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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톤세제도'가 가져온 해운업계 비극 [thebell note]

김성미 기자공개 2016-08-11 10:21:48

이 기사는 2016년 08월 10일 08: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리나라 해운사들은 새장에 갇혔다. 새장 안에 모이가 들어오니 나는 법을 잊어버렸다."

최악의 해운업 불황에 직면한 국내 해운사들이 선박을 매각해 대출상환액을 마련하고 있다. 2007년 9000만 달러에 이르던 18만t 규모의 컨테이너선이 지난해 4500만 달러까지 떨어지는 등 선박 가격이 10년 새 반 토막이 났지만 부랴부랴 배를 팔고 있다. 물동량이 바닥을 치는 요즘 선박 가격도 바닥을 치는 게 당연한 일이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차입금 상환 및 운영 경비에 들어갈 현금 확보를 위해 팔 수 있는 건 다 팔아야 한다.

글로벌 강자인 그리스 해운사들은 이런 배가 매물로 나오면 얄밉게 채간다. 이들은 저가로 사들인 멀쩡한 선박을 간단히 보수하고 호황기를 기다린다. 그리고 배가 없어서 운송을 못할 때 이 배를 되판다. 그리고 수백억 원에서 수천억 원의 이익을 챙긴다. 예를 들어 2002년 선령 5년의 파나막스 벌크선은 1400만 달러로, 이를 10년 용선으로 임대 후 매각할 경우 총 수익은 7320만 달러, 내부수익률(IRR)은 41%에 달했다.

해운 불황이 하루아침에 들이닥친 건 아니다. 물동량이 줄기 시작하자 독일, 그리스 등 글로벌 해운사들은 최소한의 배만 남기고 발 빠르게 선박을 매각해 배 값을 챙겼다. 그리고 선박이 부족할 땐 사선이 아닌 용선으로 짐을 운송했다. 물동량이 많을 때 배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지만, 물량이 없을 땐 그야말로 밑 빠진 독이다. 선박을 갖고 있는 것만으로 수리, 터미널비 등 돈이 줄줄 샌다.

국내 해운사들도 불황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았지만 배를 팔 수 없었다. 세제 혜택이 주어지는 '톤세제도'를 포기할 수 없던 탓이다. 정부는 해운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2004년 톤세제도를 도입했다. 실제 영업상 이익이 아닌 선박의 톤(t)수와 운항 일수를 기준으로 세금을 산정하는 방식이다.

세전이익에서 법정공제금을 뺀 뒤 법인세율을 적용하는 법인세와 달리 특정산업에만 부과되는 조세특혜에 해당된다. 국적선사는 소유하고 있는 선박 톤수의 5배까지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즉 5000톤 선박 1대를 갖고 있으면 2만 5000톤 이하까지 톤세제도를 적용할 수 있다. 결국 배를 가지고 있는 만큼 더 많은 양의 세금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경제 침체로 물동량이 줄어들자 배를 건조하는 이들도 줄었다. 배를 도입하기엔 차입금 부담이 커 물량을 확보하면 용선을 했다. 용선으로 벌어들인 수익에 대한 세금 면제를 위해 배를 팔 수 없었다. 글로벌 해운사들이 배를 팔아 거액을 벌었다면 우리나라 해운사들은 세제 혜택으로 돈을 벌었다.

배를 팔시기를 놓친 국내 해운사들은 용선도 줄어드는 상황을 맞이하게 됐다. 용선 수입과 매출이 줄어들자 부채 상환이 어려워졌다. 결국 배 값이 바닥을 치는 이 때 배를 팔게 됐다. 배 값으로는 투자한 가격의 5분의 1 정도 받을 수 있다. 배를 팔아도 빚을 갚지 못한 해운사들은 시장에서 퇴출됐다.

해운업계는 호황기 톤세제도는 마치 꿀 같았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꿀맛을 버리지 못하고 급변하는 시황에 대한 대처가 늦었다. 해운업을 들여다보면 "왜 여기까지 왔을까"라는 의문이 든다. 해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도입한 톤세제도가 결국 우리 기업들을 퇴화시켜 버렸다. 이번 해운업 구조조정이 잃어버린 날개를 찾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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