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고나가는 '한진해운' 내실다지는 '현대상선' 세계 얼라이언스 재편 '희비'..국내 해운사 간 눈치작전 치열
윤동희 기자공개 2016-05-13 16:39:50
이 기사는 2016년 05월 13일 16: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양대 해운사의 생존을 위한 눈치 작전이 치열하다. 현대상선에 비해 재무구조 개선 작업 시작이 늦었던 한진해운이 발빠르게 얼라이언스(해운동맹) 결속을 다졌다. 내실 다지기에 주력했던 현대상선은 시간이 남은 만큼 채무조정 후 기회를 엿본다는 방침이지만 이번 얼라이언스 발표에 맥 빠진 모습이다.제3 해운동맹 더 얼라이언스(THE Alliance)가 13일 진용 명단을 밝혔다. 더 얼라이언스에 참여한 선사들은 상호 기본 계약서(HOA: Heads of Agreement)에 서명을 완료했다. 2017년 4월 1일부터 아시아-유럽, 아시아-북미 등 동서항로를 주력으로 공동 서비스를 개시할 예정이다.
더 얼라이언스는 독일 함부르크 소재 하팍-로이드(Hapag-Lloyd)가 리더 역할을 맡고 있으며 기존 G6 멤버였던 일본계 NYK(Nippon Yusen Kaisha)와 MOL(Mitsui OSK Line)이 그대로 포함됐고 CKYHE소속이었던 일본계 K라인(Kawasaki Kisen Kaisha), 대만 회사 양밍(YangMing), 한진해운이 새롭게 추가됐다. 하팍-로이드가 쿠웨이트사 UASC와의 합병 작업을 마치면 더 얼라이언스는 G6 시절처럼 6개 해운사가 동맹을 맺는 구조가 된다.
당국이나 채권단은 해운동맹 재편 움직임과 관련해 양대 국적선사가 한 얼라이언스에 포함될 수 있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는데 이번에 발표에서는 현대상선이 명단에서 제외돼 눈길을 끌었다. 오는 10월까지 더 얼라이언스 가입 가능성이 열려있고 2M이나 오션 얼라이언스로의 가입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현대상선의 퇴출이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관계자들은 적잖이 당황한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한진해운이 자율협약 신청 전부터 발 빠르게 움직여왔다"며 "더 얼라이언스측도 한진해운의 재무안전성을 의심하지 않아 이번 동맹에 받아준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한진해운은 더 얼라이언스 가입 사실을 밝히며 "조양호 회장이 홍콩 박스클럽(Box Club)에서 글로벌 주요 해운 인사들과 교류하는 등 긴밀하게 협의를 진행해 왔다"고 밝혔다.
사실 컨테이너 해운사는 동맹에 속해 있어야 안정적인 영업기반을 확보할 수 있다. 회사 경영상태에 문제가 없더라도 동맹 탈퇴는 영업력 상실을 의미했다. 때문에 한진해운은 재무개선보다는 최우선적으로 얼라이언스 결속에 집중했다는 분석이다. 이번 더 얼라이언스 가입사실이 한진해운의 용선료 인하 작업과 사채권 조정 작업에 긍정적 시그널을 줄 수 있을 거란 전망이다.
반면 채권단 등이 제시한 절차에 따라 내부 재무구조 개선 작업에 매진했던 현대상선은 허탈해하고 있다. 절체절명의 용선료 협상 마지막 단계를 눈앞에 두고 있는데 이제는 출자전환 이후의 상황까지 걱정하게 됐다. 일본계 회사가 3군데나 더 얼라이언스에 들어간 것처럼 같은 국적의 해운사가 한 얼라이언스에 속하는 데 문제는 없다. 하지만 얼라이언스의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현대상선이 한진해운에 비해 기여할 수 있는 메리트가 적어 얼라이언스 설득에 갑절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의 양대해운사가 모두 포함된다고 해서 나쁠 것은 없다"면서도 "두 회사의 노선은 중복되는 곳이 많아 한 얼라이언스 안에 들어가면 선복량만 늘어난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양자택일의 이슈가 국내 2대 해운사 간 생존경쟁을 부추긴 셈이다.
한진해운이 더 얼라이언스 가입으로 치고 나가고 있지만 정부나 현대상선은 추후 얼라이언스 가입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더 얼라이언스 명단에서 완전히 배제된 것이 아니라 잠정 보류 차원으로 해석하는 게 맞다는 얘기다. 산업은행도 현대상선의 얼라이언스 배제 건이 채무재조정 계획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고 시장을 안심시켰다.
해양수산부와 금융위원회, 산업은행 모두 오는 10월까지 얼라이언스 가입여지가 열려있기 때문에 아직 시간 여유가 있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 그때까지 컴포트 레터와 같은 회사에 필요한 지원은 아끼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두 회사가 치열한 제로섬 경쟁을 펼치고 있지만, 정부는 기존에 제시한 조건(용선료 인하와 사채권자 동의)만 만족한다면 양사 모두에 약속한 자율협약 사항은 이행하겠다는 원칙만 고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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