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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 영리한 제안?…지배구조 재편 빨라지나 [삼성·엘리엇 2라운드]삼성전자 분할·배당 확대 등 요구… 제안 일부 선별 수용될 듯

정호창 기자공개 2016-10-06 17:28:20

이 기사는 2016년 10월 06일 15: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미국계 헤지펀드 운용사인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삼성전자에 회사 분할과 특별배당 등을 요구하는 제안서를 보내 삼성그룹이 어떤 결정을 내릴 지 주목된다.

엘리엇의 요구 중 일부는 수용하기가 쉽지 않으나, 삼성전자 분할은 지배구조 재편을 진행 중인 삼성그룹 입장에서 매우 매력적인 제안이라 관심을 모은다. 관련 업계에선 삼성그룹이 배당 확대 요구 등을 일부 수용하면서 숙원인 삼성전자의 지주회사와 사업회사 분할 방안을 추진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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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외신 및 증권업계에 따르면 엘리엇매니지먼트 자회사인 블레이크 캐피탈(Blake Capital)과 포터 캐피탈(Potter Capital)은 5일(현지시간) 삼성전자 이사회에 주주가치 증대를 위한 제안서를 발송했다. 블레이크와 포터 캐피탈은 삼성전자 지분 0.62%(보통주 76만218주)를 보유한 주주 자격으로 해당 서신을 보냈다.

엘리엇은 제안서를 통해 삼성전자가 한국 대표기업이자 세계적인 테크놀로지 기업으로서 높은 지위를 구축하고 있으나, 오랜 기간 주가가 저평가 상태에 놓여 있다며 문제 해결방안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엘리엇은 삼성전자 가치 증대를 위해 △지주회사(Holdco)와 사업회사(Opco) 분할 뒤 지주회사와 삼성물산 합병을 통한 지배구조 단순화 △30조 원 특별 현금배당 실시와 향후 잉여현금흐름(FCF) 75% 주주 환원 선언 △삼성전자 사업회사(Opco)의 나스닥 상장 △지주회사와 사업회사 모두 최소 3인의 사외이사 추가 선임 등의 방안을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엘리엇이 주주 자격으로 제안한 내용인 만큼 신중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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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전문가들은 엘리엇이 절묘한 타이밍에 삼성그룹의 핵심 현안을 공략해 실리를 챙기려는 영리한 제안을 내놨다고 평가하고 있다. 삼성그룹과 엘리엇 모두 상대에게 '살을 내주는 대신 뼈를 취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매력적인 카드라는 분석이다.

삼성그룹 입장에서 삼성전자 분할과 삼성물산 합병을 통한 지배구조 재편은 이재용 부회장 중심의 경영체제 완성을 위해 언젠가는 반드시 시행해야 할 숙원사업이다. 하지만 이 같은 시나리오를 현실화하기 위해선 주주총회 특별결의라는 관문을 넘어야 해 여론과 주주들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최근 정치권에서 경제민주화 등의 명분을 내세워 대기업의 총수 중심 지배구조 재편과 경영권 집중을 견제하는 내용의 규제강화 방안을 법제화하려는 움직임이 늘고 있어 내부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엘리엇이 '주주 제안'이란 명분을 제공하며 삼성그룹의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을 적시에 내놓은 셈이다.

엘리엇과 같은 행동주의 펀드의 최우선 목적은 '수익'이다. 투자기업의 경영권을 획득하면 수익 확보가 더 쉬워지지만 엘리엇은 지난해 삼성물산과의 분쟁을 통해 삼성그룹을 상대로는 경영권 확보 전략이 통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했다. 따라서 차선책으로 '총수 일가의 경영권 강화를 용인할테니 회사에 쌓인 막대한 현금을 주주들에게 제공하라'는 카드를 제시해 실리를 극대화하고자 나선 것이다.

엘리엇의 카드가 삼성그룹의 가장 가려운 곳을 제대로 긁어줬지만 문제는 '지배구조 재편'이란 당근을 주는 대신 요구한 나머지 제안의 수위가 꽤 높다는 점이다.

엘리엇 제안의 궁극적 목적이라고 할 수 있는 30조 원의 특별 현금배당과 향후 잉여현금흐름(FCF)의 75% 주주 환원은 삼성전자의 영속성과 재무건전성을 위협할 수 있는 요구다. 엘리엇은 삼성전자가 지난 6월 말 기준 77조 원의 현금대차를 보유하고 있어 심각한 자본 과대화 상태에 놓여 있다며 30조 원의 현금배당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는 회사의 미래보단 현재의 수익 추구를 우선시하는 벌처펀드로서의 입장일 뿐이다.

삼성전자와 같은 제조기업의 경우 글로벌 경기변동과 시장경쟁 상황에 따라 언제든 위기를 맞을 수 있다. 특히 주력인 반도체 사업의 경우 매년 천문학적인 투자비가 소요되며 연구개발 활동과 신사업 발굴에도 막대한 비용이 지출되기에 충분한 현금 확보는 필수적이다.

2014년 하반기부터 삼성그룹 경영을 이끌고 있는 이 부회장이 비주력 사업을 대거 정리하며 삼성그룹의 슬림화와 재무 건전성 확보에 공을 들인 것도 불안한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서다. 기술발전과 산업 재편 속도가 다른 어느 분야보다 빠른 전자업계에선 누구나 언제든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건 이미 세계 기업사에서 확인된 사실이다. 노키아와 모토롤라, 소니의 몰락이 그 증거다.

삼성전자 사업회사의 나스닥 상장과 최소 3인 이상의 사외이사 추가 선임 요구도 삼성그룹 입장에선 수용하기가 쉽지 않은 제안이다. 나스닥에 상장할 경우 미국 규정과 법률의 적용을 받게 되는데 이는 엘리엇과 같은 행동주의 벌처펀드의 공격 가능성을 높이게 된다. 경영활동에 대한 의사결정의 자유가 현저히 낮아져 삼성전자 성장에 오히려 독으로 작용할 우려가 적지 않다.

사외이사 추가 선임 역시 마찬가지다. 엘리엇은 경영구조 개선과 투명성 확대를 위해 이사회 구성을 개편하자고 주장하지만 이는 결과적으로 엘리엇과 같은 공격적 투자자들의 대변자를 이사회에 입성시켜 투자수익을 극대화하는 데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 변화 속도가 빠른 전자업계의 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회사 의사결정의 신속성을 떨어뜨려 오히려 기업가치 하락의 역효과를 낼 우려도 있다.

이 때문에 시장 전문가들은 삼성그룹이 엘리엇의 주주제안을 선별해 수용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지배구조 재편처럼 시급한 현안을 추진하는 대신 배당 확대와 주주가치 제고 등을 시행하는 방법이다. 다만 배당 규모는 엘리엇의 요구보다 낮은 수준에서 결정될 것으로 관측된다.

나스닥 상장은 수용 가능성이 희박하고 사외이사 확대는 인원수를 1명 정도로 줄여 타협안을 내놓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 관계자는 "제안 내용이 모두 수용되지 않겠지만 삼성그룹 입장에서 지배구조 재편 명분을 주주제안을 통해 마련할 수 있다는 점은 충분히 매력적일 것"이라며 "엘리엇 역시 모든 제안이 수용될 것이라 계산하지 않았을 것이고 일부만 추진된다 하더라고 주가와 수익 상승을 기대할 수 있어 큰 반발은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그는 "중요한 것은 엘리엇의 제안을 통해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재편 속도가 빨라질 계기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라며 "삼성그룹이 그동안 내부적으로 많은 준비를 해왔기에 조만간 가시적인 재편 움직임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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