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6년 04월 20일 18: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500억 원 규모의 차세대 시스템 구축 사업자 선정 문제를 놓고 발주자인 교보생명과 수주 후보인 SK㈜ C&C가 갈등을 빚으며 날선 공방전을 벌이고 있어 주목된다.

사업권 수주 우선협상자 지위에 올랐다 세부협상 단계에서 탈락한 SK㈜ C&C는 '부당한 갑질로 피해를 입었다'며 법정소송도 불사하겠다는 강경 대응 방침을 천명하고 나섰고, 교보생명은 '발주자로서 정당한 사업자 선정권을 행사한 것일 뿐'이라고 맞서고 있다

20일 시스템통합(SI)업계에 따르면 차세대 시스템 구축 사업자 선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교보생명은 지난 18일 SK㈜ C&C에 협상 결렬과 우선협상자 지위 박탈 사실을 통보했다. 이어 19일 차순위 협상자인 LG CNS를 새로운 우선협상자로 선정했다.

교보생명은 지난해 11월 초 차세대 시스템 구축 사업자 선정 절차에 착수해 두 번의 평가 작업을 거쳐 지난달 14일 SK㈜ C&C를 우선협상자로 선정한 뒤 최근까지 용역계약 체결을 위한 세부협상을 진행해 왔다. '보험시스템 V3'로 명명된 교보생명의 차세대 시스템 사업은 IBM 메인프레임의 유닉스 다운사이징 프로젝트로 사업비 규모가 총 2500억 원에 달한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프로젝트 제안서 평가 결과에 따라 SK㈜ C&C를 우선협상자, LG CNS를 차순위 협상자로 선정하고 SK㈜ C&C와 프로젝트 구현 협의를 진행했으나 실제 기술력 검증 단계에서 당초 기대와 달리 SK㈜ C&C가 요구되는 기술과 조건을 구현하기 어렵다는 결론이 내려져 협상 파트너를 교체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SK㈜ C&C는 관계자는 "교보생명이 입찰제안요청서(RFP)에 존재하지 않던 모델 기반 개발방식(MDD) 도입을 세부협상 단계에서 갑자기 요구하는 등 수용 불가능한 무리한 조건을 내걸어 협상이 결렬됐음에도 '기술력 부족'을 원인으로 지목하는 등 당사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며 "이는 명백한 '갑의 횡포'이며 SI업계에서 향후 이런 관행이 재발되는 것을 막기 위해 강경 대응에 나서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MDD는 개발방법론의 한 방식으로 LG CNS가 독점적으로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교보생명의 요구는 경쟁사 기술을 사오라는 주문과 같아 SI업계에선 절대 수용할 수 없는 조건이란 게 SK㈜ C&C의 주장이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개발방법 중 개발소스 자동생성 등의 기술 도입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구현을 요구한 것일 뿐 SK㈜ C&C에 LG CNS 기술을 사오라고 요구하지 않았다"며 "관련 기술 적용이 어려울 경우 대안 제시를 요구했으나 SK측이 이를 마련하지 못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SK㈜ C&C 관계자는 "개발소스 자동생성은 LG CNS의 MDD를 의미한다"며 "당초 RFP에 이런 조건이 들어있었다면 당사는 '스펙 아웃'으로 자동 탈락 후보가 되기에 입찰에 참여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RFP는 물론이고 두 번의 평가 과정에서도 존재하지 않던 조건을 우선협상자 선정 이후 갑자기 제기해 탈락 이유로 삼았다는 점 자체가 부당할 뿐 아니라 교보생명의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보전과 계약체결 및 계약 이행금지 가처분 신청 등의 법적 조치를 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향후 10여년 이상 운용될 당사의 시스템을 구축하는 사업인만큼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어 우선협상자 선정 이후 정밀검토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SK㈜ C&C의 프로젝트 수행력에 문제가 있다는 판단을 내리게 돼 발주자로서 정당한 권리를 행사한 것일 뿐, 다른 의도나 목적이 있을 리 없다"며 "이번 사안이 법정다툼까지 번지길 원치 않으나 SK㈜ C&C가 소송을 제기할 경우 적절한 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