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6년 04월 14일 16: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수산업협동조합법(이하 수협법) 개정안 처리가 지연되자 수협은행이 바젤Ⅲ 적용시기 유예란 '플랜B' 카드를 꺼냈다. 이에 따라 수협은행의 홀로서기(독립법인 출범)는 내년으로 미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금융위원회는 14일 수협은행에 대한 바젤Ⅲ 적용시기를 2017년 12월까지 유예한다고 밝혔다. 이는 수협은행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당초 국내 은행들은 국제결제은행(BIS)의 은행자본규제 기준인 바젤Ⅲ를 2013년 12월부터 적용받았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수협은행이 단기간 내 자기자본금을 확충할 능력이 없다는 점을 감안해 바젤Ⅲ 적용시점을 올해 12월로 3년간 유예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수협은행은 올해 12월부터 바젤Ⅲ를 적용할 예정이었지만 대내외 여건을 감안해 1년간 추가로 준비할 시간을 더 준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치는 수협중앙회를 경제사업부문과 신용사업부문(수협은행)으로 분리하는 내용을 담은 수협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불발되면서 사업구조개편 계획이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수협법 개정안 통과로 사업구조개편이 마무리되면 수협은행에 투입된 공적자금(1조1581억 원)을 보통주 자본으로 전환하고, 추가 보통주 자본을 확충해 BIS자기자본비율을 높힌다는 계획이었다. 이 경우 바젤Ⅲ를 충족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수협법 개정안 통과가 무산되면서 바젤Ⅲ가 예정대로 적용되면 보통주 자본 확충이 어려운 수협은행은 '부실은행'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던 것이다.

수협은행은 바젤Ⅲ 적용시기 유예로 자본확충 부담에서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 금융위와 수협은행은 당초 바젤Ⅲ 적용시기를 3년 더 유예하는 방안을 논의했지만 수협법 개정안 처리가 늦어질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1년으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협은행 관계자는 "바젤Ⅲ 적용시기 유예 신청이 받아들여져 다행"이라며 "아직 19대 국회가 끝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법안 통과에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에서 이번 19대 국회에서 수협법 개정안 처리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총선이 끝나 임시국회가 열릴 가능성이 높지만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수협법 개정안 논의조차 안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2014년 세월호 침몰사고 이후 여야 갈등으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가 파행을 빚어왔다"며 "사실상 이번 국회에서 (수협법) 논의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수협법 개정안이 19대 국회에서 처리되지 않는다면 법안은 자동폐기 되고 20대 국회에서 법안 처리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한다. 따라서 시행령 등 하위 법령 정비와 각종 사업준비 등을 감안할 때 수협은행의 독립법인 출범은 내년께 가능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