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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O 주관사 상주 강요, 대기업의 '갑질'

이길용 기자공개 2016-08-17 08:18:00

이 기사는 2016년 08월 11일 08시3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호텔롯데·삼성바이오로직스 등 대기업 계열사 기업공개(IPO)에는 불문율이 있다. 주관사로 선정된 증권사는 발행사에 상주할 인력을 파견해야 한다는 암묵적인 관행이다. 삼성SDS·제일모직 등 이전 대기업 IPO 딜에서도 예외는 없었다.

국내 대기업 IPO 딜에서는 보통 국내 증권사와 외국계 증권사를 각각 한 두 곳씩 뽑아 대표 주관사로 선정한다. 국내 주관사는 5명 이상, 외국계 주관사에서는 2~3명 정도를 보내는 것이 관례다. 심지어는 입찰제안요청서(RFP)에 몇 명을 상주시킬 수 있는지 적어내라는 기업도 있다.

외국계 증권사의 경우 IPO 상주 인력에 대해 의아한 시선들을 갖는 경우가 많다.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요구를 본사에 보고하다보니 경영진들을 이해시키기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고객들이 원하는 사항을 들어줄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 일단 상주 인력을 파견한다.

국내 증권사에게는 상주가 너무도 당연하다. 이들은 대기업 IPO가 나오면 상주 인력을 최대한 공격적으로 제시한다. 딜을 따내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전략이다. 상주하는 뱅커가 많을수록 다른 딜에서는 약점이 된다. 파견된 직원이 많은데 어떻게 딜에 집중할 수 있겠냐는 공격을 다른 증권사로부터 받기도 한다.

그렇다면 주관사 상주 인력들은 발행사에 파견돼 무슨 일을 할까? 상장과 관련한 제반 작업은 기본적으로 처리하는 업무다. 하지만 하루종일 발행사 IPO 업무만 처리할 정도는 아니다. 중요한 업무는 발행사 소속 직원들이 해결하다보니 뱅커들은 간단한 IPO 업무를 처리한 후 소속된 증권사의 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 다른 직장에서 자기 회사의 일을 하는 넌센스가 발생한다.

IPO 과정에서 주관사를 선정하는 것은 자문을 받기 위함이지 그들을 노예처럼 부리기 위함이 아니다. 상주 인력 요구는 증권사의 충성심을 확인하기 위한 대기업들의 전형적인 갑질로 꼽힌다. 필요하다면 그들을 불러 언제든 함께 일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매일 뱅커들과 같이 있어야 할 이유는 찾기 어렵다.

IB의 충성심을 확인하고 싶은 발행사의 마음은 인지상정일 수 있다. 그러나 비효율적이고 기회비용만 지불해야 할 구시대적인 관행이라면 이제 버리는 것이 맞다. 금융당국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초대형 IB 탄생을 원하는 눈치다. 하지만 후진적 문화로 글로벌 시장에서 싸울만한 IB를 육성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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