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선 롯데' 신동빈, 日 경영권 지킬까 檢 수사로 대표이사 박탈 위기, '공영회' 수장 양보 뼈아파
길진홍 기자공개 2016-09-23 08:37:06
이 기사는 2016년 09월 23일 08: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그룹이 중대 갈림길에 섰다. 그룹 총수인 신동빈 회장에 대한 피의자 신분 조사로 3개월 이상 끌어온 검찰 수사가 종착지에 이른 가운데, 한일 롯데 경영권이 송두리째 흔들릴 위기에 처했다.검찰의 구속기소 여부가 아직 결정되지 않았으나 취약한 오너일가 지분율은 한국 롯데를 지배한 일본 롯데홀딩스 소유와 경영을 위협하고 있다. 재계 안팎에서는 구속기소 여부와 관계없이 신 회장이 실형을 선고 받을 경우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 롯데 대표이사 자리가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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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감이 있으나 비자금 수사 끝에 불거진 한국 롯데의 일본 귀속 논란은 다시 롯데그룹 지배구조를 들여다보게 한다. 특히 신격호 총괄회장 일가가 롯데홀딩스의 과반 이상 지분을 소유한 종업원지주회와 임원지주회, 공영회 등 차명주주 모임의 지배권을 상실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안타깝지만 롯데홀딩스 지배권은 경영권 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역전됐다. 지난 2015년 7월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되기 이전 신 총괄회장과 동주·동빈 형제는 과반 이상의 직접 지분을 보유했다. 광윤사 28.1%, 롯데재단 등 가족 13.5%, 공영회 13.9% 등 모두 55.5%의 지분을 영향권 아래 뒀다. 나머지는 차명주주 모임인 종업원지주회 (27.8%), 임원지주회(6%) 몫으로 남았다. 지주회가 변심하더라도 소유권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이후 신 총괄회장 일가의 롯데홀딩스 지분율은 42%로 줄어든다. 대신 일본인 경영진 소유 지분이 48%로 오른다. 의결권이 없는 LSI 지분을 제하면 실질적인 의결권은 신 총괄회장 일가가 46%, 일본인 경영진이 54%를 각각 차지한다.
이처럼 지분이 역전된 이유는 신 총괄회장 일가가 공영회에 대한 영향력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공영회는 미도리와 패밀리, 그린서비스 등 3사의 지분을 보유한 일본인 차명주주의 모임이다. 롯데캐피탈 사장을 지낸 고바야시 마사모토가 이사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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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회는 계열 3사에 대한 지분이 과반을 넘는다. 다만 신동주 전 부회장이 1인 대표이사로서 롯데홀딩스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했다. 그러다가 지난해 대표이사직에서 해임되면서 의결권을 상실한다.
공영회 의결권은 그 동안 일본인 경영진에 대한 일종의 방어기제로 작동했다. 종업원지주회 이탈을 대비한 안전판이 사라진 셈이다.
문제는 공영회 대표이사 자리에 신 회장이 아닌 일본인 경영진이 앉았다는 점이다. 신 전 부회장이 물러난 자리에는 쓰쿠다 다카유키, 고초 에이이치 등의 일본인 경영진이 이사로 등재됐다.
만일 신 회장이 공영회 대표이사에 올랐을 경우 그가 캐스팅 보트를 쥐게 된다. 어느 편에 서느냐에 따라 과반 이상 의결권 지분의 향배가 바뀌기 때문이다. 신 회장과 대립각을 세운 신 전부회장에 대한 압박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 동시에 일본인 경영진과 힘의 균형을 이룰 수 있다.
신 회장이 어떤 이유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일본인 경영진에 대한 신뢰와 지지 차원에서 공영회 대표이사 자리를 양보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잠재적으로 경영권 기반이 흔들릴 수 있는 불씨를 남겨뒀다.
실제 롯데홀딩스 재무담당임원(CFO)인 고바야시 마사모토는 한국에서 비자금 수사가 본격화되자 일본으로 출국한 뒤 롯데캐피탈 사장을 사임했다. 일본 롯데는 또 한국 롯데케미칼에 대한 검찰 수사 요청을 거부하는 등 선긋기를 하고 나섰다.
신 총괄회장 일가가 공영회 지분을 다시 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인 경영진이 스스로 이사직을 내놓지 않는 한 현재 소유구조로는 사실상 대표이사 변동이 불가능하다.
또 지배구조 개선 차원에서 추진한 호텔롯데 상장의 경우 작업이 재개되기 까지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상장이 이뤄지더라도 일본 롯데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비자금 수사 결과 별개로 한국 롯데의 일본 귀속이 심화돼 고용과 투자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롯데그룹 비자금 수사는 신 총괄회장 일가의 취약한 소유구조 단면을 보여줬다"며 "지배구조 근본적인 개선을 위한 장치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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