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6년 06월 21일 15:0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B금융지주가 현대저축은행 매각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현대증권 인수로 현대저축은행이 한 가족이 됐지만 KB저축은행과의 시너지 등을 고려하면 LIG투자증권의 경우처럼 다시 시장에 내놓을 것이란 판단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저축은행을 사려는 원매자가 많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규모가 큰 편인데다 포트폴리오상 건설·부동산 익스포저가 상당하다는 점은 원매자들에게 부담요인으로 다가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2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은 최근 현대증권의 지분을 인수하며 지난달 31일 현대저축은행도 공식적으로 손자회사로 편입했다. 2015년 회계연도 기준으로 현대저축은행의 자산총액은 1조 3154억 원 이며 자본금은 2780억 원이다.
KB금융은 현재 현대증권 통합기획단을 운영하며 KB투자증권과의 통합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현대저축은행의 처리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KB저축은행을 갖고 있는 KB금융이 시너지가 크지 않은 현대저축은행을 매각할 것이란 전망이 대부분이다.
실제로 KB저축은행은 '중금리대출' 모델로 저축은행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저축은행은 '대부업' 모델로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금융당국은 저축은행 등 대부업체들의 최고금리를 27.9%로 제한하고 있다. 특히 시중은행 계열 저축은행의 경우 사실상 최고금리 제한을 더욱 엄격히 가져가고 있어 이들 은행계 저축은행들은 통상 20% 이하로 최고금리를 가져가고 있는 현실이다. KB저축은행이 중금리 대출 모델을 채택하고 '착한대출'을 내세우는 것도 이런 시장 상황을 반영한 결과다.
현대저축은행이 현재 대부업 모델을 운영하고 있더라도 KB금융 계열로 들어오게 되며 최고금리 규제는 더욱 엄격히 적용받을 수 밖에 없다. 결국 현대저축은행의 운용 전략도 중금리 쪽으로 갈 수 밖에 없는데, 최근 시중은행들과 인터넷은행, P2P대출업체 등이 줄줄이 중금리대출 시장에 출사표를 던지는 상황을 감안하면 비슷한 모델의 저축은행 계열사를 두개나 두는 것은 KB금융 입장에서는 비효율이다.
따라서 KB금융이 현대저축은행 매각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지만 문제는 원매자를 찾기 힘들다는 점이다.
우선 규모가 문제다. 지난 2010년 저축은행 사태 이후 인수 메리트가 높은 곳은 이미 일본계 등으로 팔린데다 최근 저축은행 인수를 희망하는 곳들은 대부분 매각가격 1000억 원 미만의 매물을 원한다. 하지만 현대저축은행의 예상 매각가격은 1000억 원을 넘어간다고 알려져 있다. KB금융 관계자는 "1000억 원 미만의 저축은행을 원하는 원매자는 많은데 현대저축은행은 규모가 큰 편"이라며 "2년 간의 유예기간동안 천천히 고민해 최적의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문제는 현대저축은행의 여신 포트폴리오다. 현대증권이 인수한 초반 뒷걸음 치던 현대저축은행의 실적은 2014년 하반기부터 확연히 달라졌다. 머니투데이 더벨이 지난해 10월 실시한 저축은행 경영실태평가에서 현대저축은행은 수익성 부문에서 자산 1조 원 이상 10개 저축은행 중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수익성 향상의 이면에는 PF대출과 건설·부동산 대출 비중 증가가 자리하고 있다.
지난 1분기 말 현대저축은행의 전체 기업대출 중 건설업·PF대출·부동산 및 임대업 비중은 50%에 육박한다. 2013년 말 까지만 해도 이 비율은 26.92%에 그쳤지만 2014년 말 37.24%, 2015년 말 48.69%로 껑충 뛰었다. 특히 건설업 비중은 지난해 말부터 소폭 줄고 있지만 PF대출이 전체 기업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4년 말 12.06%에서 지난 1분기 말 12.60%로, 부동산업및임대업 비중은 같은 기간 18.24%에서 32.30%로 늘었다.
업계에서는 현대저축은행의 이 같은 여신 포트폴리오 구성이 모회사였던 현대증권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현대증권도 수익성 향상을 위해 부동산 PF 투자 비중을 늘렸는데, 이런 분위기가 자회사에도 영향을 끼쳤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는 당장 부동산 경기가 꺾이지 않은 상황에서는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 하지만 언제든 터질 수 있는 뇌관이 자리한다는 인식에 원매자들이 상당히 부담스러워 할 수 밖에 없는 요소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건설·부동산 관련 익스포저 과다는 현재 시장 상황에서는 당장 문제가 불거지지는 않지만 지난 경험의 결과 언제든 회사를 흔들 뇌관이 될 수 있다"며 "장기적인 시각으로 회사를 매수하는 원매자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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