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6년 04월 29일 08:3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 2005년 KTB자산운용이 처음으로 메자닌 펀드를 만들었을 당시만 하더라도 업계에는 메자닌을 취급하는 플레이어들이 많지 않았다. 그런데 KTB자산운용이 설정한 이 펀드들이 계속해서 높은 수익률을 거두며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고, 저금리 시대로 접어든 최근 몇년 사이 자산가들 사이에서 메자닌 투자는 대세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KTB자산운용 외에도 최근 들어서는 에이원투자자문, 시너지투자자문, 히스토리투자자문 등 메자닌 전문 하우스들도 속속 생겨났다. 미래에셋자산운용, 대신자산운용, 라임자산운용, 그로쓰힐자산운용 등 헤지펀드 운용사들이 메자닌을 편입해 펀드를 운용하는 것도 일반적인 일이 됐다.
업계에 플레이어들이 다양해지니 그만큼 소싱(Sourcing) 경쟁도 치열해졌다. 시장에 괜찮은 물건들은 흔치 않은데 경쟁자들이 너무 많아 괜찮은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구하기가 예전보다 힘들어졌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수요와 공급의 역전 현상이 일어나자 투기등급에 준하는 기업들의 메자닌에도 상당한 투자금이 몰리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어 우려가 제기된다. 이번에 KTB자산운용 11년 만의 첫 디폴트로 기록된 나노스 CB가 가장 대표적인 사례다.
메자닌 시장에서 오랜기간 트랙 레코드를 쌓아온 한 자문사 대표는 나노스가 CB를 찍어냈을 당시인 작년 8월, 이미 이 회사의 경영환경이 충분히 악화됐다 판단했다고 한다. 당시 이 회사는 신용등급으로 따지면 잘 줘봐야 싱글 B급, 그래봐야 결국 투기등급이었다고 했다. 그는 투자 손실 우려가 매우 큰 이 기업의 CB를 편입하는 것이 매우 위험한 일처럼 느껴져 결국 투자하지 않았다.
KTB자산운용 역시 나노스의 이런 상황들을 아예 모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투자를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만들어야할 펀드는 많은데 편입할 메자닌이 많지 않았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디폴트 우려가 적은 메자닌을 찾기가 힘들어져 결국 투기 등급에 가까운 기업의 CB에 투자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업계에 설정된 메자닌 펀드의 편입 CB, BW에서 투자손실이 난 사례는 극히 드물었다. 그러나 과열되고 있는 메자닌 시장에서 나노스 사태와 같은 일이 다시 발생하지 말란 법은 없을 것이다. 수요는 계속해서 늘고 있지만 공급량은 크게 변하지 않아 시장이 과열됐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특히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수 백개 메자닌 펀드를 운용해오며 메자닌 명가로 이름을 떨쳐온 KTB운용이 처음 디폴트 사례를 기록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과거 달콤한 수익률과 입소문만 믿고 메자닌 펀드에 맹목적으로 가입해온 투자자들은 이같은 시장 상황을 명확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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