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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콘텐츠의 은행 문턱 넘기 [thebell note]

김나영 기자공개 2016-06-20 08:31:01

이 기사는 2016년 06월 16일 10: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은행은 문화콘텐츠를 다른 산업보다 불안정하게 인식하고 있다. 만약 콘텐츠에 대해 금융자원을 배분한다면 리스크 관리에 있어 매우 불리해진다. 보수적인 금융기관인 만큼 콘텐츠에 특화된 상품 프로세스도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누가 굳이 나서서 투자나 대출을 하고 책임을 떠안으려 할까."

최근 문화콘텐츠 투자시장을 들여다보며 만난 은행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콘텐츠에 대한 은행들의 시각은 한결같이 위험수위가 높아 취급이 힘들다는 것으로 귀결됐다. 극히 일부의 은행을 제외하고는 콘텐츠 산업에 대한 이해조차도 전무했다. 생각보다 규제의 장벽은 낮고 오히려 인식의 갑옷이 두꺼움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문화콘텐츠는 특성상 대중예술적인 측면이 크다. 타 산업에 비해 금융과 상생하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서 기인한다. 시장이 커지면서 자본이 유입되자 생겨난 불협화음도 대부분 이러한 문제와 엮여 있다.

때문에 은행이 문화콘텐츠 대출 또는 투자를 추진하는 것은 사실 쉽지 않다. 은행은 어떤 자본보다도 리스크를 철저하게 매니지먼트하는 기관이다. 담보가 확실한 제조업을 두고 굳이 콘텐츠와 같이 예측불가능한 산업에 베팅할 이유가 없다는 의미다.

실제로 콘텐츠 대출과 투자는 다른 벤처투자보다 금액을 잘게 쪼개서 들어가는 경우가 꽤 있다. 소위 손은 많이 가는데 효율성은 떨어진다는 이야기다. 여기에 은행이라는 금융기관 특유의 보수성까지 겹치면 콘텐츠는 대출 서류 한 장을 작성하기도 힘든 산업으로 분류된다.

콘텐츠 기업들의 입장에서 보면 은행 문턱은 더욱 높아 보인다. 금융지원이 필요한 업체들은 일부를 제외하면 대부분 영세하고 군소 집단을 이룬다. 실적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꾸준히 올라가기보다는 들쭉날쭉하다 못해 마이너스를 그리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담보물로 잡을 만한 유형의 자산이 있는 것도 아니다. 무형의 가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내기까지는 맨손이나 마찬가지다. 이 같은 모습으로 대출 심사대를 통과하거나 투자기업으로 선정돼야 하는 셈인데 쉽지 않다.

문화콘텐츠의 은행 문턱 넘기는 대중예술과 금융이 상생하려면 어떤 부분이 필요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된다. 금융은 콘텐츠의 예술적인 측면보다 산업적인 기능이 강조되어야만 안착할 수 있다. 하지만 콘텐츠는 이러한 면이 고착화될 때 오히려 매력도가 떨어지거나 제 성질을 잃을 수 있다.

콘텐츠의 본질과 특성을 이해하는 맞춤형 금융은 현실적으로 아직 버겁다. 기업이 결산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조차 없는데 무작정 포용하기를 바라는 것도 아니다. 현재는 대중예술작품을 생성하는 산업과 여기에 자본을 넣는 투자시장이 함께 커지는 시기다. 금융기관의 맏형인 시중은행들의 콘텐츠 투자에 대한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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