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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현대상선 ‘같은 듯 다른’ 구조조정 항로

김창경 기자공개 2016-08-30 08:3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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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자본시장 미디어 머니투데이 더벨이 만든 자본시장 전문매거진 thebell Insight(제20호) 1st half of 2016 Korea Capital Markets League Table Magazine에 실린 기사 입니다.

이 기사는 2016년 08월 24일 10: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차 구조조정'에 휩싸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자율협약과 구조조정의 큰 그림은 같지만, 양사의 ‘구조조정 항로'는 사뭇 다르다. 현대는 사전 구조조정과 오너 사재 출연으로 채권단의 믿음을 샀다. 한진은 기습 협약 신청으로 채권단을 당황케 했지만 해운 동맹 결성에 성공, 한숨을 돌렸다.

우리나라에는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2개의 국적선사가 있다. 40여 년이라는 시간 동안 두 컨테이너선사가 우리나라 해운업을 이끌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규 항로를 개척하고 주요 거점에 터미널을 설립했다. 해외 주요 지역으로 국내 기업의 상품을 실어 날랐다. 우리나라 경제의 대동맥이라 일컬어지는 이유다.

지금까지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맡아온 역할을 차치하더라도 두 컨테이너선사는 많은 면에서 닮아있다. 한진해운은 1977년 고(故) 조중훈 한진그룹 명예회장에 의해, 현대상선은 1976년 고 정주영 명예회장에 의해 1년 차이를 두고 설립됐다. 설립 당시 보유 선박이 손에 꼽을 정도였지만 오일쇼크, IMF 등의 파고를 이겨내며 글로벌 컨테이너선사로 성장했다.

조 명예회장이 2002년, 정 명예회장이 2001년 타계하고 한진그룹과 현대그룹은 계열분리 수순을 밟았다. 한진해운은 3남 고 조수호 전 회장, 현대상선은 5남 고 정몽헌 전 회장에게 돌아갔다. 불행히도 창업주 아들들의 시대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조 전 회장은 2006년, 정 전 회장은 2003년 작고했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경영은 각각 부인인 최은영 회장과 현정은 회장이 맡게 됐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모두 오랫동안 비슷한 성격의 어려움과 변화를 극복해왔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앞에는 무릎을 꿇었다. 대규모 손실이 이어지기 시작했다. 부채비율은 급등했다. 운임이 비정상적인 수준으로 하락하고 컨테이너선 공급과잉 현상이 맞물린 결과였다. 두 컨테이너선사는 2013년 말 자구계획안을 내놓고 보유자산을 매각하며 버티기에 돌입했다.

시장은 예상과 다르게 흘러갔다. 일정한 주기를 두고 침체기와 호황기를 반복했던 해운업 공식이 깨졌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8년이 지나도 해운업 분위기는 살아나지 않았다. 금액 기준 자구계획안을 100% 넘게 이행한 것이 무색할 정도였다. 부도가 나지 않으려면 추가 자금이 필요했다. 결국 2016년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2차 구조조정'이 시작됐다.

◇ 현대상선, 자율협약 신청 전 사전 구조조정 진행

올해 들어 진행된 과정을 보면 두 컨테이너선사의 구조조정은 큰 그림에서 유사한 방식으로 이뤄졌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두 컨테이너선사에 법정관리 회피 방안으로 같은 조건을 제시한 탓이다. 그러나 자율협약 신청 시기, 채권단과의 교감, 매각 자산의 가치, 오너일가의 구조조정 참여 등에 차이가 있었다. 사안에 따라 현대상선의 구조조정은 모범사례로 평가되는 반면 한진해운의 구조조정은 저평가되기도 했다.

가장 큰 차이점은 채권단과의 교감이었다. 자율협약을 신청한 지난 3월 21일 전부터 현대상선은 2차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었다. 현대그룹은 1월 말 채권단에 추가 자구계획안을 제출했다. 채권단은 지난해 구조조정 핵심 과제였던 현대증권 매각이 불발된 이후 현대그룹에 추가 자금 마련 방안을 요구해왔다. 추가 자구계획안에는 현대증권 재매각을 포함해 벌크 전용선 사업부 매각, 경영권을 포함한 현대부산신항만 지분 매각 등이 들어있었다. 그룹 차원에서 자구계획안을 제출했지만 지분관계 상 현대상선의 구조조정 계획이었다.

