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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에 발목잡힌 인터넷은행 [thebell note]

한희연 기자공개 2016-06-10 10:01:11

이 기사는 2016년 06월 09일 08: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첫 인터넷전문은행(인터넷은행)이 올해 중 선보인다. 지난해 말 예비인가를 받은 K뱅크와 카카오뱅크는 연내 본인가 취득을 목표로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인터넷은행은 핀테크 바람을 타고 금융당국이 특히 적극적으로 주도하는 사업 중 하나다. 그동안 인터넷은행과 관련해서는 오히려 다른 산업이 역차별 받는 게 아닐까 느껴질 정도로 규제 완화, 편의 제공, 대국민 홍보 등 당국의 전폭적인 지원이 이어져 왔다.

하지만 최근 만난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의외로 답답함부터 토로하고 나섰다. 핵심은 빅데이터 활용이었다.

빅데이터는 중금리 대출시장을 타깃으로 삼고 있는 인터넷은행 사업자들이 시장 개척을 위해 활용하겠다고 내 놓은 대표적인 도구다. 기존 금융권에서 활용하지 못했던 정보를 사용, 차별화된 신용분석모델을 만들어 니치마켓을 발굴하고 서비스를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서 KT나 카카오 등 인터넷은행 주요주주의 정보자산 활용은 필수적인 요소로 여겨져 왔다.

지난해 말 각 회사가 제시한 사업계획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기존방식과 대체 데이터는 물론 카카오만이 보유한 모바일/온라인 활동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새로운 신용평가모델(카카오스코어)을 구현해 신용평가와 중금리 대출에 혁신을 이룰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K뱅크 또한 "CB, CSS 정보에 통신과 결제 등의 정보를 추가해 중위 등급 고객의 리스크까지 정교하게 평가할 수 있는 신용평가모형을 운영, 서민 근로자를 대상으로 합리적인 대출상품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인터넷은행을 준비하다 보니 막상 현 제도 하에서는 사업 계획에서처럼 주주회사의 정보를 가져다 쓸 수 없는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빅데이터 유통이 27개의 개인정보보호법에 막혀 있기 때문이다. 일단 정부는 비식별화를 전제로 빅데이터 유통을 허용하겠다는 대안을 내놓은 상태지만 실제로 이는 기술적으로 어려워 무의미 하다는 평가다.

인터넷은행 사업자들은 일단 규제의 틀 안에서 최대한 신용평가분석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다만 빅데이터 활용 없이는 기존 금융권과의 차별성 확보가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 인터넷은행 현장간담회에서 "기존금융권과 다른 DNA를 갖고 금융시장의 경쟁과 혁신을 촉진시키는 '연못안 메기' 역할을 해 달라"고 당부했다. 실제로 금융당국은 인터넷은행 예비인가 당시에도 1000점 만점의 중 250점을 '사업계획의 혁신성'에 배치하며 기존 금융권과의 차별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사업 현실화 단계에서는 정작 규제 때문에 혁신성 발휘가 어렵게 된 셈이다.

개인정보보호에 소홀해도 된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왕 '연못안 메기'를 풀어넣기로 했으면 효과가 극대화 될 수 있도록 세심하게 신경 쓸 필요는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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