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6년 10월 05일 07: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해운업 불황에도 불구하고 건재한 외국 해운사도 많았다. 현대상선이 이 지경까지 오는데 일조한 사장이 다시 회사의 경영을 맡는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경기가 어려워 경영 실적이 좋지 않다는 건 경영자로서 자격이 없다는 것이다."현대상선 한 주주가 지난달 29일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한 발언이다. 현대상선은 이날 유창근 인천항만공사 사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하기 위해 주총을 열었다. 만장일치로 안건이 통과되긴 했지만, 일부 주주의 이 같은 불만 제기로 통과에 진통을 겪었다.
유 대표의 적임 논란은 대표이사 후보로 거론될 때부터 있었다. 현대상선에서 30여 년 간 근무한 유 대표는 2012년 11월부터 2014년 3월까지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회사의 경영이 악화될 때 대표이사를 맡았던 만큼 이에 대한 책임이 지적됐다.
그가 다시 국내 유일의 국적선사로 남은 현대상선 수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국내 해운업계 컨테이너 전문가임에는 틀림없기 때문이다. 두 번째 구원투수로 등판한 그가 30일 대표이사 취임식에서 경영 키워드로 내세운 것은 '채산성 향상'이다.
더 이상 불황의 풍랑에 휩쓸려 속수무책으로 당하지 않기 위해 먼저 나가는 돈을 최소화한다는 전략이다. 2013년 물동량 감소에 운임 하락이 몰아치면서 당시 유 대표가 손 쓸 틈 없이 회사가 적자의 늪에 빠졌다. 불황의 해일을 경험해 본 그에게 다시 한 번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현대상선은 수년간 업황 침체에 따른 매출 감소 및 영업 적자 증가라는 악순환을 이어왔다. 올 1분기 말 부채비율이 5307.3%에 이르렀고 결국 지난 3월 채권단에 자율협약을 신청,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2년 반 만에 돌아온 유 대표가 채산성 관리에 칼을 가는 이유다. 최악의 해운업 불황이 언제 나아질지 예측할 수 없기에 물 샐 틈 없이 매출 비용을 관리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그는 기존의 채산 관리 체계를 강화할 뿐만 아니라 강도 높은 책임제를 도입할 예정이다. IT 기술도 접목할 방침이다.
물론 들어오는 돈도 늘려야 한다. 유 대표는 매출 확대를 위해 고객과의 신뢰 회복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현대상선은 한진해운 발 물류대란으로 화주를 넘겨받는 호재 대신 한국 해운 신뢰 하락이라는 악재를 떠안은 탓이다. 고객과의 신뢰 구축으로 성장의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한진해운의 핵심 자산 인수도 채산성을 기준으로 검토되고 있다. 유 대표는 "아직 업황이 개선되지 않아 한진해운의 대형 컨테이너선 도입은 신중하게 검토하고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진해운의 알짜 자산이라도 활용성, 자금 여력 등 여러 가지를 따져본다는 것이다.
현재 현대상선은 한진해운 발 물류대란을 해소하기 위해 긴급 선박을 투입하고 있다. 유 대표에게는 현대상선 경영 정상화와 함께 국내 해운업 위기극복이라는 과제가 주어졌다. 그가 시장의 불신에도 다시 대표 자리에 앉은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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