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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의 어닝서프라이즈 활용법 [thebell note]

정용환 기자공개 2016-07-22 10:03:00

이 기사는 2016년 07월 21일 10:5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번에 우리은행은 상반기 실적이 꽤 괜찮다고 하더라구요. 1분기 실적발표 땐 어닝서프라이즈라는 말을 보도자료에 대놓고 썼던데 이번엔 어떨까요"

우리은행 상반기 실적발표가 있던 19일. 실적발표 직전의 식사 자리에서 한 시중은행 관계자가 우리은행의 '어닝서프라이즈 활용법'을 화두로 꺼냈다. 우리은행이 지난 1분기 실적발표 자료에서 어닝서프라이즈라는 말을 전면에 내세웠는데 이는 상당히 이례적인 시도였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어닝서프라이즈는 실적에 대한 평가 차원에서 통상 언론이나 증권사가 쓰는 말이다. 실적발표 자료 자체에 어닝서프라이즈라는 표현이 들어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때문에 우리은행이 지난 1분기 실적 자료에 굳이 어닝서프라이즈라는 말을 욱여넣은 데엔 그만한 의도가 있을 거란 설명이다.

관계자는 이번 상반기 실적 자료에 어닝서프라이즈가 또 등장할 수도 있다며 '두고 보자'고 말했다. 여지없는 통찰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시각, 우리은행이 보내온 상반기 실적 자료에서 기자는 또 다시 어닝서프라이즈라는 말을 찾을 수 있었다.

우리은행이 발표한 실적은 실제로 놀라웠다. 올해 상반기 우리은행이 기록한 순이익과 영업이익은 7503억 원, 9491억 원이다. 작년 상반기에 비해 각각 45.2%, 65.8%나 커졌다. 고질적인 부실자산 문제를 해결하면서 체질 개선도 이뤄냈다. NPL(고정이하여신) 비율을 1.22%로 낮췄고, 대손충당금적립비율을 140%까지 끌어올렸다.

어닝서프라이즈는 우리은행이 보인 꾸준한 노력의 결과다. 파이시티 부지가 대표적인 예다. 2014년 파이시티의 최종 파산 당시 우리은행은 1880억 원 가량의 파이시티 대출채권을 전액 손실처리했다. 그럼에도 우리은행은 파이시티 자산을 꾸준히 관리해왔고, 지난 5월 파이시티 부지 매각을 통해 1100억 원의 특별이익금을 환입할 수 있었다. 이 돈은 그대로 영업이익과 자본에 반영됐다.

시장의 평가도 긍정적이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우리은행이 상반기에 매각이익을 실현한 것은 단순한 실적의 차원을 넘어 보통주 자본비율을 상승시켰다는 점에서까지 기업가치 제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오래전에 털어버린 부실을 다시 환입하기 위해 그간 우리은행이 들여온 공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민영화를 앞두고 오는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지분 매각 절차에 돌입하는 우리은행에게 상반기 실적은 무엇보다 의미가 깊다. 상반기에 실적을 끌어올리고 부실자산을 털어낸 만큼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싱가포르와 유럽, 미국, 일본 등을 직접 돌며 투자자 유치에 나선 이광구 행장의 노력을 헛되이 하지 않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하다.

우리은행의 '어닝서프라이즈 활용법'은 결국 민영화에 대한 구애다. 그간 기업가치를 핑계로 민영화 작업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온 정부에 대한 항변이기도 하다. 기업가치 제고, 민영화 성사를 위한 우리은행의 꾸준한 노력은 두 번에 걸친 실적발표에서 '어닝서프라이즈'라는 단어로 대체됐다.

상반기 실적발표가 있던 19일, 우리은행 IR담당자는 기자에게 "우리의 가장 큰 역할은 실적 개선을 통해 기업가치를 높이는 것 뿐"이라며 "그렇게 해놓으면 저쪽(정부)에도 민영화를 해주지 않겠나, 결국 민영화를 하는건 우리가 아니다"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우리은행의 구애가 올해 말 성공적인 민영화라는 보상으로 되돌아올 수 있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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