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의 눈' 삼성물산 주가 급등, 실체일까 신기루일까 [Stock Watch] 펀드 매니저 "지주사전환 현실화 가능성↑…이후 주가는 '물음표'"
김기정 기자공개 2016-10-13 11:22:35
이 기사는 2016년 10월 07일 17: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의 삼성전자 인적 분할 요구로 삼성물산이 삼성그룹 지배구조 '태풍의 눈'으로 다시금 떠올랐다. 삼성물산을 정점으로 삼는 그림은 시장에서 오래 전부터 예견돼왔던 시나리오다.상당수 펀드 매니저 또한 삼성전자 분할을 통한 삼성물산의 지주사 전환이 현실화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예상보다 빨리 등장할 이벤트라고 내다보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이후 주가 향방에 대해서는 '물음표'를 붙이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제일모직 합병 당시처럼 반짝하고 소강될 수 있는 이벤트일지 모른다는 얘기다.
◇지주사 개편 엘리엇 요구에 삼성물산 주가 '들썩'…펀드매니저들, "올 것이 왔다"
지난 6월 30일 삼성물산 주가가 들썩였다. 지난 4월 이후 3개월 여간 내림세를 걷던 주가는 하루 만에 4.68% 뛰었다. 주가를 끌어올린 건 다름 아닌 '이건희 회장 사망설'. 소문은 해프닝에 불과했지만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지배구조 개편 수혜에 대한 기대감을 입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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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이 삼성그룹의 지주회사가 될 것이라는 예견은 시장에서 정설로 받아들여진 지 오래다. 이미 제일모직과의 합병으로 삼성물산은 실질적 지주회사로 올라섰다. 그러나 그룹의 핵심인 삼성전자와 삼성물산과의 연결고리는 아직 미약하다. 삼성물산의 삼성전자 지분은 4.2%에 불과하다. 장내에서 삼성전자 주식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지분을 확대하기에는 한계가 명확하다. 6월 말 연결기준 현금성자산(2조 6139억 원)을 모두 쏟아도 늘어나는 지분율은 1%에도 못 미친다.
때문에 삼성전자를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나누고 투자회사를 삼성물산과 합치는 방안이 유력한 대안으로 거론돼왔다. 이를 통하면 이재용 부회장 및 오너일가가 삼성물산을 통해 삼성전자에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다.
지난 6일 세간에 알려진 엘리엇의 요구도 동일한 논리였다. 삼성전자를 인적분할한 후 주식스왑을 통해 '최대주주→삼성홀딩스(삼성물산+삼성전자 투자회사)→삼성전자 사업회사'의 지배구조를 구축하라는 것. 주가는 또 한번 요동쳤다. 지난 6일 삼성물산은 장중 한때 16만 5000원을 기록, 작년 10월 말 이후 1년여 만에 신고가를 새로 썼다. 7일에는 16만8000원을 찍으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대부분의 펀드 매니저들은 삼성전자의 인적분할이 가능한 빨리 현실화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엘리엇의 이번 요구로 삼성그룹에 우호적인 토대가 마련됐다는 게 중론이다. 자칫 민감할 수 있는 승계 문제를 외국인 투자자가 '주주가치 제고'라는 명분으로 이슈화했다는 설명이다.
A 펀드 매니저는 "1년여 만에 삼성그룹이 사업분할 및 자사주 매입 등을 매듭지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삼성물산의 인적 분할 역시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될 수 있다"며 "시장의 예상과 다른 국면이 펼쳐질 가능성도 분명 존재하지만 주주구성과 지분 구조를 봤을 때 삼성물산의 지주회사화는 피할 수 없는 이벤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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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로직스상장·실적 정상화 기대감 상존…분할 이후 주가 향방은 '글쎄'
삼성물산에 지배구조 개편의 기대감만이 남아있는 것은 아니다. 오는 11월로 예정된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은 삼성물산의 가치를 끌어올릴 만한 또 다른 이벤트로 꼽힌다. 삼성물산은 연결 대상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52%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향후 삼성그룹의 바이오헬스케어 사업에 대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실적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도 존재한다. 지난해 9월 합병 이후 건설 부문에서의 대규모 손실 반영 등으로 2분기 연속 적자를 냈지만 올 2분기 K-IFRS 연결기준 각각 7조 507억 원, 1768억 원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흑자로 돌아섰다. 지난 1년여 간 단행해 온 조직개편과 인력 감원 역시 효율성 제고를 이끌었다.
그러나 펀더멘털에 대한 우려 역시 여전히 상존한다. B 펀드 매니저는 "디램 가격 상승 등 업황 개선이 뚜렷한 삼성전자와 달리 삼성물산은 플랜트 수주 등 기본 사업이 턴어라운드를 하거나 기대를 걸 만한 신사업이 보이지 않는다"며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등 역시 앞으로 어떤 영향을 줄지 명확하게 내다볼 수 있는 이벤트는 아니다"고 말했다.
오히려 지주사 전환 이후의 주가에 '물음표'를 붙이는 시각도 존재한다. 삼성물산 입장에서 인적분할은 한시적인 이벤트에 불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업 부문 영속으로 앞으로의 행보가 예상 가능한 삼성전자와 달리 삼성물산의 경우 어떤 모습으로 변모할지 불확실성이 더 크다고 내다보고 있다.
실제 애널리스트들의 평균 목표가는 17만원 중반대로 현주가 대비 상승여력이 7%에 불과하다.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삼성물산에 대한 애널리스트들의 목표가 평균치는 7일 현재 17만6857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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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펀드 매니저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당시와 비슷한 수순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반짝 이슈가 된 이후 소강 상태로 접어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삼성물산 주가는 2015년 9월 합병 이후 지배구조 개편 이슈가 또 다시 부상하기 전인 지난 6월까지 40% 가까이 하락한 경험이 있다.
그는 "현재 삼성물산의 주가를 끌어올린 건 오너 일가의 지배력이 높아지고 분할 이후 시가총액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기대감"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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