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구조조정 임박, 역대급 등급 강등 도화선? [2016 정기 신용평가]지난해 강등 IMF이후 최다…두산그룹·한진해운 이미 하향 조정
배지원 기자공개 2016-04-25 13:29:49
이 기사는 2016년 04월 21일 11시5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16년 정기 신용평가의 윤곽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지난해 결산보고서가 나온 기점부터 은행·카드·캐피탈사 등 금융기업을 시작으로 하나 둘씩 정기평가가 공개되고 있다. 이달 하순부터 6월까지 조선, 해운, 철강, 증권 등 주요 관심 업종의 평가가 줄줄이 나올 전망이다.올해에는 정부가 주도하고 있는 기업 구조조정까지 맞물려 있다. 신용평가사의 보수적 평정이 더욱 활발해 질 가능성도 크다. 지난해에 이어 역대급의 신용등급 조정이 이어질 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2015년 신용평가사에 칼날을 어느 때보다 매서웠다. 한 해 동안 등급 하향된 기업의 수는 159개사. 1998년 외환위기 이후 가장 많은 수였다. 몇 년간 지속된 신용등급 하락 추세가 올해도 이어갈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국내 신용평가 3사 모두 신용등급 전망에 '긍정적' 또는 '상향검토대상' 기업보다는 '부정적'이나 '하향검토대상' 기업에 속해 있는 곳이 많다. 이들은 이번 정기평가에서 신용등급 조정 1순위로 꼽힌다. 신용평가사는 특히 주목할 업종으로 건설, 조선, 철강 등을 들었다. 모두 기업 구조조정 대상으로 거론되는 산업군으로 꼽힌다.
◇건설·조선 '긴장'…정유·석유화학 '함박웃음'
국내 신용평가 3사 집계 결과, 신용등급 전망으로 '긍정적' 보다는 '부정적'을 부여한 기업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부정적' 전망을 부여한 기업으로 NICE신용평가는 63사, 한국신용평가 31사, 한국기업평가는 30사에 달했다. '긍정적' 전망은 NICE신용평가·한기평 17개사, 한신평이 8개사에 부여하고 있다.
이번에도 신용등급 하락을 가장 우려하고 있는 곳은 건설사들이다. 신용평가사들은 건설회사의 양대 사업부문인 국내, 해외건설 모두 부진하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국내 주택시장은 최근 10년내 최고의 호조기를 보냈지만 지난해 4분기부터는 급격히 냉각됐다.
NICE신용평가는 "가계부채 규제 강화, 부동산 경기 둔화로 실질 주택수요는 세대수 증가분을 하회하는 모습"이라며 "주택시장은 이미 공급과잉시기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해외건설부문 전망 역시 어둡다. 권기혁 한국신용평가 실장은 "2015년에도 해외건설사업을 영위하는 대형 건설사 중에서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해외건설에서 저조한 수익성을 기록했다"며 "2016년에도 미청구공사 규모나 원가조정에 의한 손실 확대 가능성을 감안할 때 해외건설의 수익성 회복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중동 현장의 악성 미청구공사 금액을 줄이지 못하는 건설사는 신용등급 하락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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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산업 전반의 침체도 가속화되고 있어 신용평가사들이 예의주시하고 있다. 빅쓰리(Big3) 조선사인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도 외형 중심의 경영전략과 공격적인 수주의 결과로 대규모 손실이 현실화됐다. 2015년에 대우조선해양이 5조 5000억 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3사 합산 연결 기준 영업적자 규모가 8조원을 상회했다. 국내 조선산업 전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태다.
홍석준 한국신용평가 수석애널리스트는 "저유가 기조가 고착화되는 가운데 각 조선사별로 건조물량이 단계적으로 감소하고 있다"며 "해양플랜트 부문의 인도 지연 및 계약 취소, 공정 차질 문제가 지속됨에 따라 중기적인 사업경쟁력과 영업실적 회복에 대한 불확실성도 여전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미 정기평가를 받은 정유사와 석유화학사들은 함박웃음을 지었다. 유가와 정유마진이 한 방향으로 움직이던 과거와 달리, 저유가 기조 하에서도 정제마진은 개선되고 있다. 정유사와 석유화학 업종에 가장 큰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이로 인해 정유, 석유화학 업종의 수익성이 제고되고 과거 대규모 투자의 차입부담도 완화돼 재무구조가 개선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노지현 NICE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현재 개선된 정제마진으로 인한 높은 영업이익이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라며 "중동, 산유국, 중국을 중심으로 정제설비 증설이 지연되고 있어, 글로벌 정제설비 가동률의 상승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국내 정유사는 정제마진 확대로 인해 영업현금흐름이 대폭 개선됐다. 지난해 국내 정유 4개사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S-Oil, 현대오일뱅크는 모두 4%를 상회하는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4개사의 영업이익은 총 4조 8000억 원 수준이었다.
◇구조조정·M&A 속출…1분기부터 '하락 추세' 이어가
지난해 신용등급이 강등된 기업은 159개사로 외환위기 이후 가장 많은 수를 차지했다. 신용등급이 하락한 기업 수는 지난 2010년 34개사 이후 꾸준히 증가해 2014년 133개사까지 늘어났다. 2016년 정기평가 시즌을 맞이한 현재에도 신용등급 하락 추세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정기평가 이전인 1분기에 이미 전초전을 한번 치렀다. 1분기 신용등급이 상향 조정된 기업보다는 하향 조정된 기업이 월등히 많았다. 한국기업평가의 경우 1분기까지 회사채 기준 신용등급 상승은 한미약품, 유안타증권 등 2개사에 그쳤다. 등급 하락은 한진·현대·두산그룹 계열 등 12개사나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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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CE신용평가 역시 고위험 계열 중심으로 9개사의 등급을 강등시켰다. 정유사와 동부팜한농을 포함해 6개 기업 등급을 상향 조정했다. 한국신용평가 역시 7개 기업의 등급을 내렸고 SK머티리얼즈의 등급만 상향시켰다. 2012년 이후에 지속 및 심화되었던 투자적격등급 중심의 하락 추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초 불황업종 중 가장 대표적인 기업 구조조정 대상으로 꼽히던 한진해운의 등급이 BB0등급으로 하향 조정됐다. '하향검토대상'에 등재돼 추가 하락 우려도 크다. 현대상선은 정기평가 전 채무불이행으로 D등급을 먼저 받았다. 두산그룹도 주요 계열사의 등급이 모두 하향 조정된 상태다.
NICE신용평가는 지난 18일 두산그룹 지주사인 두산과 두산중공업의 장기신용등급을 A에서 A-로 강등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BBB+에서 BBB로, 두산엔진은 A-에서 BBB+로 떨어졌다. 두산건설은 BBB-에서 BB+로 떨어져 투기등급이 됐다.
앞서 한국기업평가도 지난달 두산과 두산중공업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강등했다. 두산인프라코어 신용등급은 A-에서 BBB로, 두산건설의 신용등급은 BBB에서 BB+로 낮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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