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제' 도입한 산은, 역량있는 신설사에 기회 대형→루키리그 차등 출자···매칭 부담도 완화
신수아 기자공개 2016-05-23 08:17:55
이 기사는 2016년 05월 20일 16:1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DB산업은행(이하 산업은행)이 올해 운용사 규모를 고려한 '리그 제도'를 도입해 벤처 펀드 위탁운용사(GP)를 뽑는다. 출자사업 참여 기회가 일부 대형 벤처캐피탈에 쏠리는 현상을 막고 역량있는 투자사들의 시장 진입을 독려하겠다는 복안이다.산업은행은 지난 18일 2016년 벤처펀드 앵커출자 사업의 GP 선정 계획을 발표했다. 총 2500억 원을 출자, 민간 매칭을 통해 최고 4220억 원 규모의 펀드를 결성하겠다는 목표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운용사 선정 방식에 '리그제'를 도입한다는 대목. 벤처캐피탈을 운용자산과 업력에 따라 각각 해당하는 대형·중형·소형·루키 리그에 지원할 수 있다. 이때 대형 벤처캐피탈은 벤처조합 기준 운용자산(AUM)이 2000억 원 이상인 경우, 중형 벤처캐피탈은 1000억 원 이상인 경우, 소형 벤처캐피탈은 1000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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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 관계자는 "올해는 펀드 시장의 균형적 발전을 위해 리그별로 제안서를 접수, 운용사를 선정할 방침이다"며 "벤처캐피탈의 규모를 고려하지 않고 경쟁에 붙일 경우 대형사가 유리하다는 판단 아래, 자산 규모별로 각각 기준에 맞는 운용사를 별도 선정한다"고 설명했다.
산업은행은 대형 벤처캐피탈 2곳에 각각 400억 원씩 800억 원, 중형 벤처캐피탈 3곳에 각각 300억 원씩 총 900억 원, 소형 벤처캐피탈 3곳에 200억 원씩 총 600억 원을 출자한다. 또한 업력 3년 이하의 신생 벤처캐피탈을 '루키'리그로 묶어 각각 100억 원씩 총 200억 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산업은행의 이 같은 결정은 정책성 성격이 짙은 출자금이 일부 대형사에만 집중되는 상황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산업은행은 옛 정책금융공사(이하 정금공)의 출자 사업을 이관받아 첫 앵커 출자사업을 진행했다. 큰 틀은 정금공의 기존 사업을 따르는 선에서 자금 출자와 관련된 은행의 개별 프로세스를 진행했다. 그 결과 HB인베스트먼트·한국투자파트너스·KTB네트워크·지앤텍벤처투자·코오롱인베스트먼트·키움인베스먼트·LB인베스트먼트 등 총 7곳의 벤처캐피탈이 운용사 자리를 꿰찼다. 오랜 업력과 트렉레코드를 보유한 대형사에 그 기회가 쏠렸다.
특히 업계의 베테랑들이 설립한 신설 벤처캐피탈들은 1차 정량평가에서 고배를 마시기도 했다. 신설사의 경우 일반적으로 짧게는 6년, 길게는 10년이 걸리는 펀드의 청산 레코드 등 일부 수치를 제출할 수 없어 과락(科落)됐기 때문이다.
투자업계(IB) 관계자는 "은행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할 때 미래 수익과 안정적인 운용 결과를 우선해 총체적으로 살펴야 하는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투자 인력이 핵심이 되는 벤처캐피탈 업계의 특징을 감안할 때 리그 제도는 역량이 충분한 중소 벤처캐피탈에게도 시장에 진출할 공정한 기회를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리그제는 지난해 출자 사업 이후 꾸준히 업계의 이야기를 청취해 온 산업은행이 내 놓은 절묘한 '한 수'인 셈이다.
실제 리그별로 출자비율을 달리한 대목도 확인할 수 있다. 대형사는 최소 펀드 결성금액의 50%만을 출자하지만, 루키 리그의 경우 최대 80%까지 산업은행이 출자한다. 즉 회사의 트랙레코드가 충분치 않은 신사로 구성된 루키리그의 경우 민간매칭으로 통해 확보해야 하는 부담이 줄어들 수 있도록 설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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