 경영진은 투자를 통해 돈을 버는 증권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았다. 은행의 증권업에 대한 이해 부족은 결국 성장을 가로막았다.

증권업의 핵심인 리스크(위험)에 대한 접근도 판이하다. 은행 출신 사장이나 임원들은 리스크 자체를 싫어했다. 매니지먼트(관리)를 통해 리스크를 조절하는게 아니라 아예 회피했다. 사고가 터지면 부서 자체를 없애 버리는 일도 발생했다.

리스크를 먹고 사는 증권맨들은 이들을 이해할 수 없다. 은행과 달리 증권사는 한 사람이 수천억을 벌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은행과는 전혀 다른 성과배분 시스템이 필요하다. 하지만 증권맨들의 고액연봉에 대해 은행의 잣대로만 판단, 그들을 내치게 된다. 증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사람이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변화는 사람으로부터 시작됐다. 신한지주는 2012년 2월 증권 출신의 강대석 사장을 CEO로 앉혔다.1988년 증권사에 투신했으니 강 사장은 두말할 나위없는 증권맨이다. 신한금융투자의 성과는 강 사장 취임 이후 급격한 상승곡선을 그리게 된다.

2014년 연결 순익 1182억원에 이어 2015년에는 2155억원으로 갑절 뛴 빼어난 경영성과를 기록했다. 이는 신한금융투자가 신한금융지주 계열로 편입된 이후 최대치다. 신한금융지주에서 차지하는 순익 비중 역시 5%에서 8%로 급하게 뛰어올랐다.

통합 증권사의 수장은 마땅히 증권업무를 잘하는 사람이 맡아야 한다. KB투자증권의 전병조 사장도 좋고, 현대증권의 윤경은 사장도 좋다. 아니라면 외부에서 증권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를 영입하는 것도 좋다. 윤 회장의 탁월한 용병술이 절실한 시점이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