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6년 08월 24일 14: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진그룹이 오는 25일 한진해운에 대한 추가자구안을 채권단에 제출한다. 하지만 채권단과 업계는 한진그룹의 자금 사정을 고려할 때 운신의 폭이 넓지 않은 만큼 큰 기대를 걸지 않고 있다. 일부에서는 ㈜한진이 종전부터 해운사업을 별도로 진행해 왔던 만큼 한진해운의 역할까지 맡을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한진그룹 관계자는 "당초 밝힌 대로 25일 한진해운의 추가자구안을 제출한다"며 "대한항공 등 계열사의 자금사정이 좋지 않은 만큼 자구안에 어떤 내용을 추가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논의 중에 있다"고 24일 밝혔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그동안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사재 출현을 비롯해 그룹 차원에서 최소 7000억 원의 유동성 확보 방안을 마련하라고 압박해 왔다. 반면 한진그룹은 대한항공과 지주사인 한진칼의 리스크를 이유로 4000억 원 이상 지원은 어렵다고 선을 그어왔다.
채권단에서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신청도 검토했던 것도 이 때문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법정관리 신청에 따른 후폭풍을 우려해 결국 포기했다. 대신 공문 발송을 통해 오는 25일까 추가자구안 제출을 촉구했고, 한진그룹이 응하면서 일단 소강상태에 접어들게 된 것이다.
다만 추가자구안 제출 결정에도 불구하고 채권단의 반응은 썩 좋지 않다. 조 회장의 사재출현 및 일부 자산매각 등을 통해 1000억 원 안팎의 추가 유동성 확보방안을 담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기 때문이다.
채권단 한 관계자는 "산업은행과 한진해운이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하고 있는 만큼 추가자구안에 특별한 내용이 담겼다면 아마도 사전에 회의소집 등의 공지가 있었을 것"이라며 "아직까지 잠잠한걸 보면 채권단에서 요구한 조건과 거리가 꽤 있는 것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그는 또 "한진해운이 25일 추가자구안을 제출하면 산업은행이 사전에 검토한 후 회의를 소집할 것으로 보인다"며 "만약 추가자구안이 기존과 거의 동일한 수준이면 아예 회의 자체가 없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진해운의 명운이 이처럼 ‘풍전등화' 신세로 내몰리면서 ㈜한진이 기존 한진해운의 역할까지 맡을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계열사 중 ㈜한진이 물류와 함께 해운사업을 병행해 온데다, 작년 5월부터 한진해운의 알짜자산도 대거 사들여 왔기 때문이다.
실제 ㈜한진은 지난해 평택컨테이너 터미널 지분(59%)을 145억 원에 사들인데 이어 부산해운신항만 지분(50%) 매입에도 1355억 원을 쏟아 부었다. 올해도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8개 항로 영업권을 인수하는데 621억 원, 베트남 탄깡까이멥 터미널 법인 지분(21.3%) 매입에 230억 원을 투자하는 등 현재까지 한진해운 자산 매입에 총 2351억 원으로 투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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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한진 해운사업 부문의 수익성이 한진해운의 자산 매입 후 개선되고 있다. 실제 해운업황이 악화되기 시작한 2009년부터 2014년까지는 ㈜한진 해운사업 부문은 줄곧 영업적자를 기록해 왔다. 하지만 터미널 지분을 인수한 지난해 37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둬 흑자전환에 성공한 데 이어, 올 상반기도 9억 원을 영업흑자를 달성했다.
때문에 일부에서는 조양호 회장이 앞서 한진해운의 경영권을 포기했고, 매입한 자산을 바탕으로 ㈜한진이 해운업에 본격 뛰어들면 되는 만큼 오는 25일 제출할 추가자구안이 보여주기 식에 그칠 것으로 전망 중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진이 한진해운의 영업네트워크 일부를 수용하는 방안도 그룹 차원에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한진그룹 입장에서는 어떤 결정을 내리든 당분간 적잖은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한진해운 살리기에 나섰다가 그룹 전체가 위기에 빠질 수도 있는 만큼 모험을 하진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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