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행세 논란' 대한유화, 오너가에 또 일감 제공 '원재료 구매' 자회사 청산, 회장 소유 KPIC에 신규 업무 맡겨
박창현 기자공개 2016-06-08 08:40:42
이 기사는 2016년 06월 02일 14:3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한유화가 새로운 원재료 매입 일감을 오너일가 소유 기업에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유화는 지난 수년간 핵심 원재료인 나프타 매입 업무를 오너 기업에 맡겼다가 지난해 관계를 정리했다. 비용 절감과 사업 리스크 해소를 위한 조치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른 원재료 매입 일감을 주면서 거래 관계를 계속 이어나고 있다.대한유화는 이순규 대한유화그룹 회장 개인회사인 '케이피아이씨코포레이션(이하 KPIC)'과 수년간 매입 거래를 해왔다. 더 엄밀하게는 KPIC의 100% 해외 자회사였던 'ATMAN'이 사업 파트너였다.
KPIC는 지난 2009년 싱가포르에 무역 자회자 ATMAN을 설립했다. 이후 ATMAN은 대한유화로부터 매년 수천억 원 대 일감을 제공받는다. 시장에서 나프타를 구입하고, 이 원재료를 다시 대한유화에 파는 일이었다.
대한유화는 나프타를 원료로 폴리프로필렌(PP)과 고밀도폴리에틸렌(HDPE) 등 합성수지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나프타가 핵심 원재료인 셈이다. 매출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나프타 가격 따라 대한유화 수익성이 좌우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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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MAN은 설립 첫 해부터 대한유화로부터 1182억 원 어치의 매입 일감을 받았다. 이듬해 온전히 매입 업무를 도맡게 되면서 내부거래 규모가 4000억 원을 넘어섰다. 거래 물량은 계속 늘었다. 2012년에는 내부 거래액이 8021억 원에 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즈음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관행에 대해 제동을 걸면서 대한유화와 ATMAN 간 거래 관계에도 변화가 생겼다. 실제 2013년 양 사간 매입 거래 규모는 전년대비 45% 수준인 2629억 원으로 감소했다. 이듬해 KPIC는 ATMAN 청산 결정을 내린다.
대한유화는 중동과 국내 S사로부터 나프타를 수년 간 수입하고 있다. 오랜 기간 거래 관계를 이어오고 있는 만큼 굳이 중간에 무역회사를 둘 필요성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 많았다. 특히 오너가 소유 회사를 거래 중간에 끼워 넣어서 이익을 취하는 '통행세' 사례로 오인 받을 소지도 컸다. 결국 대한유화와 KPIC는 일감 몰아주기 의혹에서 완전히 벗어나기 위해 ATMAN 청산이라는 특단의 조치를 내린 것으로 분석됐다.
현재 대한유화는 나프타 매입 업무를 내부 부서에서 직접 담당하고 있다. 단순히 일감 몰아주기 의혹 해소뿐만 아니라 원가 관리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관련 업무를 내재화 했다는 게 대한유화 측 설명이다.
다만 대한유화는 이 회장 부부의 100% 소유 회사인 KPIC에 새로운 매입 일감을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ATMAN 청산 절차가 진행 중이던 2014년 대한유화는 KPIC에 207억 원 어치의 매입 일감을 제공했다. 작년에는 일감 규모가 2배 이상 늘면서 총 487억 원의 거래가 이뤄졌다. 이는 과거 ATMAN이 수행했던 업무와 정확히 일치한다. KPIC가 원재료를 매입하고, 이 물건을 다시 대한유화에 되팔고 있다.
대한유화 측은 나프타가 아닌 다른 원재료 매입 업무를 KPIC에 맡겼다는 입장이다. 영업 비밀 때문에 어떤 원재료를 사고파는지는 확인해 줄 수 없다고 했다. 대한유화 관계자는 "별도의 원료 구입 일감이 생겨서 계열사에 구매 대행을 맡겼을 수 있다"며 "원가와 관련된 사안이라 정확한 거래 품목을 확인해 주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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