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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병 행장의 '딴지' 장려 [thebell note]

한희연 기자공개 2016-07-12 10:02:42

이 기사는 2016년 07월 04일 07: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은행장과 상근감사를 포함해 15명의 임원(부행장)들이 모여 최고 의사결정을 하는 신한은행 임원회의실에는 매 회의 때마다 두 자리 앞에 빨간 깃발이 놓인다. 바로 그날 회의의 레드팀(Red Team)을 알리는 깃발이다.

레드팀은 군대에서 모의 군사훈련을 할 때 사용하는 개념이다. 레드팀은 원래 세웠던 전략의 허점을 분석, 이를 비판하고 무산시키는 역할을 맡은 일종의 딴지 집단이다. 모의 군사훈련 등에서 인위적으로 레드팀을 지정, 추진 예정 전략의 약점을 미리 파악하고 단점을 보완하고자 개발된 일종의 의사결정 방식이다.

조용병 행장은 지난해 3월 취임 직후 임원회의에 이 제도를 도입했다. 매 회의시마다 2명의 임원이 당번제로 지정되며, 지정된 레드팀은 그날 회의 안건에 대해 적극적으로 딴지를 걸어야 한다. 안건마다 무조건 거수기 노릇만 하거나, 상대가 듣기 좋은 말만 늘어놓는 회의를 지양하자는 취지에서다. 레드팀은 지난해 적응기간을 거쳐 올해에는 본격적으로 정착, 효율적인 회의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평가다.

비판을 하려면 상대보다 사안에 대해 더 깊게 알아야 한다. 깊이 있는 토론을 위해 안건은 사전에 공개, 레드팀이 풍부한 비판거리를 찾을 수 있는 시간을 미리 준다. 신한은행 한 임원은 "잘못 비판했다간 되레 공격을 당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레드팀 당번으로 지정되는 회의의 경우 매우 부담이 크며, 평소보다 몇 배는 더 준비를 해 간다"며 "처음에는 생소했으나 1여 년 넘게 제도를 운영하다 보니 회의가 좀 더 능동적이고 효율적으로 변했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조 행장은 지난해 3월 취임하며 경영방침으로 △리딩뱅크 위상 확립 △월드 클래스 뱅크로 도약하는 기반 다지기 △신한문화의 창조적 계승·발전을 꼽았다. 이중 신한문화의 계승·발전을 위해 창조·혁신의 조직문화 확산을 구체적으로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조 행장은 취임식에서 "개인의 창조성이 조직 전체의 경쟁력으로 승화될 수 있도록 참여와 공유를 매개로 한 집단지성을 발휘해야 한다"며 "저 역시 창조적 도전을 끊임없이 추진할 수 있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문화'를 정착시켜 가겠다"고 말했다.

레드팀은 신한문화 창조적 계승의 단적인 예다. 임원회의서부터 비판을 수용할 수 있는 문화를 정착, 이 같은 분위기가 자연스레 전 조직으로 퍼져 나가도록 멍석을 깐 셈이다. 또 다른 임원은 "임원회의에서 비판을 수용하는 분위기에 노출되다 보니 밑에 직원과의 회의에 임할 때도 나 자신부터 이 부분에 신경쓰게 된다"고 말했다.

대부분 시중은행들이 하반기 경영환경이 더욱 불확실해 질 것을 우려하며 경계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모두가 어렵다고 하는 때에는 리스크를 최대한 줄이고 상황에 따라 유연성을 빠르게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이 중시된다. 딴지를 환영하는 문화로 무장한 신한은행이 집단지성을 활용해 어떻게 이 정글을 헤쳐나갈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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