3월 29일 자율협약에 돌입하기 전 현대상선의 자산매각 계획은 이미 상당 부분 진전된 상태였다. 현대상선은 2월 5일 에이치라인해운에 벌크 전용선 사업부를 매각하는 본계약을 체결했다. 매각가격은 1200억 원으로 3월 중순 거래가 마무리됐다. 3월 25일에는 싱가포르항만공사(PSA)와 현대부산신항만 지분 40%+1주 매각을 위한 본계약을 체결했다. 가격은 800억 원으로 책정됐다. 채권단과 약속한 유동성 확보 계획 중 현대증권 매각만 남겨두고 있었다.

현대증권 공개매각은 2월 초에 시작됐다. 자율협약 개시 이틀 뒤인 3월 31일 KB금융지주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KB금융지주가 써낸 가격이 1조 원을 넘는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4월 12일 KB금융지주는 현대증권 지분 22.56%를 1조 2500억 원에 매입하는 본계약을 체결했다. 자율협약 개시 2주 전후로 추가 자구계획안이 모두 이행됐다.

그 사이 현 회장의 사재출연도 있었다. 현 회장은 현대상선 경영권을 내려놓는 동시에 300억 원 규모의 사재출연을 결정했다. 현 회장이 200억 원, 어머니인 김문희 용문학원 이사장이 100억 원을 담당했다. 현대상선을 살리기에 부족한 금액이었지만 그룹 총수로서 책임감을 보였다는 데 공감대가 있었다. 추가 자구계획안이 이행되고 사재출연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채권단과의 잡음은 없었다. 현대상선은 채권단과 3개월간의 협의 끝에 어렵사리 자율협약에 들어가기로 합의했다.

◇ 채권단, 한진해운 자율협약 신청에 '당황'

한진해운 역시 자율협약 신청 전 채권단과 구조조정 방안을 논의하고 있었다. 한진해운과 채권단은 2월 삼일 회계법인을 외부 자문사로 선정하고 경영상태에 대한 진단을 받았다. 한진해운은 재무구조개선안 도출을 위한 작업으로 3월 정부에 중간보고를 했다. 1조 2000억 원 규모의 자구계획안을 이행하겠다고 밝혔지만 기존에 알려진 상표권 매각, 런던 사옥 매각 등을 제외하면 새로운 내용이 없었다.

한진해운은 공식적으로 재무구조개선 방안 마련에 돌입한 지 한 달이 넘은 시점에도 최종안을 마련하지 못했다. 3월 말 산업은행 회장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한 차례 회동을 가졌지만 원론적인 수준의 논의만 이뤄졌다. 현대상선에 비해 한진해운이 절실하지 않다는 비난 섞인 목소리와 영업이익을 내고 있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부채비율이 낮아 자구계획안 도출이 급할 것 없다는 의견이 공존했다.

한진해운은 그러나 4월 25일 자율협약을 신청했다. 현대상선과 달리 충분한 협의 없이 벌어진 일이라 채권단도 당황스럽다는 입장이었다. 한진해운은 자율협약 신청과 동시에 대주주 조양호 회장의 경영권 포기 각서와 자구계획, 용선료 인하 방안 등을 제출했다. 채권단은 용선료 협상 등 정상화 추진 세부 방안이 구체적이지 않다며 자료보완을 요청했다. 자율협약 개시 결정에 필요한 자금 운용 계획을 보여 달라는 의미이다. 채권단은 특히 현대상선과 마찬가지로 용선료 인하에 대해 구체적인 수치를 가져오라고 언급했다.

산업은행은 4월 29일 한진해운이 제출한 추가자료를 바탕으로 자율협약 안건을 부의했다. 5월 4일 채권단은 한진해운의 자율협약 개시를 결정했다. 용선주와 사채권자 등 이해관계자의 동참, 해운동맹(Alliance) 유지 등을 전제로 한 자율협약이었다.

크게 일궈낸 성과 없이 시작된 자율협약 이었지만 다행히 한진해운은 5월 14일 신규 해운동맹 '디 얼라이언스' 결성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6월에는 사채권자집회를 열어 1900억 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를 연장했다. 자율협약 초기 채권단과의 교감이 부족했지만 법정관리를 피하기 위한 요건을 차례로 충족시켰다.

업계 관계자는 "두 컨테이너선사 구조조정의 핵심은 비용을 낮추기 위한 용선료 조정과 영업의 지속성을 위한 해운동맹 가입으로 압축된다"며 "상반기 기준 현대상선은 해운동맹 가입, 한진해운은 용선료 조정에 대한 뚜렷한 결과가 없었지만 부족한 부분을 메워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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