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협판 '신경 분리'…농협과 다를까 [은행경영분석]지배구조 개편안 비슷..부작용 차단 장치 마련 필요
안경주 기자공개 2016-07-25 06:30:00
이 기사는 2016년 07월 21일 12: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수협중앙회는 지배구조 개편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우여곡절을 겪었다. 가장 현안은 수협은행장후보추천위원회의 위원 구성안이다. 수협중앙회의 추천권이 많아질수록 중앙회의 입김이 '신경(신용사업과 경제사업) 분리' 이전, 특히 공적자금을 지원받기 전과 비슷하게 유지되고 그 반대라면 중앙회의 영향력은 앞서 '신경 분리'를 단행한 농협중앙회처럼 약화된다.결국 정부의 위촉위원 3명(해양수산부 장관 1인, 기획재정부 장관 1인, 금융위원회 위원장 1인)과 지역조합장인 수협중앙회 비상임이사 중에서 수협중앙회장이 위촉하는 2명으로 수협은행장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 수협은행장을 선출키로 하며 우여곡절은 일단락됐다.
하지만 왜 김임권 수협중앙회 회장이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수산업협동조합법(이하 수협법) 개정안 논의 과정에서 수협중앙회장이 추천하는 위촉위원을 무려 4명으로 늘려 수협은행장후보추천위원회의 과반수를 확보하려 했는지에 대해서는 곰곰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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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견되는 '신경 분리'의 부작용
농협중앙회나 수협중앙회 모두 부인하지만 결과만 놓고 보면 농협중앙회는 '신경 분리' 이후 금융 자회사 부실이 적지 않게 늘어나는 고충을 겪게 됐다. '신경 분리' 이전 농협중앙회의 당기순이익은 7029억 원이었다. 신용사업부문만 떼어놓고 봐도 6094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하지만 농협금융그룹으로 '신경 분리' 이후 농협은행의 지난해 말 당기순이익은 1763억 원에 그쳤다. 농협금융그룹도 4023억 원이었다. '신경 분리' 이전의 수익성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자산 규모는 인수합병(M&A) 등을 통한 금융그룹의 성장 덕에 크게 늘었으나 이상하게도 부실 채권이 늘어나 실적에 부담을 준 여파다. 이 영향으로 농협중앙회와 자회사인 농협금융지주는 배당과 명칭사용료를 지급할 수 있는가에 대한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한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신경 분리를 원해서 추진한 것이 아니다 보니 좋아진게 없다. 수익성이 악화됐을 뿐만 아니라 지배구조도 복잡해졌다. 결속력이 약해지면서 시너지 확대도 쉽지 않아졌다"고 말했다. 물론 '신경 분리'의 장점도 적지 않다. 장점은 그동안 농협중앙회가 유통·농협인 지원에 뒷전인 채 금융사업에만 치중한다는 부담을 덜 수 있었다. 외부에서 금융지주 회장을 모셔와 전문성을 키우는 계기도 됐다.
수협중앙회는 농협중앙회와 비교해 그 규모가 비교할 바 아니지만 비슷한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장점은 취하되 단점은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수협중앙회내 관심은 다소 떨어져 보이는 게 사실이다. 한 수협중앙회 이사는 "수협 지배구조 개편이 마무리되더라도 수협중앙회와 회원조합(지역수협)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며 "2001년 공적자금을 지원받은 이후 수협은행(신용사업부문)은 회계·예산·인사 등에서 별도의 재량권을 가진 독립부서로 운영돼 크게 아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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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신경 분리'라는 지배구조 개편이 향후 임직원의 인사 문제나 조직 개편 문제에 큰 영향을 주는 사안이라는 점에서 지금이라도 최소 10년 이후를 내다보는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게 금융권 시각이다.
김임권 수협중앙회 회장의 노력은 비록 무산됐지만 수협중앙회는 현재 1명에 불과한 수협은행장후보추천위원회 위촉위원 수를 늘리면서 수협은행으로의 영향력을 다소 확대할 수 있게 됐다. 지배구조 개편으로 인해 정부로부터 수산금융채권 발행 이자를 보전받아야 하는 수협중앙회 입장에서 마냥 고집을 피우기 보다 수협은행과 적절한 균형감을 유지할 수 있는 절충점을 찾은 것으로 해석된다.
수협중앙회에 정통한 한 은행권 관계자는 "공적자금 지원 이후 수협중앙회는 수협은행에 대한 영향력이 줄어들었다. 수협중앙회 내부에선 이에 대한 불만이 팽배했다. 김 회장의 경우 정부의 지난친 간섭이 수협은행의 정체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
◇내년 수협은행장 선출, 인사태풍 예고
수협은행이 12월 독립법인으로 출범하더라도 당장 지배구조상 큰 변화가 올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개정된 수협법의 부칙 제13조(중앙회의 임직원에 대한 경과조치)에 따르면 현재 수협중앙회 신용사업대표와 소이사회 멤버의 경우 독립법인으로 출범한 수협은행에서 남은 임기를 마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내년 4월까지 이원태 수협은행장은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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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회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수협 사업구조 개편으로 신용사업부문이 자회사로 분리되고 2017년부터는 공적자금을 상환해야 한다. 수익사업을 펼칠 수 있는 곳은 수협은행 뿐이다. 전문경영인이 대표를 맡아 사업을 꾸려나가야 한다. 수협중앙회가 책임지고 은행장을 뽑아야 책임을 갖고 은행을 운영할 수 있다"고 했다.
여기에 수협은행의 경영에 문제가 생길 경우 수협중앙회 개입을 부추길 수 있다. 농협은행 사례가 대표적이다. 농협은행의 대규모 부실로 인해 빅배스 문제가 불거지면서 농협중앙회 이사들은 주인의식 강화를 주문했고, 농협중앙회는 농협은행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수협은행의 경우 최근 여신증가로 부실채권비율이 감소했지만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언제든지 경영 요인에 의한 갈등도 불거질 수 있다.
수협은행 관계자는 "수협중앙회장의 영향력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점에서 내년 이원태 행장의 후임 선출 결과가 향후 경영·전략·인사 등 수협은행 운영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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