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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의 '김영란법 앱' [thebell note]

김선규 기자공개 2016-10-10 09:29:00

이 기사는 2016년 10월 07일 07: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식사 자리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다. 신한은행 임원과 식사 자리에서도 김영란법과 관련한 주제가 주요 화두였다. 한창 이야기를 나누던 중 임원 한명이 모바일 앱(애플리케이션) 하나를 보여줬다.

'내 손안에 청탁금지법'이라는 앱을 소개하며 다양한 기능들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특정 기관의 이름을 입력하면 김영란법에 적용되는 대상인지 판별해 주고, 일정 금액 이상의 식사비용을 입력하자 접대한도를 넘었다는 경고 메시지가 뜨기도 했다.

'유용하다'는 생각이 들어 어떻게 다운로드를 받을 수 있냐고 묻자 신한은행 임직원 외에는 사용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내 손안에 청탁금지법'은 김영란법 시행을 대비해 신한은행 준법지원부가 기획하고 사내 IT팀이 자체 개발한 임직원 전용 앱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은행법 개정안에 따른 보고 규정과 김영란법이 동시에 시행되면서 업무환경 및 영업관행이 이전과 확 바뀌었다"며 "직원들의 원활한 직무수행과 법률적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이 같은 앱을 만들어 사용을 권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법 시행을 앞두고 변호사를 초청해 사전 준법 교육만 진행한 타은행과 사뭇 달랐다. 실제 앱까지 만들어 위반행위 방지에 적극 나선 은행은 신한은행 밖에 없다. 시간과 비용을 들여 앱까지 만든 배경을 묻자 '기업문화'에서 비롯됐다고 답변했다.

그는 "신한은행의 기업문화 중 하나는 사소한 돌발상황이나 이벤트가 발생하더라도 그에 대한 대비책이나 방안을 다각도로 마련해 리스크를 최소화한다"며 "앱도 이같은 기업문화의 연장선상에서 개발됐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리스크 관리를 잘하는 은행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앱까지 개발해 김영란법이라는 법률적 리스크를 대비하는 모습은 타은행에서 찾아 보기 힘든 광경이다. 신한은행이 조선·해운업 부실 사태에서 한 발짝 벗어날 수 있었던 이유도 이러한 리스크 관리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신한은행은 3년 전부터 조선·해운산업의 부실위험을 예상하고 대출을 줄인 것으로 안다"며 "앱을 만든 것처럼 사소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았던 리스크 관리 덕분에 대우조선해양 및 한진해운 사태 등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은행업은 전통적으로 위험회피(Risk aversion)산업이다. 예금자가 맡긴 돈을 운용하기 때문에 리스크 관리가 최우선 과제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철저한 리스크 관리로 수년간 위기를 잘 극복한 신한은행의 모습은 의미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영업 환경을 크게 바꿔놓을 은행법 개정안과 김영란법 시대에도 또 다른 위기 극복사례를 만들어갈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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