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시멘트, 17년만에 토종 자본 품으로 글랜우드, 국내서 4000억 조달해 라파즈한라 인수
권일운 기자공개 2016-05-03 09:29:31
이 기사는 2016년 05월 02일 10:2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 97년 외환위기 당시 외국계 기업으로 넘어간 한라시멘트가 17년 만에 국내 자본의 품으로 돌아왔다.범 현대가에 속했던 한라그룹은 지난 1997년 주요 계열사들이 잇따라 법정관리를 신청하며 해체 수순을 밟았다. 가장 부실이 심각했던 한라중공업과 한라해운은 공중분해됐고, 그나마 상태가 괜찮았던 한라시멘트는 시멘트 사업 부문을 RH시멘트라는 이름의 법인으로 분리해 매각했다.
RH시멘트의 새 주인이 된 곳은 세계 시멘트 업계 2위였던 프랑스 라파즈였다. 당시 언론보도 등에 따르면 라파즈는 인수금융 2억 5000만 달러를 포함, 총 4억 5000만 달러에 RH시멘트의 경영권 지분을 인수했다. 라파즈는 기존의 한라 브랜드를 유지한다는 취지로 사명을 라파즈한라시멘트로 변경했다.
꽤 오랫동안 라파즈 체제를 유지해 오던 라파즈한라시멘트에게 변곡점이 생긴 것은 지난해였다. 라파즈가 세계 1위 건자재 업체인 스위스 홀심과 합병을 추진하면서였다. 라파즈와 홀심의 합병 법인인 라파즈홀심은 독과점 이슈를 피하기 위해 일부 국가에서는 사업을 철수하거나, 현지 법인을 매각하기로 했다.
이같은 기류를 감지한 토종 사모펀드 운용사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는 라파즈한라시멘트가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가정 아래 인수합병(M&A) 전략 수립에 나섰다. 실제로 라파즈홀심은 라파즈한라시멘트를 매각하기로 했고, 별도의 공개매각 절차 없이 글랜우드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아직 신생 운용사 축에 속하던 글랜우드는 라파즈한라시멘트 인수를 위해 별도의 프로젝트 펀드(단일 투자 목적을 위해 조성한 펀드)를 조성해야 했다. 또 재무적투자자(FI)나 전략적투자자(SI)를 공동 인수 파트너로 영입해 리스크 분산과 시너지 창출을 동시에 노릴 필요가 있었다.
글랜우드는 여러 후보들과 접촉한 끝에 홍콩에 기반을 둔 사모펀드 운용사 베어링PEA와 손을 잡기로 했다. 두 곳은 앞서 동양시멘트 인수전에서도 힘을 합친 적이 있었다. 글랜우드-베어링PEA는 수개월 동안의 협의를 거쳐 인수 가격을 6300억 원으로 정했다. 라파즈홀심이 약 1000억 원의 현금을 남겨 놓고 떠나기로 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질적으로는 5300억 원에 라파즈한라시멘트를 인수하는 셈이다.
글랜우드는 전체 인수대금 6300억 원 가운데 4000억 원을 자신들이 조성한 프로젝트 펀드로 충담하기로 했다. 이 4000억 원은 교직원공제회와 행정공제회, 군인공제회를 비롯한 국내 기관투자가들로부터 조달했다. 4000억 원 가운데 의결권이 있는 투자금은 2000억 원으로 베어링PEA의 1800억 원보다 약간 많다. 거래 주도권과 그에 따른 책임을 글랜우드가 대부분 지는 구조다.
지난달 29일 일련의 거래 절차가 마무리됐고, 라파즈한라시멘트는 '라파즈'를 뗀 한라시멘트라는 이름을 되찾게 됐다. 라파즈홀심 체제에서는 프랑스인이 맡아 오던 대표이사 역시 내부 승진 형태로 충원할 전망이다. 이로써 한라시멘트는 17년 만에 다시 토종 시멘트 기업으로 새출발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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