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6년 08월 17일 09:5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벼랑 끝에 내몰린 한진해운 구제에 나설지 주목된다. 채권단이 한진해운에게 신규자금을 지원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내세우고 있는 가운데 그룹 차원의 지원이 없다면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한진해운에 투입할 신규 자금 지원 여부는 조 회장의 손에 달렸다고 보고 있다. 더욱이 자율협약 종료시한이 채 3주도 남지 않은 상황이라 조 회장이 조만간 어떤 식으로든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17일 "자율협약이 종료되는 내달 4일까지 물리적인 시간을 고려할 때 한진해운이 조만간 자구안을 제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르면 이번주 안으로 신규 자금 마련 방인이 담긴 자구안을 채권단에 전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진해운은 지난 5월 4일부터 △용선료 인하 △사채권자와의 채무 재조정 △해운동맹체 가입 등을 전제 조건으로 채권단과 조건부 자율협약을 개시했다. 해운동맹체 가입에는 성공했지만 나머지 전제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 가운데 자율협약 종료시한을 내달 4일까지로 1개월 연장한 상태다. 이 과정에서 한진해운은 선박금융 만기 연장으로 부족자금을 줄이겠다는 방안도 추가로 제시했다.

용선료 20% 인하를 전제로 오는 2017년 말까지 한진해운에게 부족한 자금은 1조 2000억 원에 달한다. 용선료를 30%까지 인하할 경우 부족자금은 1조 원으로 줄어든다. 여기에 선박금융 상환유예에 성공하면 한진해운은 부족자금을 최대 7000억 원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

문제는 용선료 협상, 선박금융 상환유예, 사채권자 채무재조정이 예상대로 이뤄지더라로 한진해운과 채권단이 나머지 부족자금 마련 방안을 놓고 이견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한진해운은 대한항공의 지원 등을 받아 4000억 원을 마련하는 대신 채권단이 나머지 부족자금을 지원해 달라는 입장이다. 채권단은 그러나 부족자금을 모두 한진해운이 자체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현대상선과 마찬가지로 한진해운에게도 신규자금 지원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명확히 밝히고 있는 셈이다.

자율협약 개시 이후 3개월이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한진해운과 채권단의 입장차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침묵하는 한진해운과 달리 채권단과 금융당국이 수차례 "신규자금 지원 불가"라는 입장을 표명하면서 공은 한진해운에게로 넘어가는 분위기다.

또 다른 채권단 관계자는 "한진해운이 용선료 인하와 더불어 선박금융 상환유예 협상에서도 이번주 가시적인 성과를 내면, 이를 바탕으로 그룹 차원에서 지원방안을 논의하겠다는 입장으로 안다"며 "하지만 용선료 인하와 선박금융 상환 유예가 최종적으로 확정되려면 결국 자구안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내달 4일 자율협약 종료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한진해운이 조만간 채권단에 자구안을 전달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채권단과의 암묵적인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한진해운이 자체적으로 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여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그룹차원의 지원이 없다면 법정관리에 돌입할 가능성도 있다. 한진해운을 살리기 위해서는 그룹차원의 지원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를 위해서는 조 회장이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게 업계의 공통적인 시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채권단이 신규자금을 지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수차례 강조한 만큼 남은 것은 조 회장의 결단 밖에 없다"며 "추가지원을 하든 하지 않든 조만간 채권단에 입장을 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