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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 공익재단 규제 강화 '촉각' 의결권 전량 제한시 삼성생명 등 지배력 약화 불가피

정호창 기자공개 2016-07-05 08:26:39

이 기사는 2016년 07월 01일 15: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국회에서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의 계열사 보유지분에 대한 의결권을 제한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되는 등 규제 강화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어 삼성그룹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의결권 전면 제한 등과 같은 규제안이 법제화될 경우 그룹 주력 계열사인 삼성생명 등에 대한 지배력 약화가 불가피해지기 때문이다.

1일 정치권과 재계에 따르면 박영선·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이 보유한 계열사 지분의 의결권 제한을 골자로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공익법인이 보유한 대기업 지분 중 5%까지만 의결권 행사가 가능하도록 제한하거나, 재벌 산하 공익법인의 경우 계열사 주식에 대한 의결권을 전면 제한하는 내용이 담긴 법안이다.

국회에서 이 같은 법안을 발의한 것은 일부 대기업과 오너들이 계열사 주식을 공익재단 등에 출자하는 방법으로 상속세와 증여세 부담을 피한 뒤, 해당 주식을 우호지분으로 활용해 지배력은 그대로 유지하는 등 공익법인을 '편법 승계'의 창구로 이용하고 있다는 사회적 비판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현재 기업이 공익법인을 설립한 뒤 의결권 있는 주식의 5% 이내를 출연할 경우 상속세와 증여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성실공익재단의 경우엔 10% 지분까지 과세를 면할 수 있다.

또 이 같은 규정이 역으로 과도한 세금 부담 문제를 발생시켜 순수한 의도의 대규모 지분 출연과 사회 환원을 어렵게 해 우리 사회에 기부문화가 확산·정착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정치권에서 공익법인 관련 법안과 규정을 손질하자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이유다. 출연 지분의 비과세 한도를 높여주는 대신 의결권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편법 승계' 활용 가능성을 낮추고, 공익법인의 순기능을 높이자는 이야기다.

재계에선 정치권 논의의 취지는 이해하나 외국과 달리 기업의 경영권 방어 제도가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의결권 제한 등 규제 강화 효과가 커질 경우 오히려 기업의 공익법인 출연이나 기부가 줄어드는 역효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지난해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과 삼성물산 사이에 벌어진 경영권 분쟁에서 확인된 것처럼 국내에는 기업의 경영권 방어와 관련된 제도나 안전장치가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다"며 "이런 상황에서 공익재단이 보유한 우호지분의 의결권 행사마저 제한할 경우 기업 입장에선 지분 출연과 같은 사회공헌 활동에 전보다 더 소극적인 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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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재계 순위 1위로 공익법인에 적지 않은 계열사 지분을 출연한 삼성그룹의 경우 정치권의 이 같은 움직임에 특히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건희 회장이 와병인 가운데 아직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완전한 승계와 지배구조 재편 작업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라 공익재단 우호지분의 의결권 전면 제한 등이 현실화될 경우 주요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 약화 문제 등이 불거질 수 있어서다.

삼성그룹은 삼성문화재단과 삼성생명공익재단, 삼성복지재단 등의 공익법인을 설립해 운영 중이며 이들 재단은 삼성생명과 삼성전자 등 수조 원 규모의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재단의 지분 보유율이 높은 대표적인 계열사는 삼성전자와 함께 삼성그룹의 양대 중심축 역할을 하고 있는 삼성생명이다. 삼성문화재단 4.68%, 삼성생명공익재단 2.18% 등 삼성생명 지분의 6.86%를 공익법인이 보유하고 있다.

삼성그룹 금융계열사들의 중간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는 삼성생명의 최대주주는 이건희 회장(지분율 20.76%)이다. 뒤를 이어 삼성물산이 19.34% 지분율로 2대주주에 올라 있으며, 공익재단 보유주식을 포함한 삼성그룹의 총 지분율은 47% 정도다.

규제 강화로 공익재단 보유지분의 의결권이 전면 제한되면 삼성그룹의 삼성생명 지배력은 40% 수준으로 떨어진다. 향후 이 회장 유고시 상속세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삼성생명 지분 일부를 현물 납부하거나, 현금화할 경우 삼성그룹의 삼성생명 지배력은 20%대까지 하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지배력 약화를 막기 위한 대비책 마련도 쉽지 않다. 삼성재단이 보유한 삼성생명 지분 가치가 1조 4000억 원 수준에 육박해 계열사들이 인수하기에 자금 부담이 만만치 않다. 자금 문제를 넘더라도 지분 매입 명분이 약해 계열사 주주들의 반발이나 사회적 비판에 직면할 우려도 높다. 순환출자 문제로 지분 인수에 나설 수 있는 계열사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점도 부담이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지배구조 재편 및 경영권 방어 등과 직결되는 사안이라 내부적으로 우려와 고민이 적지 않은 건 사실"이라며 "국회 논의 및 사회적 합의 수렴 과정 등을 주의깊게 관찰해 적절한 대응전략과 입장 등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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