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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활용한 알고리즘 투자...수년 안에 CTA 활성화" [thebell interview] 이기형 GHR투자자문 대표

김일권 기자공개 2016-07-05 11:40:18

이 기사는 2016년 07월 01일 14:0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선물을 활용해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전문투자자 CTA(commodities trading adviser)는 이미 미국 등 선진국 금융시장에서는 보편화된 지 오래다. 선진국에서는 연기금 등 상당수 기관투자가들이 CTA에게 자금 운용을 맡기고 있으며 그 규모 또한 지난해 말 기준 한화 350조 원을 넘어설 정도다.

이에 반해 국내 금융시장에서 CTA는 아직까지 활발한 투자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분야다. 하지만 앞으로 수년 안에 국내 금융시장에서도 CTA에 대한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도전장을 낸 사람이 있다.

◇ 국내외 상장된 선물 활용 알고리즘 투자..레버리지 조정해 수익률 극대화

이기형 GHR투자자문 대표가 자문사를 설립한 것은 지난 2월이다. 이 대표는 자체적으로 개발한 알고리즘 프로그램을 활용, 우리나라와 미국 등에 상장된 30여개 선물 상품에 투자하는 시스템을 운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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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형 GHR투자자문 대표
이 대표는 "보통 선물 투자라고 하면 매우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며 "물론 전문성이 없는 개인투자자들이 높은 레버리지 비율로 투자하면 매우 위험할 수 있다. CTA가 하는 일은 선물을 활용해 포트폴리오를 짜주고, 위험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레버리지 비율을 조정해 주는 역할이다"라고 말했다.

이 대표가 개발한 알고리즘은 트렌드팔로잉(trend following)이라는 투자 기법을 사용하도록 설계돼 있다. 트렌드팔로잉이란 한 마디로 방향성에 투자하는 방법을 말한다. 평상시 주시하고 있던 상품의 가격에 방향성이 생기는 순간, 알고리즘 프로그램이 자동으로 매매를 진행한다. 인간의 판단은 전혀 개입되지 않는다.

통상 1개 종목에서 수익이 날 확률은 30% 정도다. 예를 들어 원유 선물을 10번 매매하는 동안 3번은 수익이 나는 반면 7번은 손해를 본다. 단 프로그램 설계시 손해를 볼 때는 짧게, 수익이 날 때는 길게 가져가도록 돼 있기 때문에 3번의 수익을 합한 것이 7번의 손해의 합보다 많다. 결과적으로 모든 손실과 수익을 합쳤을 때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할 확률이 높도록, 그리고 손실이 나더라도 이를 최소화하도록 설계돼 있다.

또 주식, 채권, 통화, 커머디티 등 서로 다른 종류의 30여개 상품에 대해 매매를 하기 때문에 전체적인 포트폴리오를 놓고 봤을 때는 10번에 7번은 수익이 나는 구조로 바뀐다. 이렇게 해서 GHR투자자문이 목표로 하는 수익률은 1년에 10% 정도다.

지난 2013년부터 쌓아온 트랙레코드는 매년 4~7%의 수익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레버리지 비율을 가장 낮은 수준으로 조정한 결과다. 이 대표는 통상 고객들의 포트폴리오를 운용할 때 레버리지 비율을 최저 수준에서 약 두 배 정도 끌어올린다. 이럴 경우 지난 3년간 트랙레코드는 연 8~14% 정도가 된다.

올들어서는 브렉시트(Brexit)의 영향으로 지난 6월 한달간 6%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일반적으로 상승장보다는 하락장에서 방향성이 더욱 가파르다는 특성 때문에 트렌드팔로잉 기업은 하락장에서 더 큰 수익이 나는 경향이 있다. 지난 상반기 누적 수익률은 8%로 GHR투자자문 고객들의 경우 레버리지 비율을 감안했을 때 두 배인 16% 정도의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

◇ 금융위기때 유일하게 수익낸 자산 'managed futures'..수년간 프로그램 개발에 몰두

회사를 설립한지는 4개월 여에 불과하지만 현재 투자에 활용되고 있는 알고리즘 프로그램을 만들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9년부터다. 그때부터 약 3~4년의 기간동안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2013년부터는 완성된 프로그램을 활용해 이 대표와 지인들의 자금을 투자해 트랙레코드를 쌓았다.

이 대표는 "미국 금융위기 때 대부분의 투자자산이 마이너스 기록하고 있는 사이 유일하게 플러스 수익을 낸 것이 'managed futures' 즉 CTA에 의해 관리되고 있는 선물 포트폴리오였다"며 "이때부터 지금의 알고리즘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위해 매달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당시 국내 증권업계에도 CTA 개발 붐이 일었다. 대부분의 증권사들은 국내에서 개발자를 찾기 보다는 앞서 CTA에 대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던 외국 금융사의 힘을 빌리는 방법을 택했다.

이 대표가 알고리즘 개발을 시작한 지 1년여가 됐을 즈음, 하나대투증권(현 하나금융투자)이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결국 2010년 하나대투증권 선물옵션팀에 합류한 이 대표는 1년여 간 알고리즘 개발 작업에 다시 몰두한다.

하지만 기대했던 것 이상의 성과가 나오지 않자 하나대투증권은 이 대표와의 결별을 선언했다. 돌이켜 보니 국내 증권사들이 CTA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던 2010~2013년은 시장에 방향성이 크지 않았고, 주로 트렌드팔로잉 기법을 사용하는 CTA들에 있어서 최악의 투자 환경이었다. 그렇다고 알고리즘 설계의 특성상 큰 손실이 났던 것은 아니었다. 기껏해야 연간 -2~-3% 이내였다.

3~4년 동안의 우여곡절을 겪고 프로그램 개발을 완료한 끝에 또다시 투자를 시작해볼 만한 기회가 생겼다. 지난 2013년 당시 수탁고 1조 원 규모를 운용했던 가울투자자문의 제안이 들어온 것이다.

이 대표는 가울투자자문 대체투자 본부에 입사해 개발 작업을 계속했지만 이 인연도 1년 이상 지속되지는 못했다. 2013년 미국 NFA(national futures association)에 CTA 등록을 마친 이 대표는 결국 독자적으로 회사를 만들기로 결정했다. 지난해부터 투자자문사 설립을 준비하고, 올해 2월 자신의 이름을 딴 GHR투자자문을 만들었다.

◇ 국내 시장에서 CTA 아직 생소...향후 2~3년간 CTA 유리한 장세 올 것

이 대표는 회사 설립 후 투자 유치를 위해 본격적으로 국내 투자자들을 만나고 다니면서, 국내 시장에 대한 한계를 느끼기도 했다. 아직 기관투자가들을 비롯해 국내 투자자들은 CTA에 대한 이해도가 너무도 부족했다. 특히 선물은 무조건 위험하다는 편견이 이 대표를 힘들게 했다.

이 대표는 "전세계에서 CTA에 의해 관리되고 있는 선물 포트폴리오(managed futures) 규모는 약 350조 원에 달한다"며 "연기금을 비롯해 대부분의 기관투자가들이 포트폴리오에 하나씩은 들고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국내 금융시장에서도 CTA에 대한 투자 수요가 점차 증가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무엇보다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고민하고 있는 기관투자가들이 많기 때문에 CTA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앞으로 2~3년 동안은 CTA에 유리한 장세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특히 지난달 발생한 브렉시트로 인해 변동성이 커지고, 이에 따라 큰 방향성이 생길 기회가 많아지고 있는 것이 가장 긍정적인 요인이다.

이 대표는 "CTA는 미국 금융위기나 브렉시트 같은 위기 상황에서 더욱 빛을 발하는 투자방법"이라며 "앞으로 2~3년 동안은 CTA에게 유리한 장세가 펼쳐질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약력
△ 1994 Wharton School, University of Pennsylvania 졸업(Finance/Decision Science 전공)
△ 1995 HSBC증권 입사
△ 2001 ABN Amro증권 입사(금융팀 리서치 실장)
△ 2003 NorthPoint Investment Partners (롱숏 헤지펀드) 설립파트너 (서울,싱가포르)
△ 2005 KGI Asia 입사 (서울, 홍콩)
△ 2010 하나대투증권 선물옵션 입사
△ 2012 가울투자자문 대체투자 본부 입사
△ 2013 미국 NFA에 CTA 등록
△ 2016 GHR투자자문 설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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